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백 곡 혹은 수천 곡의 노래가 만들어지고 기록된다. 거기서 탄생되는 스타는 일부일 뿐이다. 노래가 뜨면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는 스타를 마케팅하기 시작한다. 지금부터는 스타의 재능은 마케팅의 부속물일 뿐이다. 뮤지컬이나 오페라의 주인공도 그러하고 성악가나 연극인 국악인 등도 그러하다.
그러나 딱 한군데는 여전히 미미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부족분이 아니라 이럴 때 오히려 기회가 된다. 우리나라 미술계 이야기다. 우리나라 미술시장에서는 화가나 조각가를 판매하기보다는 그들의 작품을 팔아왔고 그들의 작품이미지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여왔다. 환쟁이나 그림쟁이로 폄훼된 삶을 살았던 이들의 역사나 화가는 굶어죽기 십상이라는 말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시작은 1956년의 반도화랑을 기점으로 1980년대 골동시장의 활성화가 되기 시작하여 1990년대 상업 화랑이 미술시장으로 대거 진입을 시작하였다. 예술가보다 작품이 우선된 것을 일제 식민시대 때부터 시작된 골동시장의 선점으로 인한 영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지닌다.
1982년 장영자 이철희의 6천억원대의 어음사기 사건의 일부를 차지한 골동품과 미술품, 부동산 투기 억제정책 등으로 지하 자금이 현대미술로의 이전이 시작된다. 90년대의 박수근, 이중섭, 김기창, 천경자 등의 작품을 필두로 미술시장의 경기폭등이 시작되는 2005년과 2007년부터 화가없는 미술품의 본격적인 거래가 이루어진다.
▲132억원에 낙찰되며 한국미술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김환기의 1971년작 '우주(Universe 5-IV-71 #200)' [사진=크리스티/뉴스핌]
당시의 미술품 가격 상승률에 대해 2002년 대비 2011년을 비교하면 이왈종이 246%, 이우환이 185%, 이대원이 158%, 박생광이 135%, 도상봉이 119%, 김종학이 113%, 정상화가 108%, 김창열의 작품이 103%의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 살바도르 문디(구세주), 레오나르도 다빈치 1500 [사진=위키피디아]
세계에서 제일 비싸게 거래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도르 문디’ 가 있다. 2017년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4억5,030만 달러(약 5133억4,200만원)에 거래되었다. 환장할 가격이다. 구매자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진품 가품 문제로 논란이 있었던 작품이다.
다빈치의 작품이거나 아니거나 관계없던 1958년 영국 소더비 경매에서 45파운드(약 7만원 내외)에 낙찰되기도 한 전력을 지니고 있다. 2011년 다빈치 전문가들에 의해 진품으로 인정되면서 추정가액이 1억2천만 파운드(약 2천억)로 치솟았다. 2013년 경매에서 익명의 수집가에 의해 대략 8천만 달러(877억 4,400만 원)에 거래되었던 것이 2017년에 5천억이 되었다. 어림잡아 7백만배의 상승이다. 이 작품을 누가 구매했던지 상관없이 구매자는 그림을 산 것이 아니라 레오나르도를 샀다.
▲ 피카소의 1905년 작 '파이프를 든 소년'
잭슨폴락의 작품도 있다. 테리 호튼이라는 사람이 친구의 이동식 주택에서 다트판으로 활용하기 위해 1991년 중고 물품 판매 가게에서 5달러 구입(크기 120cm x 165cm)한 작품이 진품일 경우 5천만~ 1억 달러(약 940억 원)을 호가할 것이라고 했다. 1950년에 1950년에 1만9800달러였던 피카소의 작품이 2010년에는 1억 410만 달러가 되었다.
1995년, 2007년 이후 잠잠했던 미술시장이 움직이고 있는 조짐이 보인다. 미술품 거래가 활성화된 유럽을 비롯한 여타 지역에 비교할 바 못될 정도로 이제 막 자리잡기 시작한 미술품 거래 영역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미술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아트바젤(art basel)의 아시아권 시장이 홍콩이서 개최되고 있다. 최근 홍콩시위와 바이러스 등의 문제로 아시아권의 아트바젤 시장이 홍콩에서 부산으로 옮겨올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만일 아트바젤이 부산에 안착한다면 미술시장의 일대 변화와 미술시장의 커다란 확대가 분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석교 作.목각인형을 만든다. 오동나무를 설기 설기 깎아내면서 지난 기억을 떠 올린다. 인형이라기보다는 옛날 돌아가시기 전의 어머니의 흔적을 찾아가는 도구가 된다. 어머니를 기억하는 방식에 따라 색이 달라지고 입은 옷이 바뀐다. 어머니라는 이상적 대상이 아니라 소소하게 묻어나는 그림움이며, 시간에 녹아진 작은 추억들이다. 나무인형 뒤로는 꽃이 피어난다. 오방색으로 물들인 나무 꽃은 모란이 되고 연꽃이 된다. 이승과 저승사이에서 피는 꽃이기 때문에 특별한 이름이 필요치 않다. 살아있는 자신과 돌아가신 이에 대한 그리움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이미지 확대보기▲오석교 作. 나무인형자리에 부엉이를 둔다. 산책하던 산길에서 발견한 오동나무를 곱게 다듬어 낡고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 긁어내어 성한부분을 찾아낸다. 부엉이를 조각하면서 밤늦게까지 자신을 기다려주던 이의 고마움이 쌓인다. 깎여지는 나무에 반해 거칠지만 따뜻한 손을 지닌 이에 대한 정은 깊어만 간다. 부엉이가 만들어지는 오석교의 손끝에는 이미 자식을 보듬어내던 어머니의 손길이 있다. 오방색의 줄기들은 줄기가 아니라 커다란 꽃이다. 꽃에서 모란꽃이 피어나면서 자식을 기르던 마음이 자식에 옮겨져 다른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게 한다.
이미지 확대보기▲오석교 作. 산뜻한 바람이 세상을 녹일 즈음 봄을 맞는 아낙의 마음에도 편안함이 젖어든다. 겨우내 움추렸던 가슴에서 새로운 생명이 잦아드는 봄을 맞이한다. 활짝 핀 연꽃을 배경으로 지금 다시 생명을 얻는다.오석교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꿈’이라는 제목을 붙여낸다. 꿈꾸듯 살아가는 내일과 꿈만 같은 과거의 잔상들이 작품에 묻어나기 때문이다. 사람인형에 그리움과 평안을 담고, 부엉이 형상에 기억과 사랑을 품어낸다. 요약되고 절제된 감정으로 작품의 공간을 장악한다.
이미지 확대보기박정수 정수아트센터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