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장 후반 한은의 증권사 대출 발표 등으로 시장 안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었다.
한은은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등에 향후 3개월간 한시적으로 10조원 규모의 특별대출에 나서기로 했다. 코로나19 전개 양상에 따라 회사채시장 불안이 재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은의 비은행금융기관 대출은 이미 예고된 조치였지만, 채권시장은 통화당국의 시장 안정 의지를 평가하면서 강해졌다.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사와 보험사 등 비금융기관도 일반기업이 발행한 잔존 만기 5년 이내 우량 회사채(AA- 이상)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대출 기간은 최장 6개월이며 대출금리는 통안증권(182일) 금리에 85bp를 더한 수준이다.
간밤 미국에선 경제 데이터 부진 발표가 이어졌다. 데이터들은 예상을 웃돌거나 밑돌았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수당 신규신청건수는 524만5000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시장이 예상한 550만건에는 미치지 못했다. 한달 사이 2203만4000명이 실직한 셈이다.
상무부는 3월 주택착공건수는 전월대비 22.3% 감소한 121만6000건(계절조정, 연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7월 이후 최소치다. 전문가들은 130만건으로 18.7%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필라델피아 연준은 4월 관할지역 제조업지수가 마이너스(-) 56.6으로 전월보다 43.9포인트 급락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1980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시장이 예상한 -32.0을 훨씬 밑도는 결과였다.
코로나19로 정상적인 경제생활이 불가능해지면서 전반적으로 경제지표가 극심한 부진을 보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 금리는 하락했다. 하지만 뉴욕 주가는 반등했다.
■ 美30년 금리 1.2%대 초반으로 하락..10년 금리는 0.6%대 초반으로
미국채 금리는 경제지표 부진을 반영하면서 장기물 위주로 하락했다. 일드 커브 플래트닝을 나타냈다.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36bp 하락한 0.6220%, 국채30년물 수익률은 5.63bp 떨어진 1.2175%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0.78bp 오른 0.2146%, 국채5년물은 1.58bp 상승한 0.3567%를 기록했다.
뉴욕 주가는 상승 반전했다. 부진한 미국 기업 실적과 경제지표로 하락 압력을 받다가 넷플릭스를 필두로 정보기술주가 지수 반등을 주도했다. 반도체업종 강세도 두드러졌다. 장 마감 후 경제재개 지침 발표를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트윗글 역시 기대감을 부풀렸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33.33포인트(0.14%) 높아진 2만3,537.68에 장을 마쳤다. S&P500지수는 16.19포인트(0.58%) 오른 2,799.55, 나스닥은 139.19포인트(1.66%) 상승한 8,532.36을 나타냈다.
달러화 가치는 위험회피 심리가 상승했다. 고용 데이터 부진 등으로 안전자산선호가 강화된 영향을 받았다.
뉴욕시간 오후 4시 기준 달러인덱스는 전장보다 0.59% 오른 100.05에 거래됐다. 오전중 나온 주간 실업 폭증으로 레벨을 대폭 높여 장중 100.28로까지 뛰기도 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반등했으나 19달러선대에 머물렀다. OPEC은 월간 보고서에서 올해 원유수요가 일일 680만배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4~6월중 OPEC 원유수요가 일일 2000만배럴을 약간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일과 동일한 배럴당 19.87달러를 유지했다. 지난 2002년 이후 18년 만에 최저치다.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는 13센트(0.47%) 높아진 배럴당 27.82달러에 거래됐다.
이런 가운데 길리어드 주가가 시간외 거래에서 15% 급등해 주목을 끌고 있다. 길리어드가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중인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감염자 치료에 효과를 내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영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낙관적 예상치보다 더 적을 것"이라며 "경제재개 시점은 주지사들에게 맡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재개는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건강한 사람들의 업무복귀를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 새롭게 단장되는 금통위, 계속해서 팔러시 믹스 주시..한은 시장안정 조치 지속
전날 금통위원 후보가 발표됐다. 임기 4년의 조윤제·서영경 후보, 임기 3년의 고승범닫기

국내 경기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향후 친정부 인사들인 조윤제·주상영 후보 등이 어떠한 팔러시 믹스로 나올지 주목된다.
현재 한은이 적극적으로 정부 정책에 협조하면서 금융시장 안정을 다지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의 경제교사 등으로 불러던 조윤제 후보가 금통위원으로 오게 되면서 한은의 통화·신용정책이 정부와 보다 밀착될 가능성이 있다.
다음달 4일부터 시행되는 한은의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는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한은법80조를 적용해 영리기업 여신지원에 나선 사례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종금사 업무 정지와 콜시장 경색에 따른 유동성 지원을 위해 증권금융(2조원)과 신용관리기금(1조원)에 대해 진행한 대출이 유일하다. 증권·보험사에 대한 직접 대출은 처음이다.
지난달 분기말을 앞두고 일었던 극심한 신용불안은 현재 완화된 상태다. 다만 경기부진 지속으로 회사채 시장의 경색 가능성을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한은이 적극적으로 신용 위험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다만 일부에선 문제 있는 채권을 직접 사주지 않는 데 대해 실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은법상 막혀 있는 일을 한은이 하기는 어렵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