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ERCG 홈페이지
서울고등법원 제6형사부(오석준 부장판사)는 1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및 수재)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의 사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화투자증권 직원 A씨와 이베스트투자증권 직원 B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와 B씨에 대해 각 200시간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A씨와 B씨는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역외 자회사인 CERCG캐피탈의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한 유동화어음(ABCP)을 국내 증권사들에 판매하면서 CERCG로부터 52만5000만달러(약 6억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2018년 5월 CERCG의 역외 자회사인 CERCG오버시즈캐피탈이 발행하고 CERCG가 보증한 3억5000만달러 규모의 달러 표시 채권이 만기 상환되지 않았다. 그레이스 피리어드(Grace Period·상환유예기간)까지 원리금이 들어오지 않아 이 채권은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났다.
이에 따라 CERCG의 또 다른 자회사인 CERCG캐피탈의 1억5000만달러 규모의 달러 표시 채권도 만기 상환되지 못했고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국에서 발행된 ABCP(금정 제12차)까지 크로스 디폴트(Cross Default·동반 채무불이행)에 빠졌다. 이 ABCP 역시 CERCG가 보증했다.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해당 ABCP를 1645억5000만원어치 인수해 판매를 주선했다. 현대차투자증권(500억원), BNK투자증권(200억원), KB증권(200억원), 유안타증권(150억원), 신영증권(100억원), KTB자산운용(200억원), 골든브릿지자산운용(60억원), 부산은행(200억원), KEB하나은행(35억원) 등 금융회사 9곳이 이를 매입했다.
검찰은 A씨와 B씨가 뒷돈을 받은 대가로 어음을 무리하게 유통시켰다고 봤다. CERCG캐피탈은 B씨 가족이 실소유주인 페이퍼컴퍼니 명의 외환계좌로 52만5000달러를 송금했고 A씨와 B씨는 각각 2억2748만원, 3억3794만원을 나눠 가졌다.
지난 1월 1심 재판부는 검찰 증거만으로는 직무에 관해 금품을 수수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항소했고 항소심에서 배임 공소사실을 추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배임을 주로 판단했는데 이에 대해 심리한 결과 유죄를 판결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피고인들에 형을 가함에 있어서는 피해자들이 한화투자증권, 특히 배임 부분에 대해 특별히 고소하는 바가 없고 일부 금액을 공탁한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실형 선고를 하지 않고 집행유예 선고를 하는데 피고인들의 잘못이 모두 회복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피고인들에게 일정 시간의 사회봉사도 같이 명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