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최근 하나금융투자에 5000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지난 2018년과 2020년에 각각 약 1조2000억원과 약 5000억원의 자본확충을 지원한 데 이어 추가로 자금 수혈에 나선 것이다. 이번 유상증자로 하나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5조원 수준으로 뛰었다.
하나금융은 하나금융투자를 업계 톱(TOP)티어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높아진 자본력을 바탕으로 업계 상위 5위 증권사와 경쟁하고 투자은행(IB), 뉴딜 경쟁 등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하나금융투자가 그룹의 전반적인 사업 확대·다각화 전략과 이익기여도 측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나금융은 비은행 부문 강화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하나금융의 올해 1분기 비은행 부문 당기순이익은 3330억원으로 작년 1분기(2350억원) 대비 29.4% 늘었다.
하나금융투자는 1분기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2.9% 증가한 1368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실물경기와 금융시장 회복에 따라 증권중개 수익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하나카드는 디지털 혁신을 통한 손익체질 개선이 지속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39.4% 증가한 725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하나캐피탈도 이자이익과 매매평가익 등 일반영업이익 증대에 따라 전년 동기 대비 37.8% 늘어난 60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그룹 당기순이익에서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9.9%로 작년 1분기(25.8%)보다 14.1%포인트 높아졌다. 지난 2016~2019년 줄곧 20%대에 머물렀던 하나금융의 비은행 부문 이익 비중은 지난해(34.3%) 30%대를 돌파한 뒤 40%대 달성도 목전에 뒀다. 김정태닫기김정태기사 모아보기 하나금융 회장은 오는 2025년까지 하나금융의 비은행 부문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하나금융은 추후 M&A를 통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카드·보험 부문 보강에도 나설 방침이다. 안선종 하나금융지주 상무(CSO)는 지난달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그동한 지속적으로 자본을 투하한 증권과 캐피탈은 경쟁 그룹 대비 대등한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카드와 보험은 아직 격차를 보인다”며 “향후 금융시장의 본원적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며 그간 축적된 자본력을 바탕으로 시장 효율성, 자본 효율성, 시너지 관점에서 기업가치를 제고할 다양한 기회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M&A를 위한 자본 여력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하나금융의 올 1분기 말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6.36%로 작년 1분기 대비 2.56%포인트 상승했다.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14.07%로 같은 기간 2.17%포인트 개선됐다. BIS비율과 CET1비율 모두 4대 금융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3월 바젤Ⅲ 최종안을 도입한 효과가 반영됐다. 하나금융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본확충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3일 22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에 성공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 효과에 힘입어 수익성은 개선 가도를 달리고 있다. 하나금융의 올 1분기 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을 합한 그룹 핵심이익은 2조19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1% 늘었다. 반면 은행 성과급 지급에 따른 판관비 증가에도 그룹 대손 비용은 감소세를 나타내면서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 하나금융의 1분기 대손충당금 등 전입액은 91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7% 줄었다.
하나금융의 1분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94%, 총자산이익률(ROA)은 0.74%로 1년 전보다 각각 1.56%포인트, 0.11%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연간 순이익은 3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나금융의 올해 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2조9952억원으로 지난해(2조5372억원)보다 18.0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의 경상 이익체력은 8000억원대로 올라선 모습”이라며 “비은행 부문의 이익기여도가 약 40%에 육박하고 있고 하나금융투자에 대한 5000억원 유상증자로 이익체력과 수익성이 추가 개선될 여지가 높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