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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2차 추경이 남긴 혼선..정부의 거짓말, 막강해진 여당과 초라해진 야당

장태민

기사입력 : 2020-04-2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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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4.15 총선에서 압승한 다음날인 16일 열심히, 그리고 겸손하게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4.15 총선에서 압승한 다음날인 16일 열심히, 그리고 겸손하게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1차 추경에서 적자국채 발행규모가 10.3조원이었던 가운데 2차 '재난지원금 원포인트' 추경은 당초 기재부의 적자국채가 없을 것이란 얘기와 달리 3.6조원 가량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주말 당정과 여야의 의견 조율이 보다 구체화되면서 적자국채 발행 규모도 구체화됐다.

당초 정부는 국비 7.6조원, 지방비 2.1조원을 밑천으로 소득하위 70%에게 9.7조원을 지원할 계획이었다. 즉 7.6조원의 추경안을 계획했었다.

하지만 여당이 300자리의 국회의원 자릿수 가운데 180석을 차지하는 총선 대승을 거둔 후 모든 가구 지원에 힘이 실렸다. 재난지원금 소요액은 14.3조원으로 늘어났다.

추가로 늘어난 4.6조원 가운데 3.6조원은 국채 발행으로, 1조원은 지방비로 충당하려다가 1조원은 세출 조정을 통해 해결하기로 했다.

3차 추경은 고용관련 적자국채 9.3조원 플러스 알파다. 1차 추경 당시 국회에서 삭감됐던 세입 경정분 2.4조원이나 세수 부족 등을 감안할 때 20조원을 넘을 것이란 관측도 보인다.
정부는 주말인 25일 국무회의를 열어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채권(만기 5년 이내)에 대한 지급보증도 의결했다. 산업은행이 기간산업안정기금의 부담으로 발행하

는 기간산업안정기금채권 원리금 상환을 국가가 지급보증하는 것이다.

■ 2차 추경의 적자국채..결과적으로 정부는 거짓말 한 셈

민주당이 4.15 총선에서 압승한 뒤인 20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국회 시정연설에서 "총 7조 6천억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하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당시 "소득 상위 30%를 제외한 1,478만 가구를 대상으로 4인 이상 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총리는 그러면서 "추경 7.6조 재원은 올해 예산 조정, 기금 재원 활용을 통해 전액 충당할 것"이라고 했다.

총리 말 대로라면 2차 추경에선 적자국채 발행 없이 재원을 마련한다는 내용이었다.
지원대상 간 형평성, 한정된 재원을 고려해 일부 고소득층은 지급대상에서 불가피하게 제외한다면서 양해를 구했다.

홍남기닫기홍남기기사 모아보기 경제부총리는 총선 전부터 2차 추경은 '적자국채 없는' 원포인트 추경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다만 주변의 의혹은 걷히지 않았다. 이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당의 힘 있는 사람들이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정부의 이같은 약속은 빈말이 됐다.

기획재정부는 20일 일부 언론이 '정부가 전국민 지급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자 즉각 반박 자료까지 냈었다.

당시 기재부는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안 및 이를 위한 세출사업 구조조정을 검토한 바 없다"면서 "(전국민 지급을 보도한 일부 언론의) 기사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의 예상(?) 대로 여당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서 정부의 말이 너무 가볍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 더욱 막강해진 여당 원내대표의 '경고'...향후 더 강력한 여당 예고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래통합당은 예산심사 방해를 당장 멈추라"고 경고했다.

이 원내대표는 "마지막으로 경고한다"는 표현까지 쓰면서 제1야당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미래통합당이 당장 예산심사 봉쇄를 풀어야 한다면서 미통당 소속의 김재원 예결위원장이 추경 심사를 전면 봉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야당 출신의 예결위원장이 예결위원들의 빗발치는 회의 소집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면서 예결위원들의 정당한 심사 권한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미래통합당은 약속을 어기고 소속의원 전체에게 상임위 예산 심사 중지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미통당은 어떻게든 추경처리를 뒤로 미루고 싶은 것처럼 보인다. 추경을 처리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선거에서 이긴 여당의 목소리엔 더 힘이 실렸다. 아직 20대 국회가 끝나지 않았지만, 조만간 시작될 21대 국회에선 사실상 대부분의 법안을 단독처리할 수 있게 됐다.

향후 야당의 저항(혹은 방해)도 힘을 잃을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여당 실력자의 발언은 더욱 거침이 없었다.

이 원내대표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하는 시점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미통당의 본심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미통당이 총선 끝나기 무섭게 하루하루 말을 바꿔가며 핑계를 만들고 예산심사를 끝없이 지연시키고 있는 데 이는 어이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여당 관계자들도 미통당의 행태를 비난했다. 조만간 쪼그라들 수 밖에 없는 미래통합당이 여전히 트집잡기나 발목잡기로 정상적인 의회 일정을 방해한다면서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4일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5월 말로 20대 국회의 임기는 끝나고 그 때가 되면 (미래통합당의) 발목잡을 힘도 약해질 것"이라며 "얼마 남지도 않은 20대 국회의원 임기 동안이나마 있을 때 잘 하라는 말을 미래통합당에 해드리고 싶다"고 적었다.

이 지사는 "미래통합당이 70% 지급 고수, 국채발행 반대로 발목을 잡더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이간효과까지 노리는 모양"이라며 "여전히 반성하지 못한 미통당은 몽니를 그만 부리라"고 했다.

■ 초라해진 야당 출신 예결위원장...향후 몽니 뿐만 아니라 상식적 비판도 어려울 수 있어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2차 추경이 남긴 혼선..정부의 거짓말, 막강해진 여당과 초라해진 야당이미지 확대보기


총선 기간 중 여당이 '재난지원금' 이슈를 선점해 선거활동에 활용하자 다급해진 야당도 이 이슈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총선 각 후보자들은 '우리는 국민들에게 얼마 주겠다'는 포퓰리즘 경쟁을 벌였다.

이후 총선 결과는 '1987년 체제' 이후 가장 강력한 여당의 탄생을 알렸고, 영남권 외의 지역구에서 선거를 치른 미통당의 간부들은 줄줄이 낙선했다.

20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총선에서 참패한 미통당은 정부와 여당의 재정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특히 예산을 심사하는 예결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재원 의원은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여당은 독주를 경계했다.

김 위원장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빚을 내서 쓰기 좋아하는 집안은 반드시 망한다"면서 "정부가 멋대로 세금 거두고 나라살림 흥청망청 거덜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국회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떠날 몸"이라며 "앞으로 뭘 해서 먹고살지 생계 걱정이 앞서는 사람이지만, 오죽하면 정신줄 놓은 욕쟁이들의 헛소리까지 들어가며 이곳을 지키고 있을까요? 이 나라 앞날이 걱정"이라고 썼다.

여당이 제대로 된 심사를 할 생각도 없이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자신을 비난의 표적으로 삼았다면서 억울해 했다.

자신은 빚을 내서 부유한 국민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것은 옳지 않다는 소신이지만, 소신과 관계없이 예산심사에 필요한 근거자료를 갖춰 오면 심사를 개시하겠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자신을 비난했지만, 예결위원장으로서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24일 기재부 관계자로부터 국채발행 총액을 3조6,000억으로 하는 예산안 내역을 전해 받았다"면서 "그래서 이번 재난지원금 국가기부에 필요한 법적 조치내용을 담은 '1회용 특별법' 법안과 국채발행액 3조6,000억을 내용으로 하는 예산안 세부사항을 가져오고, 지방자치단체장의 동의를 얻어오면 곧바로 예결위 심사를 시작하겠다고 했다"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다음은 20대 국회 미래통합당 쪽에서 정부에 물었던 것으로 알려진 질문들이다.

△추경안 예상 총액규모 △재원조달 국채발행할 것인지 예산항목 조정할 것인지 여부 △국채발행 총액 △국민 100% 지급으로 바꾸게 됐다면 그 동기 △재난지원금 1회성 여부 △재난지원금 상위 30%에도 효과 기대하는가 △세액공제 관련 어떤 세법 개정 필요한가 △관련 세법 계획과 개정안 제출 △ 기부금 환급 방식이 세액공제인가 소득공제인가, 또 공제율 몇 퍼센트인가 △가구당 재난지원금/세금 환금은 국민 개개인이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 △개인에 세금환급이 이뤄진다면 누구를 대상으로 환급할 것인가 △상위 30%에 속하지만 소득세 내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환급할 것인가 △기부금 공제 초과 환급대상 제외하는가 △지역화폐 등으로 지급하면 연말정산에서 환급받는 방식 △국가가 직접 기부금 받을 수 있는지 관련 법률 개정 등 문제 △전국민 몇퍼센트 기부 예상하는가 △예상치 대로 기부 안 될 경우 재정악화를 어떻게 보충할 것인가 △기부대상 상위 30%인가 전국민 대상인가 △기부를 위한 행정절차 어떻게 할 것인가 △기부의사 결정 표시 시한 정할 것인가 △일부 기부가 가능한가 △회계나 기금에서 세입처리할 근거법이 존재 않는데 어떻게 개정해야 하는가.

■ 막강해진 여당과 대통령 '인기' 상승 ..향후 '위기' 핑계로 재정건전성 계속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남아

각종 여론조사 등을 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통령의 인기와 여당에 대한 지지도가 올라간 것으로 나온다.

총선에서의 여당 압승과 함께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커졌다는 평가도 보인다.

A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여당의 총선 승리 후 이번 100% 재난지원금에 대해 잘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면서 "대통령 지지율 상승세가 무서울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총선에서 여당을 지지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국가재정 악화를 염려하고 있다.

위기 상황인 만큼 과감한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여당이 선심성 정책, 즉 파퓰리즘에 맛들린 것 아닌지 염려하는 것이다. 돈 쓸 곳이 많은 만큼 불요불급한 수요는 최소화하는 게 맞다는 주장들도 적지 않다.

B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여당이 압승한 것은 잘 낫기 때문이 아니다. 야당이 더 엉망이라서 이긴 것"이라며 "돈 쓸 데도 많은데 굳이 전국민 대상 원포인트 추경을 하는 이유는 여전히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코로나19 사태로 예산을 기존계획 대로 집행하기 어렵다. 이를 먼저 쓰고 재원을 마련하면 될 것인데, 여당이 승리에 취해 빚 내는 문제를 너무 쉽게 보고 있어서 미래 나라살림이 걱정"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존에 잡아 놓은 예산 중 계획대로 집행되지 못하는 규모가 꽤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사실 합리적인 접근이다.

김재원 의원은 "매년 예산불용액(쓰다 남은 돈)이 수조 원에서 십수조 원에 이른다. 코로나19 사태로 정부에서 집행하지 못하는 돈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면서 "쉽게 생각해 축제, 행사비, 국외출장비만 해도 얼마나 많이 남아돌아가겠느냐"고 했다.

여당이나 정부의 강력한 행보에 박수 치는 사람들의 반대 편엔 부채 잔치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남아 있다. 얼마전까지 경제수장 홍남기 부총리 역시 재정 상황을 걱정해 100% 지급을 반대해 왔다. 정세균 총리도 국회에서 70% 지급을 기준으로 시정연설을 했다.

하지만 여당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의지를 굽히지 않자 상황은 곧바로 바뀌었다. 여당의 독주와 포퓰리즘이 국가 재정을 망가뜨리는 것 아닌가 하는 염려가 남아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일각에선 향후 포퓰리스트들이 나라살림을 방탕하게 운영한 뒤 미래 세대에 빚더미 국가를 넘겨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C 금융권 관계자는 "추경 규모나 적자국채 발행을 따지기 전에 우선 총리와 부총리가 거짓말을 했다는 점에서 심히 유감"이라며 "적자국채는 없다는 거짓말로 쇼를 벌인 뒤 결국 2차 추경은 여당안 대로 됐다"고 말했다.

그는 "총선에서 여당을 지지한 게 정부나 민주당이 마음대로 하라는 뜻은 아니다. 여당 인사들이 100%에게 재난지원금을 주는 게 국민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하는데, 내가 아는 여론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2차 추경은 규모와 재원을 놓고 큰 논란을 빚은 뒤 결국 여당이 원하는 대로 됐다. 앞으로 여당이 더욱 막강해진 힘을 바탕으로 나라 살림을 어떤 방향을 끌고 갈지 지켜봐야 한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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