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cut)!”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외치고 싶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 감독이 외치는 ‘컷!’. 얼마나 자신감 넘치고 멋있는가. ‘자르다, 잘라내다’ 등의 뜻으로 쓰이는 ‘컷’은 엉화나 방송에서는 ‘촬영을 멈추라’는 뜻이다. 신문사에서 화백이나 삽화 그리는 사람에게 ‘한 컷 그려 달라’고 말할 때는 ‘삽화’를 의미한다.
경제용어로는 ‘로스컷(loss cut)’, ‘빅컷(big cut)’이 있다. 로스컷은 주식의 가격이 앞으로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여 보유 주식을 매입 가격 이하로 손해를 감수하고 파는 것을 말한다.
즉, 손절매이다. 손절매는 이미 주식시장에서도 많이 쓰는데 아쉽게도 일부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로스컷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손절매 주문이 많이 나오면 주가가 급락하고 주식시장 안전장치가 발동될 수 있다.
또 ‘한국은행 ‘빅컷’ 나서나’ 같은 ‘빅컷’이라는 말이 들어간 기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빅컷’은 ‘크게 깎는다, 크게 내린다’는 의미로, 한국은행이 금리를 대폭 인하하는 것을 말한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그것도 대폭으로. 한 국가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조정할 때는 대개 0.25%포인트 정도를 올리거나 내리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경제 사정이 급속히 나빠지자 경기 부양을 위해 0.5%포인트 이상 인하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0.5%포인트 내리는 게 과거에는 대폭 인하라고 할 수 있었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그 정도로는 ‘대폭’이라고 하기에는 걸맞지 않은 느낌이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잡히고 경제 상황이 좋아져서 금리를 대폭 올리는 날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
국립국어원은 ‘빅컷’을 ‘금리 대폭 인하’로 쓸 것을 권유하고 있다.
※ 한국금융신문은 국어문화원연합회와 '쉬운 우리말 쓰기' 운동을 함께 합니다.
황인석 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