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새로 나온 보험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오래 전 혹은 특정 시기에 출시된 보험 보장이 현재의 상품보다 좋은 경우가 있는 만큼 이를 해지했을 때 잃는 게 무엇인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의료비 100% 보장’하는 (구)실손보험
실손의료보험은 가입자가 질병, 상해로 입원하거나 통원치료를 받는 경우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보험회사가 보상해주는 상품이다.
실손의료보험에서 보상해주는 금액은 국민건강보험의 급여 항목 중 본인부담액과 비급여항목의 합계액에서 자기부담금을 공제한 금액이다.
하지만 모든 실손의료보험이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해주지 않는 치료비를 전부 보상해주는 것은 아니다. 2009년 10월 이전에 가입한 실손보험이 그 대상이다.
2003년 9월 이전에는 손해보험회사에서만 실손의료보험을 판매했는데, 이때는 국민건강보험 적용 여부와는 관계없이 총 의료비를 기준으로 보상을 해줬다. 따라서 일명 ‘(구)실손보험’의 보장 비율은 100%다.
통원치료는 의료비 5,000원 이상이면 보상이 가능하다. 입원·수술 시에도 자기부담금이 없다. 때문에 2009년 10월 이전에 가입했다면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실손의료보험은 입원의 경우 최대 5,000만원까지 보상해주고, 보상금액을 지급할 때 자기부담금을 일부 뗀다.
자기부담금은 급여 부분은 10%, 비급여 부분은 20%, 통원은 1만원을 뗀 남은 금액만 보상해준다. 자동차보험이나 산재보험으로 처리한 의료비도 50%만 보상해준다.
암보험, 갑상선암도 일반암만큼 진단비 지급
또한 보험회사는 일반암과 유사암으로 분류해서 암진단보험금을 지급한다. 그리고 일반암 중 다시 소액암을 구분해 보험금을 차등 지급하기도 한다.
보통 보험회사는 일반암 진단을 받은 가입자에게는 암진단보험금을 100% 지급하지만, 유사암이나 소액암 환자에게는 보험금 중 일부만 지급한다. 문제는 암보험 가입 시기에 따라 암을 분류하는 기준이 달랐다는 데 있다.
갑상선암이 대표적이다. 2005년 이전만 하더라도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암보험 가입자는 암진단보험금을 100% 받았다. 그런데 진단 기술이 발달하고,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갑상선암환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2006년부터 보험회사는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갑상선암을 유사암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유사암 진단을 받으면, 일반암의 10~20%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수령하게 된다.
갑상선암과 같은 이유로 보험회사는 2009년부터 유방암, 자궁암, 전립선암, 방광암과 같은 남녀생식기암을 소액암으로 분류하고 있다.
소액암으로 진단을 받으면 일반암 환자가 받는 진단보험금의 10~40%만 받을 수 있다. 결국 오래된 암보험일수록 더 많은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뇌출혈과 함께 뇌경색까지 보장해주는 질병보험
암과 함께 한국인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뇌혈관질환과 심장질환을 들 수 있다. 그래서 보험에서 암을 제외한 2대 질병으로 뇌졸중과 급성심근경색을 꼽고 있다. 이 중 문제가 되는 것은 뇌졸중에 대한 보장이다.
뇌졸중이란 뇌출혈과 뇌경색을 합쳐서 얘기한다. 허혈성 뇌졸중으로 불리는 뇌경색은, 뇌의 혈관이 막혀 혈액 공급이 차단돼 뇌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뇌 혈류 감소가 일정 시간 이상 지속되면 뇌 조직이 괴사돼 반신불수,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연하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고,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보다는 막히는 뇌경색이 발생 빈도가 높다. 전체 뇌졸중에서 뇌경색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정도 된다. 그런데 현재 생명보험사에서는 뇌경색까지 보장하는 상품을 찾기가 어렵다.
대부분 출혈은 보장하고 뇌경색은 보장하지 않는다. 발생 빈도가 높은 뇌경색까지 보장하려면 보험료 부담이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3년 이전에는 2대 질병 보장특약에서 뇌출혈과 함께 뇌경색도 보장해줬다. 당시 가입한 보험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
저축성보험, 제로금리시대에도 5~7% 고금리
저축성보험도 섣불리 해지하면 후회할 수 있다. 특히 과거 고금리 시절에 가입한 저축성보험이 있다면 장기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나온 연금보험, 저축보험은 5~7%대의 고정금리를 지급하는 상품이 대부분이다. 이시기 저축성 상품들은 최저보증이율 역시 3% 이상이다.
요즘 판매되고 있는 연금보험이나 저축성보험은 대부분 변동금리 또는 변액보험이다. 지금처럼 제로금리 시대에 변동금리 상품은 매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
간혹 보험사에서 납입기간이 끝났거나 목돈마련 등의 이유로 과거 고금리 상품을 해지하도록 권유하기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이 상품들은 지금보다 고금리인 만큼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유리하다는 평가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