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진짜 부자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돈이 많다. 은행권의 PB(Private Banking·금융자산관리사)는 거액 예금자를 대상으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해주는 금융 포트폴리오 전문가를 뜻한다.
시중은행들은 부자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강남 등지에 ‘PB센터’를 두고 고객들의 예금, 주식, 부동산 등의 자산을 관리해준다. 뿐만 아니라 세무나 법률, 상속 등 비금융 업무에 대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각 은행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어 PB센터 또는 WM(웰스 매니저)란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신한, 26개 PWM 운영, 법인고객 위한 전담팀도 운영
신한은행은 PWM(Private Wealth Management)센터라고 한다. 총 26개의 PWM 점포를 두고 있으며 130명의 PB팀장을 포함해 250명이 근무하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의 PB와 상품, 세무, 부동산, 가업승계, 기업공개(IPO) 등 분야별 자산관리 전문가로 구성된 맞춤형 솔루션팀을 운영한다. 법인 부문에서도 자금관리, 자금조달, 세무, 부동산, 회계 등 전담팀을 갖췄다.
신한은행은 고자산 기업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신한 PWM PIB센터를 운영 중에 있다. PIB란 PB(Private Banking)와 IB(Investment Banking)가 결합된 용어로, 기업가 고객을 대상으로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와 기업금융, IB금융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특화 서비스 모델이다.
신한은행은 2019년 12월 PIB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신한 PWM Privilege 강남센터 내에 신한 PWM PIB센터 1호점을 국내 은행권 최초로 개점했다.
PIB센터는 기업가 고객에게 맞춤 기업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투자컨설팅센터(ICC)의 전문가들로부터 투자상품·포토폴리오·IB·법인회계·세무·부동산 등 자산관리 솔루션을 제공한다.
특히 신한은행 PWM은 지난해 한국표준협회에서 주최하는 프리미엄브랜드지수(KS-PBI) 프라이빗뱅크 부문에서 13년 연속 1위에 선정됐다.
KB, 은행+증권 함께하는 복합점포… 고객별 투자성향에 맞는 종합자산관리 제공
그런가 하면, KB국민은행은 글로벌 금융전문지 <아시안뱅커>지가 주관한 ‘글로벌 웰스 앤드 소사이어티 어워즈 2020’에서 자산관리 서비스 부문 대한민국 최우수 PB은행으로 꼽혔다.
현재 국민은행은 전국에서 PB센터 21곳을 운영하고 있다. 근무 인력은 169명이다. 모든 PB센터는 은행과 증권이 함께 있는 복합점포로 운영되며, 금융 소비자별 투자성향에 맞는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반 PB센터는 금융자산 3억원을 기준으로 하고, ‘GOLD&WISE’ 클래스, 콘서트, 아카데미 등 PB 고객만을 위한 초청 문화행사를 제공한다. 또 은행과 증권사 협업의 해외투자 자산관리 포럼 등 세미나도 개최한다.
명동, 대치, 강남 등 4곳은 ‘스타PB센터’라 해서 30억원 이상 자산가들이 주고객이다. 최고 수준의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대형 PB센터로 대상고객이나 상품, 서비스 등을 차별화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자문센터 운영 및 WM스타자문단을 통한 전문가의 종합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한다. 법인고객 특화 ‘자산관리 토탈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트너십 PB’를 운영한다. PB와 RM(기업금융전문가)이 1:1 매칭돼 대기업 종합 컨설팅을 해준다.
하나, 골드클럽·VIP클럽 외 초고액자산가들 위한 클럽1 센터 신설 예정
하나은행 PB는 ‘골드클럽’과 ‘VIP클럽’으로 구분된다. 골드클럽은 25개 영업점에 골드PB 96명(지점장 포함)이 있으며 VIP클럽은 188개 영업점에 VIP PB 209명이 고객을 관리한다.
하나은행은 초고액자산가들의 타깃팅을 위해 올해 5월 한남동에 클럽1 한남 PB센터를 신설한다. 지난 2017년 8월 오픈한 삼성동 클럽1 PB센터 신설 후 안착한 성공모델을 브랜드화 한다는 점에 의미가 있으며,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채널 확산 속에서 초고액자산가에 대한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 차별성을 더욱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기존 삼성동 클럽1과 같이 은행 ·증권 복합점포 형태를 갖출 예정이며, IB+신탁+외환 등을 통한 자산관리뿐만 아니라 소셜 커뮤니티(social community) 운영, 맞춤형 전문가 상시상담, 비대면 교양강좌 프로그램 운영 등 토탈 케어 서비스(Total Care Service)를 제공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이 한남동에 클럽1 PB센터를 새로 설립하는 것은 최근 증권사 머니무브 현상을 필두로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등 시장경쟁 격화 및 초고액자산관리시장 공략 확대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클럽1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기 위한 전략이다.
하나은행은 세계적 금융 전문지인 <유로머니>와 <글로벌 파이낸스>로부터 PB 부문 국가별 최고상인 ‘2021 대한민국 최우수 PB은행상(Best Private Bank in Korea)’과 ‘2021 글로벌 최우수 혁신 PB은행상(Most Innovative Private Bank in the World)’을 각각 수상했다. <유로머니> 부문은 지난 2005년 이후 통산 14회째 수상이다.
우리, 우리_PB와 기업·투자금융 결합한 PCIB 적용 1호 영업점 TCE강남센터에 주목
우리은행은 54명의 PB와 640명의 FA(Financial Advisor)를 두고 있다. 2월 말 기준 TCE(Two Chairs Exclusive)점 1개(강남센터), TCP(Two Chairs Premium)점 5개(청담, 대치, 잠실, 부산, 가산센터), 일반PB 영업점 665개를 운영하고 있다.
그 중 TCE강남센터는 초고액자산가를 위한 PCIB 적용모델 1호 영업점이다. PCIB 모델은 프라이빗뱅킹(PB)업무와 기업 및 투자금융(CB·IB)업무를 결합한 고객 서비스다.
기존 개인고객의 자산관리뿐만 아니라 법인고객의 자산관리와 자금조달까지 지원하는 종합 금융솔루션이다. ▲부동산 ▲세무 컨설팅 ▲기업 재무상담 ▲글로벌투자지원 ▲외부 회계 ▲법무법인의 제휴 등을 통해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종합자산관리는 고객별 객관적인 자산분배 기법을 사용해 투자포트폴리오 구성을 지원하며 고객의 투자성향에 맞는 투자 방안을 제시한다.
또 생애 주기에 맞는 자금계획 수립을 지원하며 라이프 플랜을 달성할 수 있도록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금융 면에서는 기업을 경영하는 고객의 문제를 다각적 시각으로 해석하고 최선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진단한다.
기업 경영에 필요한 자금 조달과 운영 방법을 제시하고 기업의 재무관리, 오퍼레이션컨설팅 등을 진행한다.
또 자본거래, 외국인 투자, 에스크로 상담 등 수출입 외환 업무와 글로벌 투자지원업무도 본다. 여기에 전통적인 기업금융의 영역을 넘어 투자금융(IB)으로의 방향을 모색해준다.
세무자문 컨설팅서비스는 이해하기 어려운 세금 관련 컨설팅 등을 통해 복잡한 세무 문제에 대한 절세방안을 마련해준다.
상속과 증여, 양도와 보유세 등 재산세제 절세방안을 제시하고, 중소기업의 경우 가업승계 및 가업상속 절세방안과 효율적인 중장기 절세플랜을 수립해준다. 기업의 세무진단과 종합소득세 절세, 난해한 세금문제 해석 및 예규판례도 분석한다.
부동산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갖춘 전문가와 선진화된 금융시스템을 결합, 고객을 위한 솔루션도 제공한다. 상권분석 등 부동산 관련 각종 투자자문부터 자금조달·자금운용 방안 및 절세방안, 부동산 관련 비용·수익·개발 타당성 진단 등이 그것이다.
TCE강남센터 고객들은 보통 30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10억원 이상 고객들은 ‘잠재 고객’으로 관리한다.
대부분 기업 오너이기 때문에 기업과 분리해 관리하기 보다는 TCIB, 즉 기업과 개인을 결합해 컨설팅을 한다. 340여명의 고객이 TCE강남센터를 이용하고 있고, PB 1인당 70명 내외, 평균 1,920억원 정도를 관리하고 있다. 야구선수 출신 박찬호와 축구 국가대표 출신 박지성도 TCE강남센터 고객이다.
고액 자산가들은 대부분 자산 포트폴리오가 구성돼 있는데, 주기적으로 리밸런싱을 해주는 게 PB들의 역할이다. 유동성과 안전자산을 선호하는지, 비안전자산을 좋아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투자 성향이 공격적이냐, 안정적이냐에 따라 투자 비중이 달라진다.
박승안 TCE강남센터장은 PCIB를 처음으로 제안한 인물이다. 우리금융그룹에 증권사가 없었기 때문에 PCIB를 제안했다. 기업금융이라는 우리은행의 장점을 살린 방안이었다.
박 센터장은 “중견 기업가들의 니즈는 어떻게 상속하고 M&A(인수합병)를 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이를 모두 관리해줄 수 있어야 했다”며 “PB에 기업금융 마인드를 갖고 상담을 해줘야 했던 것”이라고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그런 니즈를 파악하고 해결해주기 위해, 로펌이 대표 변호사와 전문 변호사들로 TF를 구성하는 것처럼 PCIB는 직군 간 복합화가 중요했고, 그렇게 되면 증권사가 없더라도 증권사 이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봤다”면서 “그 결과 이곳 PB와 RM들은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됐다”고 피력했다.
그렇다면, 박 센터장이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그는 “코로나19로 내방 빈도는 줄어들었지만 고액 자산가들은 언택트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사모펀드 사태 이전과 이후로 상황이 바뀐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은 재작년과 작년, 옵티머스 및 라임펀드 등 사모펀드 판매로 커다란 후폭풍을 맞았다. 사모펀드는 여유자본이 있는 투자자들을 비공개로 모집해 조성한 투자기금을 말한다.
소수의 투자자(49명 이하)로부터 모은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로, 비공개로 투자자들을 모집해 자산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에 자본참여를 하게 해 기업가치를 높인 다음 기업 주식을 되파는 전략을 취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2월 라임 사태가 악화되자 사모펀트 실태점검을 통해 개선 방향을 마련하기도 했다.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는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플루토TF-1호 투자자에게 손실액 전액을 배상하라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권고를 수용하기도 했다.
박 센터장은 “사모펀드 사태는 고객들로 하여금 금융에 대한 리스크를 느끼게 했다”면서 “요즘은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시대인 것 같다. 자산을 적절하게 배분해 큰 흐름 속에 편승해서 가는 편”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우리은행은 PB사관학교를 통해 PB를 배출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우리은행이 PB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금융권 최초로 개설한 PB사관학교는 총 15주간의 교육과정을 밟는다.
금융권 최고 권위의 자격증인 CFP(국제공인재무설계사) 자격 취득과 함께 ‘마인드-업(Mind-up)’ 훈련을 통해 도전정신과 강인한 정신력을 배양하는 것은 물론, 부자문화의 이해와 부유층 고객응대 요령, 실무 사례 중심의 개인자산관리기법 등 PB영업 전반의 다양한 지식과 스킬을 체계적으로 습득한다.
일반 행원으로 입행해 PB사관학교 모집 공고가 뜨면 자격요건에 맞춰 지점장 추천서 등을 받아 지원할 수 있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권혁기 기자 khk0204@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