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전 조정을 보이다가 막상 투표일이 코앞에 닥치자 주가지수가 크게 오르고 있다.
지난 10월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코스피지수는 2,300선을 내주고 2,267.15로 미끌어졌다. 10월 12일 2,403.73까지 올랐으나 월말 종가는 고점에 비해 6% 남짓 하락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연이틀 주가지수는 크게 올랐다. 2일엔 33.01p 오르면서 2,300.16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2,300선 탈환에 성공한 주가는 이날은 장중 40p 이상 뛰면서 2,300대 중반을 노리기도 했다.
지난달 마지막 날 주가가 급락할 때 기관과 외국인이 팔고 개인이 1.4조원 이상 순매수했다. 주가가 오르는 11월의 이틀 동안은 기관과 외국인이 사고 개인이 팔고 있다.
■ 숨 죽이다가 스프링처럼 튄 주가...미국 경기부양 기대감에 점프
미국 대선 이후 상황이 주식시장엔 호재, 채권시장엔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꽤 많은 편이었다.
바이든이 되든, 트럼프가 되든 미국의 경기 부양책이 나올 수 밖에 없고 이는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재료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달엔 부양책 규모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야당인 민주당의 갈등이 이어지면서 주식시장이 긴장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이후 막상 선거가 코앞에 닥치자 아시아 주가가 뛰고 있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경기 부양에 나선다는 기대감 등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그간 조정을 받았기 때문에 대선 직전 반등하고 있다는 진단들도 적지 않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매니저는 "그간의 조정, 그리고 경기부양 기대감에 어제, 오늘 주가가 크게 뛰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주식매니저는 "판단하기가 만만치 않다. 블루 웨이브에 따른 경기 부양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른다고 볼 수 있으나 대선 후에도 불확실 요인이 계속 될 수 있어 쉽게 장세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누가 당선이 되느냐와 함께 이번 선거가 얼마나 깔끔하게 끝날지가 더 중요하다는 관점도 존재한다.
바이든이나 트럼프 모두 선거 결과에 승복하고 경기 부양에 힘을 쏟게 된다면 주식시장에 추가적인 상승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사람이 나오고, 이로 인해 정치적 갈등이 깊어지면 주식시장의 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
현재로선 바이든이 이기되, '확실한' 승리를 거두지 못할 경우의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가 큰 것으로 평가 받는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우편투표 참여자 중 상당수가 민주당 지지자이며, 선거일 이후에 도착한 우편도 유효한 주가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11월 셋째 주까지도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대선이 큰 표차로 판가름 나면 이번 선거가 일시 변수였다는 것을 고려하면서 주가가 재차 상승 추세를 회복할 수 있다"면서 "노이즈 기간이 길어진다면, 불편하지만 저점 매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 여전히 숨죽이는 채권
채권가격은 연이틀 속락한 뒤 이날은 반등에 제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간밤 미국채 금리가 그간 금리가 오른 데 따른 반발로 강세를 보였으나 국내 시장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호주 중앙은행이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1%로 15bp 내리고 양적완화를 강화했으나 시장은 미국 이벤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틀간 3년, 10년 선물을 순매도하던 외국인은 장기 선물을 대거 사면서 태도를 바꿨다. 이에 따라 수익률 곡선이 눌리고 있으나 채권의 강세폭은 제한적이다.
채권시장에선 여전히 바이든 당선 가능성이 높아 조심스럽다는 평가가 많다. 바이든 당선시 경기부양 규모가 커질 수 있어 공급 부담에 따른 미국채 금리 상승을 우려하는 것이다.
또 시장을 좀더 비관적으로 보는 쪽에선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어차피 재정부양은 피할 수 없다면서 조심스러워 하기도 한다.
최근 3년 금리가 1%, 10년 금리가 1.6%로 오른 것을 두고 과도하다거나 가격 메리트를 거론하는 시각도 많다. 다만 적극적인 저가매수에 나서는 데는 조심스런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기본 구도는 바이든 숏, 트럼프 롱"이라며 "바이든, 트럼프 모두 채권 공급 확대에 따라 숏 요인으로 보기도 하나 최근 금리 급등이 과도했기에 트럼프가 이기면 금리가 급속히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아울러 미국 대선과 관련해 여러가지 불확실 요인이 있어서 미리 대응하기 싫어하는 상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바이든 당선과 민주당 상원 장악시의 채권 물량 부담 강화, 어느 일방의 아슬아슬한 승리 시 불복에 따른 정치적 불안 가능성, 대선 결과가 확정될 때가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위험성 등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이 오늘 10년 선물을 대거 사고 있지만, 장은 별로 강해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확실한 결과를 보고 싶어한다. 가볍게 접근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여전히 채권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바이든 당선과 상하원을 전부 독식하는 것"이라며 "이 경우 미국시장의 물량 부담 여파가 국내에 미칠 여파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쪽으로 판세가 기울었다고 하지만, 독단적인 캐릭터인 트럼프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는 점 역시 변동성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자료: 하나금융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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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