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재현 CJ그룹 회장
CJ그룹 계열사들의 2020년 실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갈랐다.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은 폭발하는 내식 수요와 택배 물량으로 그간 누적해온 투자가 결실을 맺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반면 멀티플렉스와 외식 사업을 각각 맡아온 CJ CGV와 CJ푸드빌은 쑥대밭이 됐다.
◇ 식품·택배에 웃는 CJ제일제당-CJ대한통운, CJ올리브영 ‘수익성 개선’
CJ그룹은 ‘식품-물류-문화’를 3대 기둥으로 삼고 해당 사업부문의 계열사에 힘을 주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코로나 확산으로 국내외 집밥 수요가 늘면서 식품 사업부문 매출이 급성장했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식품 영토 확장 전략이 빛을 발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1.6% 늘어난 1조359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8.5% 증가한 24조2457억원이다. CJ대한통운 실적 제외 시 매출은 10.9% 늘어난 14조1637억원, 영업이익은 73% 늘어난 1조415억원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의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식품사업 부문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8조968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비비고 만두’가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한 데다 ‘햇반’에 이어 비비고 국물요리도 연매출 2000억원대로 올라섰다.
국내 택배물류 1위 계열사인 CJ대한통운은 택배 물동량이 폭증하면서 연매출 최고치를 경신했다. 영업이익, 순이익 역시 크게 개선됐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연간 매출 10조781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5%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3252억원으로 같은 기간 5.9% 늘었고. 당기순이익도 1426억원으로 18.3%나 증가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와 CL(계약물류), 해외, 건설로 사업 부문을 나눌 수 있는데, 지난해 택배 부문 외 다른 사업부문은 코로나 영향으로 매출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CJ대한통운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1564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5024억원) 26.1%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1.2%), CL(-6%), 건설(-9%) 사업부문은 매출이 쪼그라들었다. CJ대한통운의 사업부문 별 매출 비율은 해외(41%), 택배(30%), CL(23%), 건설(6%)순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전년 대비 택배 물량이 27.9% 증가했고 글로벌 부문 해외 사업 정상화에 따라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다”며 “올해 매출 신장 위험 요소가 줄어든 만큼 택배물량 증가, 해외사업 정상화 지속으로 작년보다 실적이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공개(IPO)가 공식화한 CJ올리브영은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한 사업임에도 지난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매장 방문이 줄어들며 매출액은 2019년 대비 5.1% 줄어든 1조8603억원에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15.8% 증가한 101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 규모도 19.8% 늘어난 610억원에 달했다. 온라인 채널 매출이 고성장하며 쪼그라든 점포 매출을 보완해 준 덕분에 소폭 감소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헬스앤뷰티(H&B) 업계 1위인 만큼 자리 유지를 위한 몸집 불리기는 계속되는 모양새다. 2019년 1분기 1214개였던 매장 수는 지난해 말 1259개까지 늘어난 상태다. CJ푸드빌이 점포를 줄이는 것과 정반대되는 행보다.
◇ 뚜레쥬르 매각 거둔 CJ, CGV는 수익성 강화 작업 중
‘뚜레쥬르’, ‘빕스’, ‘계절밥상’, ‘더플레이스’, ‘제일제면소’ 등 프랜차이즈와 외식 브랜드를 보유한 CJ푸드빌은 외식사업의 하향세로 지난 수년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코로나가 겹치며 외식 수요가 더 줄어 매출이 급감했다. 별도 기준 2017년 1조2589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5595억원까지 축소됐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38억원에서 484억원으로 확대됐다. 작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686%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회사가 가진 자산 중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좋다는 뜻이다.
매출액 감소는 그간 CJ푸드빌이 부진한 해외 점포를 대폭 축소한 구조조정 영향이 반영됐다. CJ푸드빌의 점포 수는 2019년 1분기 2558개에서 지난해 말 1525개로 줄어들었다. 2년여만에 1000여개가 넘는 점포가 문을 닫은 것이다. CJ푸드빌의 핵심 프랜차이즈였던 ‘투썸플레이스’의 매각도 한몫했다. 이 덕분에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어도 매각 이익 등 영업외 이익이 발생하면서 순이익이 나고 있다. CJ푸드빌의 2019년 당기순이익은 323억원, 지난해는 371억원이었다. 투썸플레이스 매각은 CJ푸드빌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사업구조 개편 작업이었다. 지난해부터 진행해 온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뚜레쥬르’ 매각도 이러한 작업의 일환이다.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과 뚜레쥬르 매각 협상을 벌였으나 최근 매각을 철회했다. 가격과 세부조건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CJ그룹은 “재매각에 나서기보다 뚜레쥬르와 외식사업 부문의 브랜드 가치 제고와 수익성 강화를 위한 작업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CJ CGV는 코로나로 난감한 상황이다. 국내외 영화관 사업을 전개하는 CJ CGV는 지난해에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해지면서 매출 감소는 물론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CJ CGV는 2019년만 해도 매출 1조9423억원, 영업이익 1220억원, 당기순손실 2391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는 창사 이래 가장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매출은 5834억원, 영업손실 3925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손실 규모는 7452억원에 달했다. 그야말로 보릿고개다.
희망퇴직 실시, 일부 직영점의 일시 영업중단, 자율 무급 휴직 등 필사적인 자구책을 찾고 있지만 실적 악화의 근본적 원인인 관객 감소는 해결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극장이 부담해야 하는 임차료와 관리비 등 고정비는 그대로 나가고 방역비 부담도 고스란히 안고 있다. 그룹이라지만 계열사마다 처한 상황이 달라 실적 양극화가 뚜렷하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영향 지속으로 사업포트폴리오 실적 양극화 심화되고 있다”면서 “실적 부진 계열사들의 경우 유동성 확보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