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실적을 올리기 위해 원금보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에게 원금손실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고배당 간접금융상품을 권유할 수는 없어서 인근의 다른 은행의 지점장들에게 일일이 연락하여 조건을 맞출 수 있는지를 문의하였다. 다행히 A은행에서 가능하다는 답변이 왔다. 김지점장은 고객을 지점장 전용차량에 모시고 직접 A은행으로 향했다. 거액예금을 자기앞수표로 인출한 고객을 안전하게 모시고가서 연락을 해준 지점장에게 자세히 소개를 시켜드리기 위해서였다.
A은행 앞에 도착하니 뜻밖에도 고객이 다시 김지점장의 은행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지점장으로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서로 잘 모르는 상황인데도 고객을 위해서 진정으로 헌신해주는 김지점장에게 마음이 움직인 것이었다. 그날 이후로 그 고객은 김지점장의 인맥이 되어서 주위의 많은 자산가를 소개시켜주는 빅마우스가 되었다고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주요한 고객이 연결되는 나비효과가 생긴 것이다.
미국의 유력한 금융연구기관인 ‘프린스 엔 어소시에이트(Prince & Associates)’에서 재미난 통계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은행고객들이 기존의 자산 담당자를 바꾸게 된 이유가 과연 수익을 많이 내지 못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인지를 알아보는 내용이었다. 결과는 상당히 의외였다. 실적이 나빠서 담당을 바꾼 경우는 13%에 불과했고 대부분은 그냥 사람이 마음이 안 든다는 인간관계의 이유가 87%를 차지했던 것이다.
미국의 경영학계에서는 진정으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공감(共感: Sympathy)이라는 말보다는 공명(Resonance)이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공명이라는 말을 쉽게 풀어보면 주파수를 맞춘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공감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대방과 똑같이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것이다
주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오늘날 고객사랑을 구호로 외치는 기업은 많지만, 그것을 진정성있게 실천하는 기업은 드물다고 한다. 고객이 회사에 가져다 주는 이익을 사랑하지 말고 격려를 받아야 하는 인격체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 예로서 미국의 가장 큰 치킨 프랜차이즈인 칙필에이(CHICK-Fil-A)의 예를 들면서 소비자가 1마일 수준의 서비스를 원하면, 한 걸음 더 나아가서 2마일 서비스를 하는 진정성있는 서비스를 하는 것인데 회사가 무엇이라 규정하지 않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고안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직원들이 고객에 대한 인식을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 주는 존재가 아닌 격려를 받아야 하는 인격체라는 것을 인식할 때 2마일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윤정구 이화여대 교수는 성공의 70%는 운이 작용하고, 나의 능력은 30%라는 의미인 運七技三이 지금과 같은 초연결시대에서는 緣七技三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단순한 운이 아니라 어떤 연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지가 성공의 70%을 결정하고, 나머지 30%는 자신의 능력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무작위로 발생하는 것 처람 보이는 운도 따지고 보면 모두 사람들의 행복을 지원해주는 관계를 통해서 찾아온다는 것이다.
김태오회장은 지점장시절에 맺은 고객들과의 인연을 지금도 소중히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종종 안부를 주고받음은 물론 승진, 부음 등 경조사도 빠짐없이 챙긴다.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고객, 가족, 친구를 떠나서 상대방에게 진정 어린 관심을 갖는다면 어느 조직에서든 또한 누구와도 끈끈한 인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참고자료
ECONOMY조선 ‘ 공감하는 능력이 핵심능력’(고종원 조선일보 차장)
ECONOMY조선 ‘고객자산가를 녹이는 비법’(박상기 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ECONOMY조선 ‘초연결시대 성공의 법칙’(윤정구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인맥의 달인이 되어 인맥의 신이 되어라’ 도서 중 김태오 회장 글(당시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윤형돈 인맥관리 컨설턴트(기부링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