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앱(APP)으로 자산관리가 가능한 시대가 열리면서 고객을 지키고, 뺏으려는 '고객 붙들기'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 '원픽앱, 나야 나' 기능 고도화 나선 은행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오픈뱅킹 이후 자체 모바일 뱅킹앱 UI/UX(사용자인터페이스/사용자경험)와 기능을 앞다퉈 업그레이드하고, 자산관리 부분도 강화해 왔다.
오픈뱅킹은 표준화된 오픈 API(응용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개방형 금융결제 인프라다. 2019년 10월 은행권 공동으로 시범서비스를 시작했고, 같은 해 12월에 핀테크 기업까지 전면 시행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은행이든, 핀테크 기업이든 하나의 앱만 있으면 다른 은행 계좌를 등록해 조회하고 이체할 수 있다. 말그대로 '원픽앱(one pick app)'으로 선택받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실제 은행권에서는 오픈뱅킹 초기 경품 이벤트, 전용 금융상품 도입 등으로 경쟁이 붙었다. 이후 최근에는 서비스 부문에서 차별화를 시도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KB국민은행은 2016년 9월 출시한 통합자산관리 앱인 'KB마이머니'를 고도화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서비스 개편으로 오픈뱅킹 등록 계좌의 데이터를 반영해 전체 자산 증감, 자산현황, 소비패턴에 대해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10월 모바일 플랫폼 '쏠(SOL)'에 PFM(개인자산관리) 서비스인 'My자산’을 오픈했고, 12월에는 타은행 거래에서도 ‘간편앱출금’, ‘꾹이체’, ‘바로이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업그레이드 하며 선제적으로 나선 바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올해 8월 모바일금융 앱 '뉴 하나원큐'를 선보였다. 기존의 계좌이체와 해외송금, 오픈뱅킹을 통해 다른 은행에서 보내는 송금은 물론 '차용증 송금', '내 마음 송금', '글로벌페이 송금' 등 송금방식이 다양해졌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오픈뱅킹 도입성과와 발전방향' 리포트에서 "오픈뱅킹 시스템 도입은 은행 간 수신 경쟁을 제한적이지만 유의미하게 자극하는 촉매제 역할을 수행했다"며 "기존 핀테크 사업자의 수수료 부담을 절감해서 사업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고 진입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춘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오픈뱅킹 구조 / 자료= 금융위원회(2019.12.18)
이미지 확대보기오픈뱅킹은 첫 걸음이고 시행 이후 제도적 뒷받침은 계속되고 있다. 일단 올해 7월 데이터 3법인 개정 신용정보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곧 마이데이터(MyData, 본인신용정보관리업) 허가가 예고돼 있다.
지급결제 부문에서는 전자금융거래법 전면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오픈뱅킹도 제 2금융권 등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고 제공 API를 추가하는 내용이 검토 대상이다.
오픈뱅킹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수수료, 데이터 상호접근성 등에서 모든 플레이어에게 호혜적인 개방적 플랫폼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 데이터가 개방되면서 정보비대칭이 해소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확실히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라며 "언택트(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금융거래를 통합하는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로 확장을 목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희수닫기정희수기사 모아보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오픈뱅킹의 도입과 향후 과제' 리포트에서 "오픈뱅킹 도입으로 금융소비자의 편익이 높아지고 제판(제조와 판매) 분리가 가속화된다"며 "오픈뱅킹 성공요인은 다수의 고객 보유, 높은 사용빈도, 이용 편의성과 간편성 등에 있고, 시간 점유(time share)가 경쟁력의 중요한 지표"라고 제시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