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전통적으로 주가지수가 맥을 못추는 달이다. 지난해까지 최근 10년 동안 7번에 걸쳐 주가가 하락했다. 올해도 이 징크스가 재연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전망보고서를 통해 지수 하단을 1,700대로 제시하는 경우들이 많았다.
주가 하락을 점치는 이유로는 최근 가파르게 오른데 따른 피로감, 실적 뒷받침 없이 지수가 계속 오르기 어렵다는 점, 미중 무역분쟁 재개 조짐 등이 꼽힌다.
특히 연휴 뒤 5월 중 첫번째로 열렸던 4일 시장에선 코스피지수가 52.19p 급락하면서 1,895.37로 미끌어져 1,900선을 내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수는 이날 속등해 1,920선을 회복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3월 19일 1,456.64에서 4월말(29일) 1,947.56까지 올랐다. 저점 대비 500p 가까운 490.92p나 급반등한 것이다. 저점 대비 지수 상승률은 33.6%에 달할 정도로 가팔랐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5월은 통상 연초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다가 힘이 빠지는 달"이라며 "이번엔 최근 지수가 너무 빨리 회복한 데 따른 반작용이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 5월 코스피 첫거래일 대대적인 매도 보인 외인..사상최대 일중 순매수 기록한 개인
5월 첫 거래일인 4일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9,463억원을 대거 순매도했다.
이는 3월 초중순의 대대적인 매도 이후 가장 두드러진 규모였다.
외국인은 지난 3월 9일(1조 3,125억원)과 13일(1조 1,650억원), 17일(1조 30억원) 세 차례에 걸쳐 일중 1조원이 넘는 대규모 순매도를 기록하면 코스피지수 추락을 이끈
바 있다.
외국인은 또 지난 4월 16일까지 30거래일 연속 순매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후 4월 중하순엔 3차례에 걸쳐 순매수하면서 매도 일변도에서는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5월 들어 다시 매도 우위로 나오면서 전반적인 매도 흐름을 바뀌지 않았음을 알려줬다.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외국인이 코스피시장에서 본격적인 첫 순매도를 기록한 2월 24일부터 5월 4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21조 629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이 외국인들의 매도 물량을 받았다. 외국인은 5월 4일 코스피지수가 1,900선 아래로 미끌어지던 날 일중 사상 최대 수준에 해당하는 1조 7,001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2월 24일부터 20조원 넘게 파는 이 기간 동안 개인은 19조 2,831억을 대거 순매수했다.
■ 향후 부진할 실적 감안해 주가 '비싸다'는 평가 적지 않아
코로나 사태로 급락했던 주가가 유동성 장세의 힘으로 1,900선 위로 올라온 가운데 앞으로도 계속 실적 뒷받침 없이 갈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적지 않다.
2분기 수출과 기업실적이 부진을 보일 수 밖에 없다는 점 등으로 유동성 장세가 계속된다고 자신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기업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이 계속되면 지금의 주가지수는 결국 비싸 보일 수 밖에 없어 조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많은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주가가 폭락했다가 급반등한 국가는 한국만이 아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MSCI AC World 지수는 고점대비 35% 하락한 뒤 이후 23%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향후 기업들이 발표할 실적 부진을 다들 각오하고 있다고 하지만, 기업들의 예상 이익 대비 주가가 지나치게 빠르게 올랐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김상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전세계 12개월 선행 P/E는 17.3배로 과거 5년 평균+2.3편차 수준"이라며 "미국은 20.1배로 과거 5년 평균+2.6편차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이익 증가 없이 주가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 3개월과 같이 향후 주가 변동도 이익 변동과 비례할 가능성 높다"고 밝혔다.
각국 주식시장의 12개월 선행 EPS 변화율과 3개월 지수 상승률이 비례하면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인 가운데 이제부터는 이익을 확인하지 않고 계속 오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 주식시장 역시 이 영향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코스피 2020년 영업이익 증가율은 전년비 8.6%로 예상돼 연초 27.4%에서 코로나19 및 유가 급락 영향으로 18.7%p 하향조정됐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 조정폭이 35.1%p로 가장 컸다"면서 "코로나 영향이 본격화된 시점이 3~4월이란 점을 감안하면 2분기 기업이익도 1분기 이상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아무튼 국내 기업들의 실적기업 악화를 감안할 때 코스피의 현재 레벨이 비싼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주식시장은 PER로 접근할 때는 역사적 평균에 비해 상당히 비싸고 PBR로 접근할 때는 상당히 싸다는 진단도 나온다. 주식투자의 단기적 메리트를 의미하는 PER는 높고 장기적 매력을 의미하는 PBR은 낮다는 것이다.
곽현수 신금투 연구원은 "현재 KOSPI는 PER 11.1배 내외로 역사상 상위 13% 내외 수준에 해당한다. 과거 고PER 구간은 2007년과 2009년, 2015년 정도였다"고 밝혔다.
2007년은 펀드 열풍에 따른 수급(유동성) 효과, 2009년은 EPS 급감 이후 지수 반등 효과, 2015년은 EPS 감소 구간에서 지수 반등으로 PER가 높아졌던 때였다.
그는 "현재 KOSPI는 PBR 0.7~0.8배로 역사상 하위 5% 미만 수준"이라며 "EPS는 등락이 있으나 BPS는 꾸준히 상승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장기로 볼 때는 확연한 저평가 국면에 위치한 것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기업자산 상각이 어느 수준으로 이뤄질지에 대한 불확실성만 해소되면 BPS 대비 저렴한 가치가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PER과 PBR의 격차 극대점이 지수 바닥일 가능성 높다. 현재는 거의 임계점에 위치한 상황"이라며 "1~2개월 후 극단치에 도달하고 꺾여내려갈 것으로 보이며, 이 때부
터 주식의 긍정적 흐름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무튼 최근 주가가 정책효과와 유동성의 힘으로 빠르게 반등했지만, 이제는 실적을 감안해야 할 때가 아니냐는 인식이 강한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2분기 수출이 10% 이상 감소할 수 있는 등 주변 여건은 매수자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는 분석들도 보인다.
이원 부국증권 연구원은 "5월 KOSPI는 실물경기와의 괴리가 심화됨에 따라 이격조정 구간을 거칠 것"이라며 "주요국 중앙은행의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인프라 정책 등을 포함한 정부의 경기 부양책 전개가 지수 하단을 지지하는 상황에서 주가는 경기 개선 가능성을 선반영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폴리시믹스에 의한 정책 기대감이 상당 부분 소진된 반면 경기 회복은 아직까지 요원하다"고 진단했다.
■ 미중 갈등 재연 가능성과 코로나 2차 유행 등 위험요인..'밀리면 매수 기회라는 인식들도'
이런 가운데 미중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나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 가능성 등이 주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점도 적지 않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 정부 관료들은 중국 우한 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시금 미중간 무역분쟁이 거칠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진 상태다.
최근 주가 급반등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에서 미중 분쟁 2라운드가 재개되면 위험자산이 철퇴를 맞을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있다.
A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일단 5월 주가 조정론을 무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코로나가 좀 진정이 될 듯하지만, 향후 경기의 하방 위험이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 이익이 안 좋다는 사실은 다들 예상하고 있으나 대외 변수를 걱정하는 모습도 보인다.
B 운용사 매니저는 "코로나 재확산 여부, 미중 갈등 재연 등이 향후 주식시장의 키가 될 것"이라며 "기업이익이 좋지 않을 것이란 점은 명확하니 그다지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길게 보자면 주가가 언젠가 전고점을 뚫을 수 있지만, 결국 속도가 어떨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가파르게 올라온 주가가 조정을 받는다면 저가매수하겠다는 심리도 만만치 않아 실제로 시장이 조정을 받을지 의문이란 반론들도 보인다.
C 운용사 매니저는 "주가가 단기 급등해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또 기업 실적이 나쁠 것이란 점도 감안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주식시장은 어차피 올해가 아닌 내년 이익에 대한 기대감으로 움직이고 있다. 주가가 밀려주면 진입하겠다는 의지들도 꽤 강해 보인다"면서 "더구나 증시안정기금이 뒤를 받치고 있어서 일각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제대로 된 조정이 올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