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은 평균 49.5세에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비해 국민연금을 받는 시기는 현재 62세에서 2034년까지 65세로 늦춰질 예정이다. 소득 크레바스 구간이 오히려 더 벌어지는 상황이다.
2028년까지 750만명 크레바스 직면…베이비부머 은퇴시작으로 ‘설상가상’
지난 5월, 하나금융그룹 100년 행복연구센터가 발표한 생애금융보고서 ‘대한민국 퇴직자들이 사는 법’에 따르면 우리나라 퇴직자들은 생활비로 평균 월 252만원을 지출한다.
이는 퇴직 전과 비교해 약 28.7% 줄어든 액수다. 또 3명중 2명은 생활비를 28.7% 줄었다. 소위 말하는 ‘괜찮은 생활수준’을 위해서는 월 4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퇴직자들은 국민연금 받기까지 평균 12.5년의 소득 크레바스(절벽)에 놓여있게 된다.
더욱이 올해 1955년생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750만명이 순차적으로 65세에 들어선다. 현재 노인인구 전체(803만명)에 맞먹는 인구가 노인으로 유입된다는 뜻이다.
매년 쏟아지는 은퇴자만 해도 60만~80만명에 달한다. 제주도 인구(60만명)에 맞먹는 은퇴자가 새로 생겨나는 셈이다.
본격적인 연금 수령도 시작됐다. 베이비부머 상징 격인 ‘58년 개띠’ 75만명이 올해 62세가 되며 국민연금을 받는다. 하지만 노후 대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통계청 발표 자료를 봐도 그렇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구주가 50대인 집의 순자산(총자산-부채)은 4억 24만원이었다.
노후생활 기간(30년), 월 적정 생활비 등을 감안하면 6억 3,000만원이 필요한데 2억 3,000만원 부족한 실정이다.
게다가 직장을 떠나는 나이대는 빨라졌다. 정년이 60세라지만 명예퇴직 등으로 50대 중반에 퇴사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은 2019년 기준 평균 50세에 주된 일자리(가장 오랜 기간 종사했고, 가장 높은 수준의 소득을 거둔 직장)에서 퇴직한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로 기업 경영이 어려워지고 자영업자 소득이 감소하며 베이비붐 세대 은퇴 시점이 더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국민연금 수령 시기가 현재 62세에서 2030년까지 65세로 늦춰진다. 이 경우 급여나 사업소득은 끊겼는데 연금이 나오지 않는 소득 크레바스는 10년 이상 길어질 수 있다.
퇴직자 절반은 다시 일터로… 은퇴 생활비에 대한 불안은 늘 커
물론, 경제적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다면 큰 문제는 없다. 우리나라 50대 이상 퇴직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한 하나금융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퇴직자 중 절반(55.1%)은 재취업(37.2%)이나 창업(18.9%)을 통해 다시 일터로 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취업자 역시 64.8%는 경제활동을 준비하는 취업 대기자다. 퇴직 당사자뿐만 아니라 배우자도 절반 이상(58.6%)이 일을 하고 있어 부부 경제활동 비중은 84.8%로 높아진다.
경제활동중인 가구의 수입은 평균 393만 7,000원이다. 맞벌이는 평균 월 513만 9,000원, 외벌이는 월 331만 5,000원으로 나타났다.
당장은 일을 하지만 생활비에 대한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다. 36.4%는 일을 그만두면 당장 또는 1년 이내에 형편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걱정을 안고 있다. 이에 퇴직자들 중 67.2%는 언젠가 금융자산이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노후 대비를 제대로 해놓지 않으면 50대 이상 퇴직자에게 은퇴는 ‘기쁨’이 아니라 ‘불안’이 된다”며 “다양한 연금상품으로 철저하게 준비해야 욜드로서의 삶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