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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Essay] 수원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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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1-02-03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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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Essay] 수원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이미지 확대보기
[WM국 김민정 기자] 빛의 온기를 따라 수원으로

‘어머니’라는 단어처럼 입술을 떼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것이 있다.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누구나 갖게 되는 ‘고향’이다. 고향 하면 자라면서 차곡차곡 쌓인 추억과 기억,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와 함께 당시의 풍경, 향내, 감정 등이 한데 섞인 아스라한 정경이 떠오른다.

수원은 그런 곳이다. 소중한 보물 상자처럼 고이 간직했다가 이따금 꺼내 보고 싶은 그런 곳이자 누군가 국내 여행지 중 단 한 곳만 추천해달라면 주저 없이 꼽고 싶은 곳. 그만큼 수원은 다른 곳과 비견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화성을 중심으로 화성을 이루는 4대문과 성곽을 따라 들어선 여러 성문이 자리한 역사 현장, 옛 시장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전통 시장과 수원의 대표 먹거리가 있는 통닭거리, 국내 최대 도심 속 호수공원을 자랑하는 광교호수공원 등 역사와 자연, 문화가 어우러져 관광뿐 아니라 살고 싶은 도시를 자부한다.

하지만 이에 더해 수원에는 달빛처럼 휘황한 빛이 긴 화성행궁을 따라 어둠을 밝히며 세상을 환하게 물들이는 감동적인 야경이 있다.

금빛 가루가 내려앉은 듯한 빛의 향연을 보노라면 등불의 아름다움을 새로이 정립하게 되고, 일순 수원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정조의 효심과 얼이 담긴 화성

수원역에서 차를 타고 10여분을 달리면 수원의 심장부이자 도시의 분위기, 문화, 경관 등 모든 것을 결정하는 화성행궁에 닿는다. 화성은 조선 제22대 왕인 정조가 축조한 것으로, 우리나라 성곽 중 가장 독보적인 건축물로 평가 받을 만큼 장엄한 면모를 갖추고 있다.

그 덕분에 1997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수원의, 나아가 우리나라 위상을 세계적으로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왜 정조는 당시의 수도인 한양이 아닌 수원에 화성을 지은 것일까. 정조는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명당으로 꼽히는 수원의 화산(지금의 경기도 화성)으로 옮기면서 그곳에 살던 백성의 삶의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팔달산 아래 신도시 화성(지금의 수원)을 계획했다.

그와 더불어 왕권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정치 공간을 만들겠다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서울과 남쪽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이자 상업 활동을 위한 도시로 수원을 택했다. 정조가 시도한 개혁의 상징이자 요체가 화성 건설이었다.

외세의 침입에 대비, 방어 시설을 구축하면서 백성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자 화성을 계획한 것. 정조는 자신이 추진하는 개혁과 관련된 사업을 다산 정약용에게 맡겼고, 다산은 거중기를 발명해 무거운 자재를 쉽고 빠르게 옮기면서 본래 10년 계획으로 추진한 화성 건설을 2년 10개월 만에 완성했다.

화성의 성곽 길이는 5.7km에 달하며, 4개 대문 장안문, 팔달문, 화서문, 창룡문과 이 밖의 성문, 포루 등으로 이뤄져 있다.

출발은 장안문, 화서문, 팔달문 등 화성을 이루는 어느 문에서 시작해도 상관없지만,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참배하기 위해 임시 거처로 삼은 화성행궁에서 그의 넋을 잠시나마 기리며 천천히 화성을 둘러보면 좋을 듯 하다.

화성행궁에서는 매일 오전 11시 신풍루 앞에서 무예 시범 공연을 선보이는데, 절도 있는 동작에서 호쾌하고 장중한 멋이 우러나온다. 다만, 지금은 코로나19로 임시 중단된 상태다.

[Travel Essay] 수원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화성이 품은 수원의 맛과 멋

화성행궁을 둘러본 다음에는 수원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서장대에 올라보자. 화성 성곽 사이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이 시선을 붙든다.

차가운 공기를 한 모금 머금고 새로운 한 해를 맞아 희망을 기원하며 효원의 종을 타종해봐도 좋다.

서장대에서 걸어서 5분 정도면 닿는 효원의 종은 팔달산 정상에 자리해 맑은 공기 속에 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져, 부산한 마음마저 닦아준다.

팔달산에서 내려와 화성의 4대문 중 남문이라고도 하는 팔달문은 쇼핑가, 전통 시장, 먹거리 등이 가득해 평일이나 주말이나 수원에서 가장 활기를 띠는 곳이다.

지금은 수원역사 주변에 대형 백화점이 들어서 많은 사람의 발길이 그곳으로 향하지만 시장 상인의 푸근함과 낮은 건물 사이로 보이는 팔달문의 전경은 다시금 발걸음을 옮기게 한다.

세련된 현대식 공간이 눈과 마음을 현혹해도 여전히 팔달문이 활기를 잃지 않는 이유다.

수원의 먹거리 하면 갈비와 통닭이 양대 산맥을 이루는데, 둘 중 하나만 맛봐야 한다면 단연 통닭이다.

큰 가마솥에 튀겨내 노르스름 한 황금빛 때깔부터 남다르고, 후각을 비롯해 온몸의 감각을 자극하는 고소한 튀김 냄새는 먹어보지 않고는 못 배긴다.

통닭 한 마리를 주문하면 모래집과 닭발 튀김도 함께 내어주는데, 이 맛있는 것을 함께 영접할 수 있어 축복일 따름이다.

뱃속을 든든히 채웠으면 다시 에너지를 소비하기 위해 창룡문까지 걷는다. 팔달문에서 창룡문까지는 20~30분이면 도착한다.

창룡문에 다다를 즈음이면 커다란 풍선 기구 같은 것이 눈에 들어오는데, 70~150m를 떠올라 수원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계류식 헬륨 기구 ‘플라잉수원’이다.

최근엔 인스타그램 등 SNS 입소문을 타고 젊은 20~30대 젊은 층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창룡문 바로 가까이에는 정조대왕이 군사의 훈련장으로 쓰기 위해 만들어놓은 지휘소 연무대가 있다. 병사들이 칼과 창, 활을 다루며 훈련한 이곳에서는 국궁, 활쏘기 체험을 하며 전통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Travel Essay] 수원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수원의 빛나는 밤

화성행궁에서 시작해 팔달문, 창룡문, 방화수류정, 화홍문, 장안문까지 온전히 걸으면서 화성 곳곳을 둘러보다 보면 화성에 깃든 정조대왕의 깊은 얼과 건축미, 자연을 품은 아름다운 경치를 제대로 탐미할 수 있다.

하지만 수원 여정의 대미는 해가 지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해가 빨리지는 겨울이면 저녁 6시 무렵부터 세상이 조금씩 어둠에 잠기는데, 화성 성곽을 따라 등불이 켜지면서 일순 세상이 찬연하게 빛난다. 잠시 말문을 잃게 할 경관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1796년 완공해 221년이 흐른 지금까지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이토록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지면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을까. 정조대왕은 화성을 완성하고는 4년 만에 세상을 떠나 신도시를 이루려는 이상을 실현하지 못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오늘날의 우리가, 앞으로의 후손이 그 이상을 누리며 영광을 이어받고 있다. 화성은 정조대왕이 자신의 젊은 날을 바쳐 우리에게 전하는 소중한 선물이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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