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최장수 보험 CEO 이철영 부회장의 바통을 이어받는 두 신임대표가 실적 악화에 놓인 현대해상을 구해낼지 이목이 집중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 사장과 이 부사장은 오는 20일 정기주주총회와 이사회 의결을 거쳐 현대해상 대표에 확정 선임된다.
지난해 7월 박찬종 전 대표가 사임하면서 8개월간 이철영 대표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했던 현대해상은 이번 선임을 통해 각자대표 체제로 복귀한다.
조용일 사장과 이성재 부사장은 손해보험업 전반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한 인물로 현재 업무 분담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해상은 급변하는 보험업계의 변화에 맞게 각자대표 체제를 효율적으로 운영해온 회사로 꼽힌다. 특히 회사의 위기가 있을 때마다 안정적인 경영을 회사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지난 2007년 이철영 대표와 서태창 전 대표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각자대표 체제로 현대해상은 나 홀로 호황을 구가한 바 있다.
각자대표 체제는 공동대표 체제와 달리 대표 권한을 독립적으로 행사할 수 있어 의사결정의 정확성과 신속성을 높여 경영 효율을 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현대해상은 모든 사업 부문에서 손해율이 치솟으며 역성장을 겪었다. 현대해상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3590억원)보다 30.2% 감소한 2504억원을 기록했다.
원수보험료(보험료 납입액) 자체는 늘었으나 일반·장기·자동차보험 전 부문에서 각각 4.7%p, 1.8%p, 6.0%p 손해율이 상승했다. 손해율은 위험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급 비율로 높을수록 보험영업 수익성은 떨어진다.
현대해상은 장기인보험 경쟁에 참전하면서 사업비가 늘어나 합산비율도 악화돼 지난해 보험 합산비율은 108.7%였다.
합산비율은 보험영업효율을 판단하는 지표로 손해율과 사업비율의 합을 의미한다. 고객에게 받는 보험료보다 보험금과 사업비로 나가는 돈이 더 많아 손실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현대해상은 올해 △디지털 혁신 접목 가속화 △손익개선 집중 관리 △자산운용 효율 극대화 등을 목표로 내걸었다. 먼
저 디지털 대응 역량 강화를 통해 혁신 채널을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를 위해 온라인에서 기업성보험을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빅테크(BigTech) 플랫폼과 인슈어테크와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해 신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목표다.
조 내정자는 총괄사장으로서 전사 영업전략 수립과 채널별 전략 기획 등 영업환경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 등으로 회사에 기여했다고 임원추천위원회로부터 인정받았다.
현대해상에서 일반보험업무본부장, 기업보험부문장,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을 역임했다. 이 내정자 역시 디지털 신기술 도입, 해외시장 개척 등 성장 기반 마련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이다.
기업영업담당임원과 COO, 경영기획본부장, 해외사업본부장 등을 거쳤다.
나아가 현대해상은 보험에 기술력을 입힌 인슈어테크 연계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겠다는 방침이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건강관리 수요가 급증함에 따른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현대해상의 강점으로 꼽히는 어린이보험 상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2004년 업계 최초로 어린이보험을 선보인 현대해상은 시장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며 선두를 꾸준히 유지해 왔다.
현대해상은 올초 기존 어린이보험에서 면책 사유가 됐던 선천적 기형으로 인한 상해수술, 응급실 내원 진료비 등을 업계 최초로 보장해 선천 이상으로 인한 위험 보장 공백을 없앤 점을 평가받아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본격적으로 인수정책을 강화 운영해 보험영업손익 개선에도 집중적으로 나선다. 현대해상은 사망보장 등 손해율 우량담보 유입을 확대하고 부실계약을 차단에 주력할 계획이다.
또 손해율 불량 담보 가입한도를 축소하고 백내장, 근골격계 등 손해가 높은 모집인 인수정책도 강화 운영한다.
저금리 기조로 자산운용 수익률이 저하되면서 보험사들의 투자영업 악화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현대해상은 준수한 성과를 냈다.
지난해 투자이익률은 3.92%로 전년 대비 0.69%p 증가했다. 투자영업이익은 1조873억에서 1조4301억으로 31.5% 상승했다. 하지만 채권 매각에 따른 이익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수익 가운데 유가증권평가 및 처분이익은 4615억원으로 전년(523억원) 대비 149.6% 증가했다.
이에 두 대표는 자산운용 효율 극대화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 기조로 자산운용 수익률이 저하되면서 보험사들의 실적 악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현대해상은 자산배분 정교화를 통해 수익률을 증대시킨다는 방침이다.
국내채권과 가계대출 비중을 축소하고 리스크 대비 투자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약관대출, 기업대출, 대체투자(대출형)을 확대할 예정이다.
유정화 기자 uhw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