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9일 오전 경제부총리 주재로 제3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제2차 혁신성장전략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의결했다.
이세훈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이번 가계부채 대책은 대출을 줄이는 게 아니라 가계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넘어선 상황이기 때문에 더이상 급증하지 않도록 증가 속도를 조절해 나가는 취지”라며 “총량은 총량대로 관리하면서 실수요자에 대한 금융지원은 오히려 지금보다 더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차주 단위 DSR 단계적 확대…DSR 산정시 실제 만기 반영
이번 관리방안에는 현재 특정 차주에만 적용되는 ‘차주 단위 DSR’을 오는 2023년 7월 전면 시행을 목표로 3단계에 걸쳐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차주의 상환능력 내에서 가계대출이 취급되는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한 조치다. DSR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전세대출, 예적금담보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다.
현재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와 연 소득 8000만원을 넘는 고소득자가 받는 신용대출 총액이 1억원을 넘는 경우에 차주별 DSR 40% 적용된다. 이외에는 은행별로 평균치(DSR 40%)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차주별로는 DSR가 40% 넘게 대출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정부는 우선 오는 7월부터 모든 규제지역 6억원 초과 주택을 담보로 한 주택담보대출과 1억원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에 차주 단위 DSR을 적용한다. 올해 2월 기준 서울 아파트 약 83.5%, 경기도 아파트 중 약 33.4%에 해당하는 담보에 기반한 주담대 차주 등이 대상이다.
내년 7월부터는 1단계 적용 대상과 함께 총 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하는 차주에 규제를 확대 적용한다. 총 대출액은 원칙적으로 모든 가계대출을 합산해 계산한다. 현재 총 대출액 2억원이 넘는 차주는 전체 차주 중 12.3%(약 243만명)에 해당한다.
이후 2023년 7월부터는 총 대출액 1억원을 초과하는 차주들에 규제를 전면 적용한다. 1억원 이상 가계대출 차주는 전체 차주의 28.8%(약 568만명) 수준이나 금액 기준으로는 전체 가계대출의 76.5%에 해당한다.
단 전세자금 대출이나 예·적금 담보대출, 보험계약대출 등 소득 외 상환재원이 인정되는 대출과 서민금융상품과 정부 협약 대출, 자연재해로 인한 긴급대출 등 정책적 목적의 대출, 300만원 미만의 소액대출에 대해서는 차주 단위 DSR 적용이 제외된다.
이 국장은 “차주 단위 DSR이 적용된다 해서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차주 단위 DSR이 적용되는 차주 수가 전체 (차주)의 약 30% 정도이고 총 대출금이 1억원을 넘는 차주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서민과 대출금액이 크지 않은 차주의 경우에는 DSR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권 평균 DSR을 보면 30%대 수준으로 40% 수준의 DSR을 적용한다고 해도 대부분의 차주들, 약 90% 이상의 차주들은 DSR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물론 일부 차주, 특히 소득과 무관하게 과도하게 금융권에서 차입을 한 경우에는 DSR 규제에 따라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극히 일부의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DSR 산정 체계는 실제 만기가 반영되도록 정비된다. 현재 특정 주담대(분할상환상품)의 경우 DSR 산정시 실제 만기를 적용하고 있으나 신용대출은 상품특성과 상관없이 일괄 10년을 적용 중이다. 이같은 규제체계는 과거 주담대 중심의 규제강화 추세와 맞물려 손쉽게 취급가능한 신용대출로의 풍선효과를 촉발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현재 10년으로 획일 적용되는 신용대출 DSR 산정 만기를 오는 7월 7년으로, 내년 7월에는 5년으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현재 가계신용대출의 평균 만기는 약 52개월 수준이다. 특정 분할상환구조를 갖는 신용대출에 대해서는 실제 만기를 DSR 산정 만기(최장 10년)로 적용한다.
◆ 내달부터 全금융권 비주담대 LTV 70% 규제
방안에는 한국주택토지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사태와 관련한 후속 조치도 담겼다. 정부는 현재 상호금융권에만 적용되고 있는 토지·오피스텔 등 비(非)주택 담보대출에 대한 LTV 70% 규제를 내달 17일부터 모든 금융권에 일괄 도입한다. 규제방식도 현행 금융권 내규·행정지도에서 감독규정으로 개선한다.
오는 7월부터는 토지거래허가지역 내 신규 비주담대 LTV를 40%로 강화 적용한다. 단 농축어업인 등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예외를 허용한다. 아울러 차주 단위 DSR 규제가 전면 시행되는 2023년 7월부터 비주택 담보대출을 취급할 때도 차주 단위 DSR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제반사항 준비를 추진한다.
이 국장은 “비주담대 중 상당 부분, 특히 농지담보라든가 상가담보 같은 경우 실제로는 가계자금 용도가 아닌 사업자금 용도인데 편의상 사업자대출이 아니라 가계대출로 취급되는 관행들이 존재하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 LTV나 DSR 규제 같은 것들이 강화되면 농민이나 자영업자의 자금조달에 애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실제 자금 용도를 봐서 영농자금이나 사업자금 용도인 경우에는 기업대출로 취급될 수 있도록 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서민·청년층 DSR 산정시 ‘장래소득’ 활용…40년 모기지 도입
정부는 서민·청년층에 대한 주거사다리 금융지원 확대를 위해 생애소득주기를 감안한 DSR 산정방식 합리화에도 나선다. 현재 소득은 낮으나 장래 소득증가 가능성이 높은 차주인 청년층 등에 대해서는 DSR 산정시 ‘장래소득 인정기준’을 활용한다. 고용노동통계 중 연령별 소득자료를 우선 활용하고 다양한 통계자료가 활용될 수 있도록 금융권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예정이다.
장래소득을 반영한 이후 실제로 소득이 증가하지 않았을 경우는 금융회사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이 국장은 “대출 당시에 금융회사는 최선의 판단을 통해 차주의 소득이나 상환능력을 심사하게 되고, 그에 따라서 대출한도를 책정하게 된다”며 “대출이 실행된 이후에 차주의 상황 변화에 따라서 상환능력에 변화가 생기는 부분은 금융회사의 리스크로 남는 것이고, 대출의 중도 회수 등이 이뤄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주거 마련시 금융부담 완화를 위해 올 하반기에는 40년 초장기 모기지를 선보인다. 현재 정책모기지는 30년 만기까지만 제공되고 있으나 만 39세 이하 청년층과 신혼부부 대상 정책모기지에 만기 40년 대출을 도입한다. 이 경우 3억원을 연 이자 2.75%로 대출받을 때 월 상환금액이 104만원으로 30년 만기 122만원 대비 15.1% 감소한다.
청년층이 초기 목돈부담 없이 내집마련에 나설 수 있도록 ‘주택공급-초장기모기지’ 연계 방안도 추진한다. 금융위는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세부방안을 별도로 발표할 예정이다. 서민·실수요자에 대해서는 현재 LTV·DTI 10%포인트 우대혜택을 상향 조정하고 차주소득 기준과 대상주택 기준 등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국장은 “현재 소득과 관련해서는 부부합산 소득 8000만원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1억원 수준까지 올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투기·과열 지구의 경우는 6억원 이하 주택에 한해서만 혜택을 부여하고 있는데 최근의 집값 수준 등 현실을 감안해서 상향 조정하는 방안들을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내년까지 가계부채 증가율 4%대 복원
정부는 이번 관리방안을 통해 내년까지 가계부채 증가율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인 4%대로 복원한다는 방침이다.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5~6% 내외로 관리하되 신용대출 쏠림현상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할 계획이다.
이 국장은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8% 수준으로 금액으로는 120조원 정도 가계부채가 늘었다”며 “올해에는 5~6% 수준, 내년 이후에 4%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기 때문에 증가폭은 80조~100조원 사이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시건전성 감독수단을 통한 가계부채 관리체계도 구축한다. 올 하반기 은행 총 대출 중 가계대출 비중에 비례해 추가자본 적립의무를 부과한다. 가계대출의 증가 수준을 고려해 최대 1년의 기한 내 0~2.5% 비율의 추가 자본을 적립하도록 의무화할 예정이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에는 이익배당과 자사주 매입 및 성과연동형 상여금 지급 등을 제한한다.
내년 1월에는 가계대출 위험도와 증가율 등을 평가해 최대 ±10% 범위에서 금융기관들이 납부하는 예금보험료를 차등화한다. 이와 함께 제2금융권 한도성 여신 등에 대한 리스크 관리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즉시 과제는 행정지도로 우선 시행하고 올 하반기 중 관련규정 개정을 추진해 제도정비에 나설 것”이라며 “중장기 과제는 시장혼선이 최소화되도록 금융권의 충분한 사전준비와 대고객 안내·홍보 노력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