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VC의 스타트업 연간 누적 투자액(11월 기준)은 3조 1,217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 같은 기간(2조 680억원)은 물론 전체 투자 총액(2조 3,803억원)도 뛰어넘었다. 업계에선 2018년 한해 투자 총액이 3조 5,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바이오·의료 분야가 주목 받았다. 2017년 3,788억원에 그친 투자액이 7,572억원(11월 기준)으로 증가했다. 매년 부문별 투자액 1위를 지켜온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분야를 두 번째 자리(6,896억원)로 밀어냈다.
김창호 한국투자파트너스 이사는 “ICT는 글로벌 시장의 강자가 워낙 많아 한국 스타트업이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한국 스타트업이 판세를 뒤집을 가능성이 있는 업체를 찾다 보니 바이오 분야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스타 스타트업이 대거 등장한 것도 2018년 변화로 꼽힌다. 쿠팡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조 2,600억원을 투자 받았다.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에서 유치한 가장 큰 투자로, 이를 통해 쿠팡의 기업 가치는 10조원 이상으로 커졌다.
방탄소년단을 탄생시킨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배달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 총싸움 게임(FPS) 배틀 그라운드로 유명한 블루홀 등도 유니콘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비상장 벤처기업) 대열에 합류했다. 2017년까지 유니콘으로 분류됐던 국내 스타트업은 쿠팡과 옐로모바일뿐이었다.
한층 탄탄해진 VC 생태계
스타트업 투자는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연간 신규 투자액 규모가 2015년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으며, 그 후 매년 1,000억~2,000억원씩 투자액이 늘었다.
이를 감안해도 지난해 투자액 증가폭은 유달리 크다. 전년 같은 기간(1~11월)과 비교하면 1조원 이상이 더 몰렸다.
전문가들은 VC들에 자금을 나눠주는 모태펀드의 활약을 시장 확대 이유 중 하나로 분석했다.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통해 마련한 8,600억원을 모태펀드에 투입했다.
그리고 이 자금을 받은 48개 VC는 자기 투자금을 보태 지난해 1조 8,000억원 이상을 시장에 쏟아부은 것이다.
VC시장 진입이 용이해진 것도 시장이 탄탄해진 원인 중 하나다. 2017년 10월부터 창업투자회사 자본금 요건이 기존 5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완화되면서 새로 VC 조합을 설립하는 사례가 늘었다.
2017년 신설된 VC 조합은 164개(4조 5,887억원)였으며, 2017년 11월까지 124개 VC 조합(3조4,137억원)이 탄생했다. 시장을 관망하던 금융기관과 정책기관이 VC 조합으로 대거 합류한 게 눈에 띄는 변화다.
VC들의 투자 열기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신설 VC 조합의 보유 자금 중 상당액이 투자 대기자금 형태로 남아 있는 만큼 ‘실탄’이 넉넉하다는 분석이다. 2018년 10월까지 결성된 VC 조합은 99개로, 총 2조 6,751억원이 결성됐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2019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