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메리츠증권은 그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중심으로 부동산금융 부문에서 우수한 영업력을 갖춰온 데 더해 종합금융업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조달부문에서 경쟁 우위를 선점해왔다.
이제 종금업이라는 수익원은 소멸된 만큼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리테일 부문을 적극 강화하기로 했다. 4조원대로 늘린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초대형 투자은행(IB) 진출도 도전할 전망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지난 5일 종합금융업 라이선스가 만료됐다. 메리츠증권의 종금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남은 금융투자상품은 모두 자동 매도돼 예탁금으로 전환됐다.
종금형 CMA는 종합금융회사의 고유 업무로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가 가능해 타 유형의 CMA 대비 거래금액이 많고 계좌당 평균 잔액이 일정수준 유지되는 게 특징이다.
메리츠증권은 1년 전부터 종금형 CMA 투자자를 대상으로 증권형 CMA로의 전환을 권고하는 등 종금 잔고를 줄여왔다.
메리츠증권 종금형 CMA 잔고는 2015년 2조3809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 추세였다. 2016년부터 2조2557억원으로 꺾이기 시작해 2017년 2조1317억원, 2018년 1조5176억원, 2019년 8009억원으로 점차 축소됐다.
메리츠증권은 종금형 CMA 잔고를 줄이면서도 사업 다각화를 통해 순이익 성장세를 이어와 라이선스 만료 이후에도 실적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의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7.9% 증가한 5546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이후 4년 연속 최대 실적이다.
영업이익과 세전이익은 각각 6799억원과 7670억원으로 27.7%, 30.2% 늘었다. 주력사업인 기업금융(IB) 부문은 국내외 부동산 딜과 해외투자에서 성과를 냈고 트레이딩 부문에서는 주가연계증권(ELS) 및 외화채권 운용수익이 늘었다.
본사 사옥 매각에 따른 매각 차익과 자회사인 메리츠캐피탈의 투자자산 확대도 호실적에 기여했다.
메리츠증권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4.8%로 전년보다 1.8%포인트 상승했다. 자기자본은 4조193억원으로 2018년 3조4731억원 대비 15.7% 불었다.
메리츠증권은 기존에 약했던 리테일 부문을 강화함으로써 수익 다변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7일에는 리테일 고객을 대상으로 2%대 전자단기사채를 내놓으며 1017억원 규모의 1차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10일에는 2000억원 규모로 2차 발행도 실시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증시가 급락하자 개인투자자가 몰리면서 리테일 부문에서 수혜를 입기도 했다.
메리츠증권의 1분기 주식계좌 개설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4% 늘었다. 개인투자자 투자 열풍으로 주식거래 활동계좌가 급증했고 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비대면 계좌 개설도 크게 증가했다.
국내 주식뿐 아니라 해외주식, 해외 파생상품계좌 개설 건수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84%나 급증해 관련 수익 역시 479%나 늘었다. 메리츠증권은 고객 수요에 맞춰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메리츠 스타트’ 앱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외 주식과 파생상품 거래를 앱 전환 없이 매매할 수 있고 미국, 중국, 홍콩 등 3개국 종목 분석도 제공한다.
리테일 부문 인기에 힘입어 지난 2년간 진행한 신용공여 이자율 우대 적용 행사(3.90%)도 추가 연장할 계획이다.메리츠증권은 종금업 라이선스 만료에 대비해 일찌감치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진행해왔다.
앞서 지난 2015년 6월 기업금융특화증권사인 아이엠투자증권을 흡수합병해 업무영역을 넓혔고 이후 지속적인 유상증자로 자기자본을 3조원대로 늘렸다.
이에 2017년 11월 종합금융투자사업자(대형IB)로 지정됐다. 대형IB 라이선스 획득으로 신용공여한도가 100%에서 200%까지 확대되며 기업에 대한 신용공여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모펀드 등 신규사업에 나서며 종금업 북의 비중을 줄였다.
메리츠증권은 기존 강점인 부동산금융을 넘어 인수금융, 기업 재무구조개선 대출 등 부동산 이외의 기업금융으로도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해외부동산, 선박, 항공기 등 대체투자 영역도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성장을 견인해왔던 PF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사업 위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은 조만간 초대형 IB 대열에 합류해 발행어음 사업에도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증권업계의 큰 폭의 실적 타격이 예상되는 올해 1분기에도 메리츠증권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받아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메리츠증권의 순이익 1분기 컨센서스(국내 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881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7.7% 감소한 수준이나 국내 주요 증권사 대부분이 절반 이상 줄어든 성적을 받아들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한 셈이다.
메리츠증권이 반 토막 수준의 실적 감소를 빗겨나갈 것으로 점쳐지는 건 트레이딩 부문 손실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급락하자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결합증권 운용 손실로 인해 트레이딩 부문에서 타격을 입게 됐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메리츠증권은 파생결합상품 잔고와 자체헤지 비중이 타사 대비 낮기 때문에 트레이딩 손실 역시 상대적으로 작을 전망”이라며 “1분기에 가장 양호한 이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