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제훈 홈플러스 신임 대표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이베이 매각 본입찰 적격인수자후보(숏리스트)에 올랐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인수·합병(M&A) 시장을 휩쓸었던 MBK파트너스의 경쟁 참여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국내 대형마트업계 2위 홈플러스의 대주주다. 홈플러스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이베이코리아 인수 시 단번에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3위 자리에 오르게 된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 중 유일하게 16년 연속 흑자를 내고 있는 이베이코리아는 네이버와 쿠팡에 이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연간 거래액은 20조원으로 쿠팡 21조 7400억원과 차이가 크지 않다.
홈플러스는 온라인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나, 레드오션인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국내 대형마트 업계에서 처음으로 온라인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경쟁업체들이 온라인 사업으로 집중투자를 전환할 때 홈플러스는 오프라인 강화를 이어갔고 이는 온·오프라인 동시 하락을 이끌었다.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였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60억 달러, 한화 7조 2000억원에 인수했다. 2016년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전까지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 M&A였다. 대부분의 사업에서 인수 후 매각까지 성공가도를 달리던 MBK파트너스였지만 홈플러스는 예외였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6년 영업이익 3090억원을 기록했지만 이후 계속 감소해 2019년 영업이익 1601억원으로 4년 만에 절반 수준이 됐다. 2019년 순손실은 5322억원으로 전년도 보다 적자가 4000억원이나 늘어났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연속 적자를 멈추기 위해 온라인 사업 성장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홈플러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올라인(All Line)’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오프라인 점포를 온라인 물류 거점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전국의 120여개 올라인 점포 중 인천 계산점, 수원 원천점, 안양점 등 3곳은 아예 한 층 전체를 풀필먼트 센터로 구축했다.
지난 2월에는 온라인몰에 네이버페이를 도입하고 네이버에 홈플러스 입점 시켜 네이버에서 홈플러스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21일에는 이제훈 카버코리아 대표를 홈플러스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이 신임 대표는 2006년부터 최근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리테일, 유통, 소비재 부문의 최고경영자(CEO)로서업계의 인정을 받아왔다. 편의점 체인인 ‘바이더웨이’, ‘KFC코리아’의 CEO를 역임했으며, 최근까지 화장품 브랜드 AHC로 유명한 ‘카버코리아’의 대표를 맡았다.
홈플러스는 “이제훈 신임 대표가 리테일, 소비재 분야에서의 탁월한 경험과 전문성, 리더십을 바탕으로 선도적인O2O 유통기업으로 나아가는 홈플러스의 성장가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이커머스 성장을 위해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고려하고 있지만 거대한 비용과 오랜 적자와 부정적 이슈상황 때문에 여러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 인수 후 긍정 시나리오
홈플러스는 오프라인에, 이베이코리아는 온라인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이베이코리아 인수 시 온·오프라인 강점을 결합할 수 있다. 홈플러스는 식품 등 신선제품이 주력 제품이고 이베이코리아는 의류·전자기기 등 공산품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시 양사의 부족한 제품군을 보강 시킬 수 있다.
홈플러스의 ‘올라인(Online+Offline)’ 전략을 더해 전국 곳곳의 중심지에 풀필먼트를 갖춘 우수한 유통 체계도 갖출 수 있다. 홈플러스가 주요 도시 중심지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빠른 물류 배송이 가능해진다.
홈플러스는 3년 내 온라인 장보기 담당 인력을 현재 1900명에서 4000명으로, 콜드체인(냉장유통) 배송 차량은 1400여 대에서 3200여 대로 늘려 배송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취급 상품군을 대폭 확대하고 홈플러스의 물류 유통망이 더해진다면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는 상품과 배송면에서 절대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 인수 후 부정 시나리오
이베이코리아와 홈플러스는 주력사업이 다른 만큼 인수 시 두 개를 상호 결합하고 시너지를 키울 수 있도록 추가적인 비용투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홈플러스는 지난해에는 안산점·둔산점·대구점·대전 탄방점을 매각처분했으며, 올해 대구스타티움점 폐점과 부산가야점 폐점·매각을 발표할 만큼 재정상황이 좋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숏리스트 기업들 중 자금력이 가장 좋다. 현금 동원력이 지난해 말 기준 6조75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투자자로부터 모은 투자금이므로 신중한 운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수가 5조원에 추가 투자비용이 들어가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모험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인수 후 두 기업 간 시너지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경우 홈플러스는 MBK파트너스의 실패 사례로 기록될 수도 있다.
◇ 인수 불발
인수 불발 시 홈플러스는 이제훈 신임 대표와 함께 다양한 내부 시도를 통해 이커머스 사업 성장을 노력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신임 대표는 리테일, 소비재 분야에서 종사해온 전문가다. 리테일, 소비재 부문 최고경영자 경력만 10년이 넘는다.
홈플러스는 전국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삼아 3년 내 매출을 두 배 이상 끌어올리고, 흑자 사업 구조를 만들겠다고 구상했다.
홈플러스는 비대면 트렌드를 반영한 사업구조 개편, 전국 단위의 배송망 확대 등을 통해 온라인 사업규모를 더 크게 키워내겠다는 방침이다. 또 새벽배송 대신 출근길이나 퇴근길에 주문해 귀가할 때 받아볼 수 있는 당일배송과 즉시배송에 주력할 계획이다.
송승선 홈플러스 모바일사업부문장은 “오프라인 인프라를 주축으로 전국의 고객들을 향한 빠른 전환을 위한 ‘피벗 플레이’에 전념해 ‘올라인(온라인+오프라인)’ 강자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