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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선의 좋은 말 쉬운 글] 나는 혹시 문자 꼰대가 아닌가?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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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2-03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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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선 언론학 박사] 연말연시가 지나면 비로소 벗어나게 되는 것이 있다. 메신저를 통해 전해지는 계절맞춤형 메시지 세례다. 크리스마스가 있는 연말에는 한해를 잘 마무리하자는 격려와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내라는 메시지가 차고 넘친다.

새해가 시작된 직후에는 한해의 잘됨을 기원하는 축복과 부디 올 한해 소원을 꼭 성취하라는 염원의 메시지가 이어진다. 솔직히 좀 귀찮을 때도 있지만 한없이 좋은 말만 가득한 이런 메시지를 받는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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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도 안 읽기도 고민되는 ‘공산품’ 메시지들의 폭격

하지만, 여기에 문제가 있다. 이런 좋은 메시지를 받고도 내 마음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다는 것이다. 누가 만든 메시지이며 누구를 위한 메시지인가? 메시지의 주체와 대상이 빠졌다.

우리가 그런 식으로 전달된 메시지를 읽고 감동한 적이 별로 없었던 것도 바로 그 이유다. 감동은커녕 제대로 읽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라면 냉큼 지워버리기라도 하겠지만 메신저 단톡방을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는 피하기도 힘들다. 수신된 메시지 숫자가 계속 늘어가지만 메시지를 읽기 싫다는 이유 때문에 단톡방을 나갈 수도 없기 때문이다.

테크놀로지의 발달은 사람의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데 큰 몫을 했다. 이제는 이런 메시지까지도 대신 만들어 주었으니 우리는 단지 클릭 한두 번만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게 됐다. 여기에 더해, 테크놀로지는 현란한 그래픽과 아름다운 음악으로 메시지를 치장했다.

허나, 이 속에는 정작 인간미가 없다. 그 원인은 간단하다. 내가 상대를 위해 손수 작성한 메시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수제’ 메시지가 아니라 공장에서 대량으로 제작된 ‘공산품’ 메시지인 탓이다.

테크놀로지에 상대적으로 덜 익숙한 장년층일수록 이렇게 기계적으로 제작된 디지털 메시지에 더 매력을 느끼는 듯하다. 연말연시와 같은 특정 시즌을 맞이할 때면 테크놀로지 세상에서 불특정다수를 겨냥해 생산된 메시지를 골라 참 열심히도 지인들에게 전달한다. 여기서 지인이란, 자신의 휴대전화 연락처에 저장된 목록이다.

그러한 메시지의 모양새는 공통된다. 감미로운 음악이 깔리고 영상은 장엄하며 아름다운 글귀가 떠 있다.

사실, 디지털 공간에서 생성된 메시지를 지인 리스트에게 전송하는 것은 그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정성과 관심의 또 다른 표현이다. 일일이 찾아 뵙고 인사를 건네지 못하는 대신 단체 메시지를 보내 안부를 전하려는 따뜻한 정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테크놀로지 세상에서 제작된 메시지 중에서 멋져 보이는, 그래서 그들의 마음을 담는데 제격이라고 여겨지는 것을 선택해서 사람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퍼다 나르는 데 애를 쓴다.

물론 남들에게 무관심한 채 아무런 인사말도 전달하지 않는 것보다야 훨씬 고맙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진정성은 외면 받기 일쑤다. 사람들은 별 감흥도 받지 않은 채 그렇게 전달된 메시지를 흘끗 바라보고 삭제한다.

조금 더 정성을 들이는 사람이라면 짧은 감사의 한마디 답사를 남길 뿐이다. 양자 간의 메시지 교환 과정에서 깊은 울림은 없고 공허한 울림만 있다.

디지털 시대가 열리고 SNS가 보편화 된 현실에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모습이 이렇다. 나도 이런 양상 속에 머물러 있지 않은가 돌아볼 때이다. 기껏 생각해서 메시지를 보냈건만 소위 ‘문자 꼰대’로 인식되고 있지는 않은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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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위한 진정성 있는 내용을 담아보려는 노력

상대를 실망시키는 메시지 유형은 또 있다. 상대에게 보내는 메시지이지만 정작 상대를 위한 메지시가 아닐 때이다. 우리 경험을 한번 떠올려 보면 무슨 말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정작 나는 원하지도 않는데 단체 메신저방에는 좋은 글과 사진, 그리고 복을 기원하고 축하하는 메시지가 마구 올라온다. 오히려 실망스럽다. 그 어느 메시지도 나만을 위한 메시지는 아니다. 혹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똑같이 보낸 천편일률적인 메시지, 특히 테크놀로지가 생산해준 메시지를 나도 여지없이 받았을 때 허무하다. 도대체 그러한 메시지는 누구를 위한 메시지인가?

이런 류의 메시지에는 따뜻한 온기가 전혀 없다. 단 한 줄의 메시지라도 나를 위한 글귀가 감동이 되고 기억에 남는다. 이 당연한 명제가 디지털 공간 속에서 희귀한 일이 되고 있다. 생일 축하 메시지를 받더라도 이미 제작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축하 영상이나 이모티콘을 받는 것보다 나를 생각하며 건네주는 딱 한마디가 큰 감격을 준다.

“생일 축하해, 이제 36살이니 30대 중반을 넘었네. 더 건강하고 활기 있는 삶을 기원할게.” 소박하지만 이런 메시지가 현란한 이모티콘보다 사람 냄새 나고 고맙다.

신년 메시지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보다 “지난해 열심히 노력했던 프로젝트가 신년에는 최고의 결실을 맺고 잘 마무리되기 바랍니다”라는 메시지가 훨씬 특별하다. 그 어떤 복 받으라는 말보다 더 큰 축복의 메시지 아니겠는가.

이제 2월이 됐으니 두 달간 이어졌던 시즌 메시지는 한동안 뜸할 것이다. 숨을 좀 돌렸으니, 이제부터 내가 보내는 메시지에는 내 목소리가 담기도록 해보면 좋겠다.

또, 한 사람만을 위한 메시지를 한 사람에게만 보내도록 하면 좋겠다. 반겨주지도 않는 메시지를 대량으로 이사람 저사람에게 보내고, 단체 메신저방에 투하하는 정성이라면 단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을 하나의 메시지에 담는 노력이 훨씬 가치 있다.

그러니 문자를 보낼 때 한 번 더 생각하자. 내 고유한 의견이 담겼는가. 내 진정성이 충분히 드러나는가.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한 메시지인가. 상대에게 어울리고 도움이 되는 메시지인가. 문자 꼰대란 결국 문자 공해유발자다.

내 문자가 소통할 곳이 없어서 외로운 꼰대의 심심풀이 정도로 인식된다면 너무 서글픈 일이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2019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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