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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인생] 노인을 위한 사회적 배려가 쌓인 나라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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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9-02-05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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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김민정 기자] 스페인의 전체 인구는 지난 2010년 기준 4,650만5,963명. 이중 만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786만 8,968명(16.9%)으로, 이미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가 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스페인은 그만큼 노인들을 위한 여건이 잘 갖춰져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나라 전체가 고령친화도시라 할 수 있을 만큼 ‘사는 곳에서 편하게 나이들 수 있는(Aging in place)’ 소리 없는 배려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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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싶은 노인은 누구나…‘경험자대학’

마주 앉은 사람들이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각도를 배려한 벤치가 어디에나 있는 나라. 지면과 같은 높이의 저상 버스는 노인이나 장애인도 손쉽게 탈 수 있다. 버스 안엔 휠체어와 유모차를 위한 공간이 있고, 허리 아픈 사람이 서서 기댈 곳도 있다. 스페인에서라면 누구나 만날 수 있는 일상 풍경이다.

스페인 정부는 정부 부처 내 독립 부서로 노인복지청을 두고 있다. 스페인 노인 복지의 중요도를 가늠할 수 있는 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노년인 만큼 스페인에서는 이왕이면 살던 곳에서 활기차게 보내는 노년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들이 펼쳐지고 있다.

스페인의 ‘활기찬 노년(Active aging)’은 노인을 집 밖으로 나오게 하는 데서 출발한다. 우리나라 노인 세대가 한국전쟁으로 인한 사회적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면 스페인 노인들도 스페인 내전으로 공부할 기회를 상실한 세대다. 이를 위해 스페인 대학들은 배움에 대한 열망이 큰 노인들에게 ‘경험자대학’이라는 이름으로 문호를 개방했다.

‘경험자대학’은 노인을 단지 나이든 존재로 보지 않고 그 경험을 존중한다는 의미로 붙인 이름. 문학과 언어, 교육 사회학, 심리학 등 노인 대상 과정을 신설했고, 학부생들의 수업에도 한 강좌당 5명 이하로 원하는 노인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해 세대 소통의 기회로 활용했다. 2015~2016학년 기준 연간 수업료는 280유로(약 35만 3,000원). 노인 누구나 부담 없이 공부를 할 수준으로 최상의 교육 과정을 누릴 수 있는 시스템이다.

사회 공헌으로 활기찬 노년 SECOT

그런가 하면 ‘SECOT(세콧·스페인 시니어 전문가 연대)’은 기업 중역으로 은퇴한 시니어들이 경험과 노하우를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주는 사회공헌을 하기 위해 1989년 조직한 비영리법인이다.

마드리드에서 처음 설립돼 바르셀로나 등 스페인 22개 도시로 확산됐다. 스페인 전역 회원 수는 1,200여명. 바르셀로나에서만 203명이 활동 중이다.

회원들은 창업·마케팅 컨설팅 등을 무급 자원봉사로 제공한다. 세콧은 엄격한 인터뷰를 통과한 사람만 회원이 될 수 있다. 전직을 고려해 업무를 배당하고, 실전 강의를 나가기 전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세 번의 모의 강의를 통과해야만 기업 강의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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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축제가 키운 공동체의 힘

축제의 나라 스페인에선 연중 크고 작은 축제가 끊임없이 열린다. 그리고 이러한 마을 축제는 세대 교감 공동체의 힘을 키우는 장이기도 하다.

200년 역사의 바르셀로나 그라시아구 축제는 ‘축제의 주인이 마을 주민’이라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축제다. 그라시아구 축제는 마을 골목마다 축제골목위원회를 두고 축제 준비부터 진행까지 주민들의 힘으로 이루어진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세대가 참여해 연중 축제 준비를 하고, 이 과정에서 참여와 자치, 배려와 연대가 돈독해진다.

스페인 지역 노인 돌봄 시스템 라다스(RADARS·레이더를 뜻함)도 그라시아지구 약사회에서 출발했다. 마을 노인들이 자주 찾는 약국에 며칠 들르지 않으면 약사가 구청에 신고를 하는 형태로 시작된 것이다.

라다스는 마을 주민들이 지역 노인의 안전에 공동 책임을 지는 구조여서 구 단위로 4명의 계약직 공무원만 두고도 취약 계층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2019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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