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등에 향후 3개월간 한시적으로 10조원 규모의 특별대출에 나선다. 향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개 양상에 따라 회사채시장 불안이 재연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임시회의를 열고 코로나19 등으로 일반기업과 은행, 비은행 금융기관의 자금조달이 재차 어려워질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안정특별대출제도’를 신설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사와 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도 일반기업이 발행한 잔존 만기 5년 이내 우량 회사채(AA- 이상)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대출 기간은 최장 6개월이며 대출금리는 통안증권(182일) 금리에 0.85%포인트를 가산한 수준이다.
은행에 대한 대출은 한은법 제64조, 비은행금융기관 대상 대출은 제80조를 근거로 한다.
이번 제도는 적격 회사채를 담보로 제공하는 경우 언제든 한은으로부터 차입이 가능한 대기성 여신제도 방식으로 내달 4일부터 3개월간 10조원 한도 내에서 운영된다.
한은은 대출 대상기관이 제공하는 적격 담보의 인정가액 범위 내에서 해당 회사가 신청한 금액을 대출해 준다. 개별기관별 대출 한도는 자기자본의 25% 이내다.
대출 대상기관은 ▲국내은행 16곳 및 외은지점 23곳 ▲한국은행 증권단순매매 대상기관·환매조건부채권(RP)매매 대상기관·국채전문딜러(PD) 중 하나에 포함되는 증권사 15곳 및 한국증권금융 ▲한은과 당좌거래 약정을 체결하고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인 보험회사 6곳 등이다.
한은은 금융시장 상황과 한도소진 상황 등에 따라 연장 또는 증액 여부를 추후 결정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금융시장에서 신용 경계감이 다시 높아져 회사채 발행과 유통에 차질이 생기고 자금경색 현상이 재연되는 등의 비상상황에 대비한 안전장치 성격을 띤다.
한은은 “지금 당장 금융기관의 신용공여 기능이 현저히 저하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앞으로 코로나19의 영향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기업과 은행 및 비은행금융기관 등의 자금조달에 큰 애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며 “향후 국내외 금융시장의 전개 방향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한은법 제80조 요건에 해당하는 비상상황 발생 가능성에 대비한 안전장치로 대기성 특별대출제도를 마련해 가동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비은행금융기관이 이번 제도를 활용할 경우 대상기관의 경영상황과 자산 건전성 파악을 위해 자료제출을 요구할 예정이다.
아울러 대상기관의 재무상태가 악화될 경우 대출거래 한도 감축, 거래자격 정지 또는 취소 등의 조치를 취하고 채무불이행 가능성에 대비해서도 담보 처분 등의 법적 절차를 사전에 마련할 예정이다.
한은법 80조는 비은행금융기관 등 영리기업에 대한 여신이 비상시에 시행하는 매우 예외적인 조치이므로 엄격한 사후관리를 규정하고 있다.
한은은 “이번 조치는 회사채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금융기관의 자금수급 사정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비상상황 발생 가능성에 대비한 안전장치로서 대기성 여신제도를 미리 마련해 둠으로써 시장 불안 심리를 완화하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