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초저금리 시대도 맞이했다. 따라서 은퇴설계에서 가장 기본은 수입이 발생하는 지금, 노후자금의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은퇴자금 마련에도 나름의 원칙이 있다.
01. 수익률과 리스크를 함께 고려하라
연금 투자의 목표는 어디에 두어야 할까? 많은 사람들은 그 답을 단순히 수익률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투자를 할 때는 반드시 리스크도 함께 봐야 한다. 투자자들은 각자 리스크를 감내하는 수준이 다르다. 투자 지식이나 경험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고, 투자 가능한 기간도 다르다.
또한 투자 자산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변동성을 참을 수 있는 정도도 가지각색이다. 이를 먼저 명확하게 파악하고 난 후 투자 대상 자산을 정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씨가 연금 자산의 50%를 국내 주식형 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려고 생각 중이라고 하자.
그는 현재 직장에서 10년 이상 더 근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A씨는 이 투자를 진행해도 될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투자 기간에 대한 리스크부터 파악해 봐야 한다. 그는 퇴직까지 10년 이상의 기간이 남아 있으므로 투자할 수 있는 기간도 그 정도로 판단할 수 있다.
그 다음은 위험 감내 수준을 검토해야 한다. 편의를 위해 김철수 씨가 크지 않은 원금 손실 가능성은 참을 수 있다고 가정할 때, 이후 해야 하는 것은 그가 고려하는 투자안 자체의 리스크와 기대수익률을 판단해보는 일이다.
02. 궁극적으로 수익률 높이려면 변동성 관리를
투자에서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손실 없이 이익만 발생하는 경우겠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기대수익률이 비슷할 때 장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그 해법은 변동성 관리에 있다.
매해 수익률의 산술평균이 5%로 같은 두 가지 투자안 A와 B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A는 상승할 경우 +20%, 하락할 경우 -10%의 수익률을 보여주는 변동성(표준편차)이 15%인 투자안이다.
B는 상승과 하락 폭이 각각 +40%, -30%로 35%의 변동성을 가지고 있다. 최초 투자금액이 1,000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30년이 지난 후의 투자 성과는 어떻게 될까? 변동성이 15%인 A의 투자 성과는 3,172원이 된다. 그러나 변동성이 35%인 B투자안은 739원이다.
여기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초장기 투자 상황에서 변동성이 큰 투자안은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다 줄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따라서 연금 자산을 운용할 때 분산 투자를 통해 변동성을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03. 글로벌 우량자산에 편입하라
연금 자산 운용은 리스크 관리와 장기 수익률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는 긴 여정이다.
그리고 이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시장 변동성을 극복하면서 꾸준하게 성장할 글로벌 우량자산을 연금 자산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21세기를 대표하는 사회•경제적 트렌드는 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혁신이다.
이 메가 트렌드는 수십년간 명확한 방향성을 보이며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의 경우 전 세계 주요국의 경제성장 둔화, 저출산, 수명 연장 추세와 함께 장기적으로 진행 중이다.
글로벌 메가 트렌드와 연관된 자산은 시장 변동성에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장기간의 트렌드에 상응하는 장기 성장을 안겨줄 것이다.
2010년대 이후 글로벌 신경제를 상징하는 기업인 아마존, 애플 등의 주가 상승이 그 대표적 사례다.
두 기업의 주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대확산에 따른 시장 충격을 극복하면서 20년 동안 각각 128배, 91배씩 상승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ETF의 경우 경제의 핵심 트렌드를 잘 추종하면서도 개별 기업 투자의 위험을 어느 정도 분산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또 꾸준하게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글로벌 리츠 등에 투자하는 것이 방안이 될 수 있다.
04. 자동 투자 상품 활용을 적극 활용하라
투자를 할 때는 자산배분, 투자자 연령에 따른 포트폴리오 조정 등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스스로 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 중 첫 번째로 맞닥뜨리게 되는 어려움은 연금 상품의 종류가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수많은 펀드를 일일이 검토할 시간이 없을뿐더러, 전문적으로 상품 판단의 기준을 세우는 것도 쉬운 작업은 아니다. 어찌어찌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고 해도, 펀드들이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펀드를 교체해줘야 하는 숙제가 남는다.
또 주기적으로 위험자산의 비중을 재조정(리밸런싱)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결정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지식과 노력,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연금 가입자들이 노후자금을 원리금 보장 상품에 맡겨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처음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여러 정보들을 살펴 몇 가지 의사 결정을 신중하게 내리고, 이후부터는 관리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금융 상품, 이른바 자동 투자 상품을 활용하면 된다.
최근 금융기관에서 많이 판매되고 있는 TDF(Target Date Fund), 랩어카운트(Wrap Account), MP(Model Portfolio) 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05. 연금 인출기에도 투자를 고려해야
연금을 인출하는 시기에는 절대 원금 손실이 일어나면 안 되므로 원리금 보장 상품만 운용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 많다.
지금같이 구조적인 초수명•초저금리 시대만 아니라면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는 하다.
하지만 초수명 시대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며, 그 때문에 연금 인출기간 자체가 길어질 것이라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초저금리 역시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한국 경제의 저성장과 정부 부채 증가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마저 길어지고 있어서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변동성을 적절하게 관리하면서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대안일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예금 이자 이상의 현금흐름이 꾸준하게 발생하는 인컴형 자산 등의 편입을 생각해볼 수 있으며,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어렵다고 느낀다면 TIF(Target Income Fund) 등의 금융상품을 활용하면 된다.
TIF는 현금 흐름이 발생하는 채권, 리츠(REITs), 배당주 등에 자동으로 자산 배분을 하는 상품이며, 예금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지만 어느 정도 안정적인 변동성을 나타내는 특성이 있다. 자산 가격이 변하더라도 배당금이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