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 왼쪽)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 오른쪽).
이미지 확대보기◇ 무디스, 롯데쇼핑 신용등급 ‘부정적’ 하향 조정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무디스는 롯데쇼핑의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기업신용등급은 ‘Baa3'로 유지했다.
이는 지난해 실적 하락에 기인한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427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년 대비 28.3% 급감했다. 사업별로는 백화점의 경우 연간 매출 3조1304억원, 영업이익 5194억원을 기록했다. 국내백화점은 해외패션 상품군 중심으로 매출이 상승하였으나 겨울 아웃터 등 의류 판매 부진으로 전체매출은 소폭 감소했다. 할인점은 연간 매출 6조3306억, 영업적자 24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전자제품전문점(하이마트)의 경우 연간 매출 4조265억원, 영업이익 1099억원을 기록했다. 슈퍼는 연간 매출 1조8612억원, 영업적자 1038억원을 나타냈다.
유완희 무디스 부사장은 “롯데쇼핑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한 것은 재무 레버리지 비율이 지난해 상당히 약화된 데 이어 향후 1-2년간 높은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예상을 반영한 것”이라며 “롯데가 계획 중인 구조조정 조치로 향후 2~3년에 걸쳐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으나 불확실성, 이행 리스크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마트에 대해서는 기존 ‘Baa3'에서 ’Ba1'으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향후 전망은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롯데쇼핑과 마찬가지로 실적 부진이 하향 조정 원인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영업이익 2511억원으로 전년 4893억원보다 48.7% 급감했다. 사업별로는 전 부분의 수익성이 하락했다. 특히 전문점의 경우 영업 적자가 증가했다. 지난해 전문점 영업적자는 865억원으로 전년 741억원 대비 적자 규모가 124억원 늘어났다.
유완희 무디스 부사장은 “이번 신용등급 조정은 이마트의 수익성 및 재무 레버리지 비율이 2019년 상당히 약화된 데 이어 향후 1-2년간 의미 있는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반영한 것”이라며 “이마트의 핵심 대형마트 사업에서 어려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높은 수준의 투자가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신동빈·정용진 구조조정 발표
지난해 실적 부진과 함께 올해도 부정적 전망이 이어짐에 따라 신동빈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은 ‘구조조정’ 칼을 꺼냈다. 우선 신동빈 회장은 지난 13일 전체 점포의 약 30%인 200개 점포를 정리하는 등 롯데쇼핑 창사 이래 첫 구조조정안인 ‘2020 운영 전략’을 발표했다.
발표안은 전체 700개 점포의 약 30%인 200개 점포 정리가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412개인 슈퍼는 70개 이상, 124개 점포를 가진 마트는 50개 이상이 폐점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롯데백화점 중심으로 이뤄졌던 구조조정이 슈퍼, 대형마트 등까지로 확대한다.
롯데쇼핑의 강력 구조조정안은 지난해 12월 진행된 인사를 통해 확인됐다. 신동빈 회장은 당시 인사에서 계열사 수장 19명을 교체하며 강력한 변화 의지를 드러냈다. 당시 인사를 통해 롯데지주는 황각규, 송용덕 부회장 투톱(two top) 체제로 전환했다. 또 유통 BU장에 강희태닫기강희태기사 모아보기 부회장, 호텔&서비스BU장에는 이봉철 대표가 선임됐다.
올해 첫 사장단 회의에서도 신 회장은 '게임 체인저'를 강조하며 변화를 외쳤다. 지난달 16일 열린 해당 회의에서 신 회장은 계열사 임직원들을 향해 “글로벌 경제 둔화, 국가 간 패권 다툼, 지정학적 리스크는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고령화, 저출산, 양극화, 환경문제의 심각화 등 전 사업 부문에서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가 일어나고 있다”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스스로 기존의 틀을 깨고 시장의 룰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무디스 측은 “롯데쇼핑이 발표한 구조조정안은 최대 1년 6개월간 관련 구조조정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그러나 향후 2-3년에 걸쳐 수익성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가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신 회장보다 빨리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마트 수장을 교체한 것이 그 신호탄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10월 강희석닫기강희석기사 모아보기 대표이사를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50대 초반 젊은 컨설턴트 출신인 강 대표는 농림수산부에서 10여년 간 근무하다 베인&컴퍼니 파트너를 역임했다.
이와 함께 ‘식품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 조직 개편을 했다. 강 대표 외 10여명의 임원 인사를 통해 식품 라인을 재편했다. 기존 상품본부를 그로서리 본부와 식품 본부로 이원화했다. 신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선식품 담당 또한 신선 1담당과 2담당으로 재편했다. 최진일 신선 2담당 상무보 승진을 비롯해 곽정우 피코크델리 담당 상무는 그로서리 본부장으로 보직을 변경했다.
지난해 3월 정용진 부회장이 통합·론칭한 SSG닷컴도 올해 성장이 기대되는 곳이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SSG닷컴 지난해 하반기부터 성장률이 향상되고 있다”며 “온라인 쇼핑 경쟁이 심화하고 있지만, 더 심해지는 추세가 아닌 만큼 연내 오픈이 예정된 물류센터 3호점 오픈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무디스 측은 “2020~2021년 이마트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019년의 부진한 수준 대비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며 “손실을 시현하고 있는 전문점 부문의 구조조정에 따른 효과가 핵심 대형마트 사업의 지속적인 실적 부진으로 대부분 상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