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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의 미술事色⑧] 밀레가 유명한 이유

박정수 정수아트센터관장

기사입력 : 2020-03-04 14:42 최종수정 : 2020-03-0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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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장 프랑수아 밀레, 자화상(1840~1841경) 캔버스에 유화(63.5cm*47cm), 소장처:보스턴미술관)

▲(좌)장 프랑수아 밀레, 자화상(1840~1841경) 캔버스에 유화(63.5cm*47cm), 소장처:보스턴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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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가적이고 서정적인 풍경을 잘 그려낸 밀레의 작품이 있다. 지금이야 잘 볼 수 없지만 8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달력 주인공으로 흔하게 등장하던 것이 밀레의 풍경화였다.

프랑스의 작은 시골에서 태어난 밀레Jean Fransois Millet(1814~1875)는 우리나라에서는 가난하게 살다간 화가, 살아서 그림한 점 못 팔다가 죽어서 유명해진 화가로 알려져 있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중년까지는 가난한 화가로 살았지만 말년에는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인정받는 화가로 생을 마감한다.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 이삭 줍는 여인들(1857), 캔버스에 유채, 83.8×111.8㎝, 파리 오르세 미술관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 이삭 줍는 여인들(1857), 캔버스에 유채, 83.8×111.8㎝, 파리 오르세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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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의 그림하면 흔히 ‘이삭 줍는 여인’이나 ‘만종’을 떠올린다. 이삭 줍는 여인을 보자. 언뜻 평온한 시골풍경이 떠오른다.

그림을 보면 어릴적 추억이 생각나기도 한다. 모두의 평범한 추억거리는 아니다. 어릴적 가을 추수가 끝나면 삼삼오오 모여서 논두렁에서 쥐구멍을 판다. 30-50센치미터 이상 파들어 가면 나락(이삭)이 한 웅큼 뭉쳐있음을 찾아내었다. 들쥐들이 겨울나기를 위해 비축한 볍씨들이다. 사람살기 빠듯한 시기에 오후 내내 구멍을 파면 어린아이 두 세명의 한 끼 식사량 정도는 얻었던 것 같다. 여기에 지치면 들로 산으로 뛰어놀다가 수확이 끝난 고구마 밭을 휙휙 뒤집었다. 헤집다보면 어른 엄지손가락보다 굵은 고구마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혹 운 좋으면 어른들이 놓친 어른 주먹만 한 고구마를 찾아내기도 했다. 쌀은 재미삼아 했다지만 고구마는 좋은 간식이었고 배고픔의 해소책이었다.

밀레의 그림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에 와 닿았던 것이 겉모습에서 오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이 아니었을까.

그림에도 추수를 마치고 조용히 정리하면서 미처 거두지 못한 이삭을 줍는다. 조용한 분위기라지만 그림을 뒤집어 보면 가난하고 궁핍한 농민의 삶을 이야기 한 것 이라는 말도 합당해 보인다.

밀레의 그림들이 달력을 장식하다가 달이 지나면 곱게 베어져 벽을 장식하거나 어설픈 액자에 끼워지기도 했다. 이러한 그림들은 1980년대를 넘어서면서 달력에서 퇴출당한다. 우리나라 사람의 정서가 급격히 변한 것도 아닌데 장식과 목가적 정서함양의 틀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같은 그림임에도 어느 때는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그림이고, 어느 방면에서는 헐벗고 굶주린 민초의 고단한 삶이라 읽혀진다.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만종(L'Angélus), 1857~59년경, 캔버스에 유채, 55.5x66cm, 오르세 미술관, 파리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만종(L'Angélus), 1857~59년경, 캔버스에 유채, 55.5x66cm, 오르세 미술관,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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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또 다른 작품 ‘만종’을 보자. 만종(晩鐘)은 해질녘 절이나 교회에서 치는 종을 말한다. 원제로는 L'Angélus다. 원제를 따르면 삼종기도(三鐘祈禱, 라틴어: Angelus)로 해석되는데 삼종기도는 세 번의 종을 친다는 의미를 가진다. 성단이나 수도원에서 오전 6시, 정오, 오후 6시로 하루 세 번의 세 번의 종을 친다. 본래적으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데 주일만 서서 기도를 한다.

그림을 보면 멀리 교회 탑을 배경으로 남녀가 서서 기도를 하는 모습이다. 해질녘까지 감자를 캐다가 멀리서 들리는 종소리에 일손을 멈추고 묵상에 잠긴 모습이다. 2007년 우리나라에서도 선보인 바 있는 그림인데 작품에 대한 속설이 난무하는 작품 중의 하나다. 가장 유명한 속설은 감자바구니에 죽은 아이가 있다는 괴담이다. 오래전 미술관에서 자외선 촬영을 한 바 있는데 바구니 자리에 아기 관처럼 생긴 스케치가 있다는 것에서 연류된 속설이다. 두 번째로는 밀레의 작품을 초현실주의 화가인 살바도르달리가 매우 좋아했는데 이 작품을 보고 죽음과 편집광적인 성적 상태를 이야기 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릴 때 기본적인 스케치가 무엇인지를 해석하기 나름이고, 작품에 대한 평은 감상자의 몫이기 때문에 하등의 관계를 가질 필요는 없다. 다만 작품이나 화가가 유명해지면 다양한 속설과 신화가 만들어지는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나라 화가 중에도 붓을 잘 그리는 이가 있는데 이 화가의 작품은 고시를 준비하는 이에게 장모가 선물하는 작품이라는 속설이 따라다닌 적도 있다. 물론 많은 작품이 판매되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유명하기 때문에 그리된 것인지 그러한 속설이 있어서 유명한지는 나중에 따져볼 일이다.

차치하고, 밀레의 작품이 70,80년대 달력 그림의 주연으로 활동하다 어느날부터인가 홀연히 사라졌다. 목가(牧歌)적이고 낭만(浪漫)적이고 정서(情緖)적이고 서정적 감흥을 지니고 있다고 배워온 그림이 어느 날 민초들의 노동으로 비춰진 것은 아닐까? 목가나 낭만 등의 말을 네이버 사전에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나온다.

목가(牧歌)는 목동의 노래이면서 전원의 한가로운 목자(牧者)나 농부의 생활을 주제로 한 서정적이고 소박한 시이며, 낭만(浪漫)이라는 말은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라고 적혀있다.
정서(情緖)는 사람의 마음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감정 또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기분이나 분위기, 서정(抒情/敍情)은 자기의 감정이나 정서를 그려 낸 것이라 했다.
어찌되었건 70년대의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와 부합되긴 되었었나 보다. 비록 이후에서는 설명이나 해석이나 감상의 방법이 달라지긴 했어도...

화가가 유명해지지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야 한다. 밀레의 그림이 미술책에 나오지 않고 달력에 등장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모르는 화가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왜 미술책에 등장하고 달력에 등장할 수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간단히 말하면, 과거 1800년대의 미술은 종교적이거나 신화적인 것, 영웅담 등이 그려지는 시기에 일하는 사람을 그림에 등장시키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변화시킨 화가임은 분명하다. 화가가 유명해지기 위해서는 그전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과 새로운 생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정수의 미술事色⑧] 밀레가 유명한 이유
내가 행복해야 세상이 행복하다. 자신이 즐거워야 타인의 즐거움을 알아보기 시작한다. 2020년 오늘 화가 박시유의 행복한 즐거움이 있다. 행복하고 즐겁기 때문이 아니라 행복하고 즐거운 상태를 만들기 위한 삶의 귀로이다. 행복할 수 있는, 행복해 질 수 있는 시간들을 위한 발걸음이다. 작품 <family festival>는 즐겁고 행복하다. 가족으로 분한 인물들의 의상에 샤갈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행복한 결혼과 맬랑꼴리한 감성으로서의 접근이다.

▲박시유作. family festival. 116.8 ×72.8㎝. oil on canvas. 2020

▲박시유作. family festival. 116.8 ×72.8㎝. oil on canvas.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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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유는 행복했던, 행복했었다고 믿는 과거 돌아보기가 아니다.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일어나고 있는, 지금부터 즐거울 수 있는 생각들이 그림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그림들은 예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다. 상태나 상황에 대한 그림이 아니라 그것 자체에 대한 생각으로서의 접근이다. 무엇을 그린 것이 아니라 무엇이 그러한가에 대한 마음으로서의 이미지다.

▲(좌)박시유作. rest+snack. 40.9×31.8㎝. oil on canvas. 2020, ▲((우)박시유作. Bath Time. 40.9×31.8㎝. oil on canvas. 2020

▲(좌)박시유作. rest+snack. 40.9×31.8㎝. oil on canvas. 2020, ▲((우)박시유作. Bath Time. 40.9×31.8㎝. oil on canvas.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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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 보면 행복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지금 힘겹지 않으면 내일에서 오늘을 바라볼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내일이 되어서야 오늘 행복했었는지를 알게된다. 사람들의 미래는 불문명하고 불투명하기 때문에 오늘 힘겹게 살아간다. 어제보다 불편한 오늘이기 때문에 힘겹다고 느껴질 뿐이다.

사랑이라는 말은 매우 모호한 말이다. 사랑? 아주 구체적인 것 같으면서도 매우 추상적 개념의 것이다. 예술가가 무엇을 그린다는 것이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보통사람의 백지와 비슷하다는 말장난과 흡사하다.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여도 잘 표현하지 못하여 입속에만 맴도는 말이 있듯이 사랑 또한 잘 알면서 잘 알지 못하는 비 구체적 영역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사랑이 그러하다. 알 듯 하지만 알지 못하는, 무엇으로 표현하고 싶어도 그것을 못내 다 수용하지 못하는 마음들, 매일 얼굴을 마주하여도 말 한마디 못하는 외 사랑이나 사회적 도덕이 허락하지 않는 사랑에 이르기까지 애절하고 절절한 사랑의 관계는 너무나 많다.

▲(좌) 박시유作. First Family Trip. 27.3×22㎝. oil on canvas. 2020,▲(우) 박시유作.  Familys picnic. 27.3×22㎝. oil on canvas. 2020

▲(좌) 박시유作. First Family Trip. 27.3×22㎝. oil on canvas. 2020,▲(우) 박시유作. Familys picnic. 27.3×22㎝. oil on canvas.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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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으로만 보자면 사람이 살아가는 기본적인 감정으로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감정의 교류를 말한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좋음만 있음이 아니라 부정과 불편, 애증과 증오까지를 포함하는 포괄적 용어이다. 박사유의 작품은 “GREETING:2020박시유”라는 제목으로 2020년 3월 6일(금)부터 3월 29일(일)까지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연우갤러리에서 볼 수 있다.

박정수 정수아트센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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