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손보사들은 저마다 운전자보험 보장 범위를 대폭 확대하며 가입자 확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4월 한 달만 가입 70만건… 1년 전보다 277% 늘어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 6곳이 지난 4월 한 달간 판매한 운전자보험 신계약 건수는 72만 311건으로 나타났다.
전년도 같은 달 신계약 건수가 19만 766건이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무려 277.58% 증가한 수치다. 앞서 올 3월에도 27만 9,280건의 신계약이 체결되면서 단 2개월 만에 100만건에 달하는 운전자보험이 판매됐다.
운전자보험은 교통사고 발생 시 부과되는 벌금과 교통사고 합의금, 변호사 선임비 등 형사적 책임을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다만, 대인·대물배상 등 민사상 책임을 보장하는 자동차보험과 다르게 의무가입 대상은 아니다.
이같은 계약 급증은 민식이법 영향으로 해석된다.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르면 스쿨존 내 제한속도(시속 30㎞) 위반으로 어린이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어린이 사망 시에는 3년 이상 징역에서 최고 무기징역까지 처벌 받을 수 있다. 이에 경미한 사고에도 고액의 벌금 등 강한 수위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공포감과 경각심이 커지면서 민식이법 시행 전후인 3~4월 동안 많은 운전자들이 그동안 등한시하던 운전자보험을 찾게 된 것이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개학이 다가오면서 운전자보험에 대한 문의가 많아졌다”라며 “그간 운전자보험은 의무가입이 아닌 임의 보험이었으나, 이제는 필수가입 보험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 등 벌금 한도 1,000만원 상향
이처럼 운전자보험에 수요가 급증하자 보험사들은 너나 할 것이 없이 벌금 보장 한도를 상향하는 등 기존보다 보장 범위를 확대한 운전자보험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일단 벌금 최대 보장 한도를 기존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였다. 민식이법에서 명시한 최고 벌금(3,000만원)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또 운전자보험에 대한 사고처리지원금 한도 확대, 경미한 사고 보상 등 보장을 확대했다.
KB손해보험의 신상품 ‘KB운전자보험과 안전하게 사는 이야기’는 자동차사고로 부상등급 1~7급 상해를 입으면 이전까지 낸 보장보험료를 돌려준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삼성화재는 운전자보험에서 뇌출혈, 장기손상을 보장하고 골프보험 기능까지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
DB손해보험 ‘참좋은 운전자보험’은 그동안 보장이 어려웠던 전치 6주 미만 사고에도 교통사고처리지원금을 300만원 지급하는 특약을 내놨다. 해당 보장은 DB손해보험이 유일하다.
현대해상은 교통사고처리지원금 한도를 기존 5,000만원에서 최대 2억원으로 상향하고 민·형사 법률손해비용은 기존 500만원에서 최대 4,000만원까지 늘렸다.
월 990원 상품도 등장
보험료를 낮춘 보험사도 나왔다. 온라인 전업 손보사 캐롯손해보험은 지난 1월 월 990원으로 가입하는 ‘캐롯 990 운전자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보험료는 가입금액과 보장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부분 운전자보험 보험료 평균은 월 1만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교통사고 처리지원금 3,000만원과 벌금 2,000만원, 변호사 선임비용 500만원 등 월보험료 대비 보장 수준이 우수하다.
한화손해보험도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월 2,500원으로 가입 가능한 ‘한화 OK2500 든든 운전자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보사들이 민식이법을 겨냥해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면서 그간 월평균 10만건에서 20만건 수준이던 운전자보험 신계약 건수가 대폭 늘어났다”며 “다만 가격이 저렴할수록 보장범위나 금액도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핵심 보장 범위 꼼꼼히 살펴봐야
한편 운전자보험은 당연히 중복 보장이 안 된다. 즉 1인당 한 개 운전자보험에만 가입할 수 있다. 때문에 새로 운전자보험에 가입하기 전에는 반드시 핵심 보장 여부를 꼼꼼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민식이법이 시행된 만큼 벌금 3,000만원을 보장해주는지 여부는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교통사고 처리 지원금은 보통 1억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각 사 상품마다, 또 가입금액마다 보장 범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크게는 벌금, 교통사고 처리 지원금, 변호사 선임 비용 등 3가지를 따져봐야 한다”면서 “이 외에도 입원일당 지급금액, 입원 후 보험금 지급 시점 등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특약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운전자보험에 반드시 가입할 필요는 없다. 기존에 들었던 자동차보험에서 ‘법률 지원 특약’을 추가로 드는 것도 방법이다.
보험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법률 지원 특약에 가입하면 차량 1대당 최대 벌금 3,000만원까지 보장받는다. 대체로 신규 운전자보험에 가입하는 것보다는 보험료를 아낄 수 있다.
단 변호사 선임 비용 등 전체적으로 운전자보험보다는 보장 한도가 낮고 신체 피해에 대한 보장 부문에서는 운전자보험이 월등하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