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과 네이버파이낸셜 등 28개사가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받았다. 카카오페이는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예비허가 심사가 지연되면서 본허가 명단에서도 빠졌다. 이에 따라 1500만명이 이용하는 카카오페이 자산조회 서비스도 중단이 불가피해졌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정례회의를 열고 28개사에 대해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내줬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날 본허가를 받은 28개사는 기존에 마이데이터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던 기업으로, 신용정보법령상 허가요건을 구비하고 있어 본인신용정보관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허가 배경을 설명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은행, 카드, 통신사 등에 흩어진 신용정보를 한곳에 모아 보여주고 신용·자산관리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다양한 협업 모델을 창출할 수 있어 금융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2대 주주인 중국 앤트그룹(알리페이)의 형사처벌 및 제재 이력을 확인받지 못해 본허가 심사에 들어가지도 못한 상태다. 현재 예비심사 단계에 있다. 앤트그룹은 카카오페이 지분 43.9%를 보유한 알리페이싱가포르홀딩스의 모회사다. 앞서 금융당국은 비바리퍼블리카와 카카오페이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필요한 서류를 보완해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서류를 보완해 예비허가를 받아낸 반면 카카오페이는 대주주 적격성 관련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다.
경남은행·삼성카드·하나금융투자·하나은행·하나카드·핀크 등 6개사는 대주주에 대한 형사소송·제재 절차 등의 이유로 때문에 예비허가 심사가 보류된 상황이다. 이중 삼성카드는 대주주인 삼성생명이 기관경고 중징계를 받으면서 당분간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가 어렵게 됐다. 신용정보업감독규정에 따르면 대주주가 기관경고 이상의 조치를 받으면 1년간 인허가가 필요한 사업에 진출할 수 없다.
네이버파이낸셜은 2대 주주인 미래에셋대우가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본허가 심사가 지연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래에셋대우가 지난 11일 네이버파이낸셜 보통주 10만9500주를 전환우선주로 변경해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지분율을 종전 17.66%에서 9.5%로 낮추면서 심사를 통과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10% 이상 소유한 경우 이뤄진다.
이번에 본허가를 받은 28개사는 오는 8월 4일까지 표준 API를 구축해 본격적으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그 전까지는 기존 ‘스크린 스크래핑 방식’을 혼용한다. 금융위는 “마이데이터 사업자를 통한 금리인하 요구권, 정보삭제·정정의 대리행사로 적극적인 정보 자기결정권 행사 기반이 조성되고 더욱 체계적인 자산관리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존에 마이데이터 사업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해왔더라도 내달 5일부터 본허가를 받지 못한 회사는 서비스 운영이 제한된다. 카카오페이의 자산조회 서비스 역시 중단 위기에 놓였다. 금융위는 “허가를 받지 못한 기업에 대해서는 마이데이터 허가기업과의 제휴, 서비스 개편 등을 통해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마이데이터 산업이 원활히 안착할 수 있도록 마이데이터 정보 제공 범위, 안전한 데이터 전송 방식, 소비자 보호방안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내달 중 배포할 예정이다. 새로 진입하려는 기업들을 대상으로도 오는 3월부터 예비허가 절차를 시작할 계획이다.
‘대주주 리스크’로 마이데이터 심사가 중단되는 기업들이 잇달아 나오면서 금융권 일각에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금융사에 대한 소송·조사·검사 등이 진행 중인 경우 인·허가와 대주주 변경승인 심사절차를 중단할 수 있다. 법 위반 혐의만 있어도 심사가 중단돼 당장 영업에 제동이 걸리는 만큼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있었다. 금융당국은 심사중단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