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이 그리는 모양들은 혼자가 아님을 이야기한다. 무엇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위하여 말로 하지 못하는 그것을 그림으로 그린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기 보다는 누군가와 함께하고 있다는 것에 더 큰 무게를 둔다.
십장생(十長生)을 오늘에 그린 것은 과거나 현재나 삶에 대한 애착과 애환과 행복추구의 영역이 같은 길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고운 정감이 있다. 옛이야기의 한 대목을 듣는 것 같은 소담한 이야기가 함께한다. 바다 깊은 곳의 거북과 심산유곡(深山幽谷)의 사슴은 동질의 것으로 김소연이 바라보는 세상이다. 혼자가 아니라서 좋은, 혼자일 수밖에 없는 오늘의 이야기가 된다.
전시제목으로는 상사지(相思只)라는 명제가 붙어있다. 화가 스스로 ‘단지사랑’이라 번역했다고 한다. 그녀의 작업노트에 적혀있는 상사지(相思只)에 대한 이야기는 “기억에 남지 않는 순간들은 모두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 그 순간들은 모두 ‘지금’의 순간이 이었음에도 그 모든 순간을 기억에 기록하지 못하는 우리는 그래서 더 ‘지금’에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 그래서 오로지 ‘지금’일 뿐인 소중한 지금 이순간은 찰나의 유일한 순간이며, 오직 지금 한순간에서만 온전할 수 있다.
이 온전한 지금의 순간이 또 지나고 나면 기억이라는 그물에 걸리는 몇몇 컷만이 짧게 남을 뿐이라 나머지 기억되지 못하고 잊어지고 흘려버릴 억만 겁의 순간들이 벌써 아쉽고, 아련하고, 그립다.”고 적혀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매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는 우리는 이미 과거와 미래를 함께하는 시간들이다고 적혀있다. 그래서 전시의 부제로 <기억의 숲>이라는 명제를 두었다.
김소연의 기억에는 누군가와의 삶이 함께한다. 가족이거나 잊혀 진 누군가이거나 잊혀지기 시작하는 무엇에 대한 그리움이다. 한 다발 내밀고도 잔상으로 남은 내 마음들을 꽃다발에 잔뜩 심어도 보았고, 그렇게 그린 그림을 들고 있는 솔직한 내 모습도 그려보았고, 그렇게 꺾어다줄 꽃들로 온통 가득한 꽃밭도 그려낸다.

김소연作. 기원(pray). 112.1×162.2cm. Acrylic on canvas. 2019
생경한 마음, 처음 느껴보는 감정들, 낯선 공간, 어색한 만남 등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그림들이다. 낯선 것을 만나면 편리해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익숙해지고자 노력하는 어제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곁들임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것이 ‘단지사랑’이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김소연의 <기억의 숲, 상사지장생도(相思只長生圖)> 작품은 7월 24일부터 7월 30일까지 삼청동 정수아트센터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창선 기자 csle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