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은 등 금융당국이 채안펀드 등 시장안정을 위한 카드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가운데 한은이 일단 단순매입 카드를 빼들었다.
한은은 19일 1.5조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발표했다.
■ 한은, 채권시장 안정 위한 노력 다짐..일단 단순매입 발표
한은은 일단 지표 채권 위주로 단순매입을 실시하면서 시장 안정을 꾀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단순매입 발표 전 한은 시장운영팀이 언제든 필요하면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가운데 시장 안정이 급해지자 장중 단순매입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권태용 한국은행 시장운영팀장은 단순매입 발표 전 한국금융신문과의 통화에서 "국고채 단순매입은 상황을 보면서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날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RP매입을 실시한 가운데 "향후 RP매입 대상 증권사를 확대할 수 있고 대상증권도 확대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권 팀장은 또 "CP, 전단채 등은 채안펀드 쪽에서 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와 한은 등 금융당국이 채안펀드 조성 등 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상황이 계속 악화되면 창의적인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채 매입은 1회성이 아니며, 한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더 나올 수 있다.
■ 단순매입 규모, 종목 놓고 다양한 평가와 시각차도
이날 한은이 발표한 단순매입 대상채권은 국고19-8(만기일 2029.12.10), 국고20-1(2025. 3.10), 국고19-7(2022.12.10), 국고채권19-4(2029. 6.10), 국고채권19-3(2022. 6.10)으로 만기 3년에서 10년에 이른다.
시장에선 종목을 놓고 평가가 갈리기도 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한은이 지표물을 사주면서 선물시장 안정 의지를 보였다"면서 "바스켓물을 사주고 선물이 안정돼야 현물도 안정된다. 오늘 선물 투매가 시장을 망가뜨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효과적으로 잘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포지션, 혹은 관점에 따라 평가들은 좀 다르다.
B 증권사 딜러는 "채권은 지표와 선물 바스켓 종목으로 구성돼 만족한다. 작년 단순매입물량이 7천억 수준인 걸 감안할 때 현재와 같은 시장에서 1.5조는 시장 안정을 위해선 다소 작아 보인다"고 했다.
C 증권사 딜러는 "시장에 10년물 지표인 국고19-8에 대한 매수 쏠림이 있어 선물 저평가가 많이 벌어져 있다. 인기가 있는 종목이라 이 종목은 많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D 증권사 관계자는 "10년물 바스켓인 19-4가 포함되어 있어서 다행"이라면서 "19-8에 쏠림현상이 있어서 가격이 많이 왜곡되는 듯 한데 지표인 19-8만 포함됐다면 시장 교란이 더 심해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종목 선정이 아쉽다는 말도 나온다.
E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19-8호 같은 경우 외국인이 사댄 종목이다. 이를 단순매입하겠다는 것은 납득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며칠간 외국인이 대거 매집한 물량을 대상에 넣었다"면서 "다른 종목들은 바스켓인데, 20-1호를 넣은 것도 좀 의외"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튼 한은이 너무 쉽게 생각한 것같다. 일부 종목들의 경우 숏티지가 날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은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언제든 추가적인 단순매입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시장 안정이 안 되면 다시 단순매입이 추가로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