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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선의 좋은 말 쉬운 글] 이젠 제발 결론부터 말하시기를!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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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3-17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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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 서양 언어와 달리 서술어가 맨 마지막에 오기 때문이다. 만일 누군가 “나는 당신이…” 라고 말 한다면 그 다음에 올 말이 궁금하다. ‘좋아요’일까, ‘성가셔요’일까, ‘우스워요’일까, ‘존경스러워요’일까. 말을 마치기 전까지는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다.

말이 중간에 끊기면 의미를 알 수 없는 모호한 말이 돼버린다. 이런 언어적 특징 때문인지, 우리 사회에는 의사소통 과정에 오해가 자주 발생한다.

그가 하는 말을 다 듣지 않고 내 멋대로 판단해서 잘못된 답변을 하는 일도 있고, 좋은 뜻으로 하는 말이었는데 기분 나쁘게 반응해서 관계가 틀어지기도 한다. 결국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았다가 생기는 언어 착오다.

끝까지 들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한국말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그 의미가 명확해짐에도 불구하고 말을 끝까지 하지 않는 일도 자주 있다. 뭐가 왜 무엇을 어떻게 했다는 것인지 서술어가 실종된다. “제가 말이죠. 그걸 그냥…” 이렇게 말하고 만다. 그걸 까맣게 잊었다는 말인지, 그걸 알고도 모른 척 했다는 말인지, 그걸 포기했다는 말인지, 나중에 하겠다는 말인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하다. 내 마음속에 있는 말을 상대가 알아서 이해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경우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거기에 맞는 대응을 할 테고, 말하는 사람은 자신이 기대했던 상대의 반응이 안 나올 때 실망하고 마음에 상처를 받는다. 굳이 감수할 필요 없는 의사소통의 소모적인 단면이다.

이러다 보니, 외국인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표현, ‘거시기’라는 만능 대명사는 한국말에 없어서 안 될 필수 단어다. “그게 그냥 거시기해서…” 라고 말을 끝맺었을 때, 그 뜻을 해석할 수 있는 여지는 상당하다. 여기에서 상대의 표정이나 분위기를 보고, 지금까지 일의 맥락에 비추어 알아서 해석하는 것을 통해 의사소통 능력이 판가름된다.

더 기막힌 것은 체면이라는 가면을 쓰고 말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하고 싶은 말을 다 내뱉는 것보다 할 말이 있더라도 좀 담아두고 체면을 앞세운다. 그래야만 품위 있다고 여기는 풍조가 있다.

내가 굳이 말 하지 않더라도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주고 거기에 응당한 대응을 해 줄 때 상대는 나에게 점수를 딴다. 과거에 ‘에헴~’ 하는 양반들의 의성어만 듣고도 주변 사람들이 그 뜻을 알아 모셔야 했던 관행이 현대로 이어진 것일지 모른다. 더구나 상대가 상사이거나 내가 잘 보여야만 할 위치에 있는 인물일 때 결정적이다. 말 없는 상대 마음을 읽고 최적의 말로 화답할 때, 비로소 언어 정치의 달인으로 등극하며 성공 가도가 확장된다.

지금껏 우리는 이와 같은 말 문화에 익숙했지만 이젠 좀 변화가 필요하다. 말을 끝까지 들어야 하는 것도 맞고, 말의 마무리를 하지 않는다고 큰일 나지 않고, 가끔 체면치레도 필요하겠지만 지금의 시대적 흐름에 필요한 말 문화에 관심을 가져볼 때이다.

모두가 바쁘고 사회적 양상이 복잡해진 이 때, 명확하고 효율적인 말을 잘 구현하는 편이 훨씬 이롭다. 누가 듣더라도 의미가 확실히 전달되고, 시간낭비 하지 않아도 되며, 소모적인 눈치 보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이야말로 힘이 있다. 이런 말의 형태가 현대인에게 더 적합하고 선호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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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시대, 짧고 간결하게 결론부터 말하는 연습하기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측면을 강조하며 말해야 할까. 가장 쉽지만 흔히 간과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말할 때 결론부터 얘기하는 것이다.

서술어가 맨 마지막에 오는 언어 특성상, 우리는 말을 할 때도 핵심이 되는 결론이 뒤에 온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원하는 지, 어떤 얘기를 전하고자 하는 지가 가장 먼저 나와야 한다. 말을 할 때 서론이 너무 길면 상대는 지루해진다. 그리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그 어느 누구도 내가 구구절절 늘어놓는 서론에 귀를 쫑긋 세우고 가슴 깊이 동의하며 다 받아들이겠다는 태세로 기다려주지 않는다. 서론은 내 입장에서 던지는 지극히 내 주관적인 설명이며 나한테만 중요하다. 듣는 사람이 이를 중요하게 생각할 하등의 이유와 동기는 없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딱 한마디로 요약해서 그것을 가장 먼저 말하는 습관을 권유하고자 한다. 막상 해보면, 결론부터 말하는 것이 쉽진 않지만 그래도 자꾸만 결론을 먼저 말하도록 해보자.

결론부터 말했을 때, 상대가 선뜻 받아들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게 결론을 먼저 말했을 때, 상대는 동의하건 반대하건 내가 이어가는 부연설명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반대하는 상대라면 도대체 어떤 이유로 내가 이런 얘기를 하는지 궁금해서 설명을 들을 것이고, 동의하는 상대라면 무조건 내 얘기를 듣게 되니 걱정 안 해도 된다.

다음은 하고자 하는 말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빙빙 돌려 말하거나 간접화법으로 말하는 것을 피하자. 내가 말해야 할 것이 있다면 솔직 담백하게 정확한 단어를 사용해 말하자.

괜한 비유나 은유나 쓸데없는 시적인 표현은 지양하는 게 좋다. 상대도 피곤하게 만들고 정작 말하는 나도 눈치를 봐야 하기에 피곤해지기만 한다. 한마디로 소모적인 말하기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했을 때 관계가 어색해진다면 그 오해를 풀어주면 되고 뒤끝 없이 깔끔한 내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프로다운 면모를 드러내면 된다.

이런 말하기 습관이 익숙하지 않다면 선뜻 입이 안 떨어질 수 있다. 예의 없는 당돌한 말하기가 아닌지 우려스러워 자신이 안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오히려 직설적인 말하기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일이 적어진다. 그렇게 된다면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이나 뒷수습할 거추장스러운 일도 줄어든다. 이윽고 이런 말하기에 익숙해졌을 때, 그 상쾌함과 깔끔함이 주는 긍정의 에너지를 계속 추구하게 될 것이다.

말은 결국 문화다. 내가 어떤 문화를 경험하고 있는 지가 말에 투영된다. 이미 이 시대의 문화가 변했다면 내 말도 그에 맞게 적응해야 한다. 문화와 말이 딱 맞아떨어졌을 때 말은 더 없이 유익한 삶의 도구가 된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황유선 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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