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silver)’는 원래 ‘은, 은색, 은화’의 의미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은퇴를 앞둔 노인이나 노년’을 지칭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노년층을 실버라고 지칭하는 이유는 아마 나이가 들면 머리가 하얗게 세기 때문일 것이다.
‘실버 산업(silver industry)’은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조․판매하거나 제공할 목적으로 하는 사업을 말하는데 이는 ‘고령 산업’ 또는 ‘은퇴 산업’으로 뒤치면 좋지 않을까 싶다. 이 밖에도 ‘실버 비즈니스(silver business)’는 ‘경로 사업’, ‘은퇴사업’으로,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불편한 노인을 도와주는 ‘실버 시터(silver sitter)’는 ‘어르신 도우미(돌보미)’, ‘경로 도우미(돌보미)’로, ‘실버 존(silver zone)’은 ‘노인 보호구역’으로, ‘실버타운(silver town)’은 ‘은퇴(자)마을’, ‘경로마을’, ‘노인마을’, 고령자마을‘ 등으로 쓰면 의미 전달이 더 쉽지 않을까.
노인이나 경로, 노년, 어르신과 같은 우리말보다 ‘실버’를 더 많이 쓰는 이유는 사람들이 노인이라는 말을 꺼리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요즘은 누구나 조금이라도 더 어려 보이려 노력한다. 더구나 본래 실버의 의미라고 할 수 있는 머리가 하얗게 세는 건 나이와 별 상관이 없다. 젊은 사람 중에도 머리카락이 하얗게 센 사람이 적지 않다. 더구나 검은 머리를 하얗게 물들이기도 하고 하얀 머리를 검게 만드는 것도 쉽기 때문이다. ‘실버’라는 말은 문맥에 따라 ‘경로, 어르신, 노인, 고령(자), 노년층, 은퇴(자)’ 등으로 쓰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
※ 한국금융신문은 국어문화원연합회와 '쉬운 우리말 쓰기' 운동을 함께 합니다.
황인석 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