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Pixabay
우리나라는 10명 중 8명이 신용카드를 가진 ‘신용카드 대국’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신용카드 보급률은 80.2%였고 이용률은 57.9%였다. 경제 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셈이다. 신용카드 보급률과 이용률이 높은 만큼 국내 결제 시장은 신용카드 중심으로 굳어졌다. 카드를 사용하며 얻는 혜택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 높았다.
카드사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서는 혜택 등 고객 서비스가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신용카드 업은 소비자가 제공하는 신용을 바탕으로 지급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정된 상품 모델 구조다. 한정된 상품에 다수의 회사가 참여하고 있으니 타사와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모객을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된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 서비스에 따라 카드사를 옮기는 고객들이 많아 마케팅이 다양하게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배경에 소비자들은 혜택을 누렸지만, 금융당국은 모객을 위한 카드사의 ‘출혈 경쟁식’ 관행이라고 보고 일회성 마케팅 자제를 권고했다. 법인카드를 계약한 대형 법인회원에 대해 수수료와 연회비 수익을 초과하는 비용을 지출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한다. 카드사들은 정책 기조가 카드 혜택 축소인 데다,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면 포인트 적립, 무이자 할부 등 이미 내놓은 상품에 대한 부가서비스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여신금융협회 역시 ‘카드업계 및 카드수수료 현황 설명자료’에서 “카드사가 쓰는 마케팅 비용의 90%는 소비자에게 무이자 할부, 부가서비스 등 혜택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마케팅 비용을 줄여서 수수료율을 인하하라는 정부의 주장은 소비자 혜택 축소로 가맹점 부담을 줄여주라는 것”이라고 반박에 나섰다.
올해 들어 혜택 축소는 가시화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ㆍKB국민·현대·BC·하나·우리·롯데)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유통·통신·항공 등 제휴카드의 신규 발급을 속속 중단하고 있다. 하나카드는 올해 들어 항공 마일리지 적립 특화 프리미엄 카드인 '시그니처'와 '시그니처 스카이패스'의 신규발급을 멈췄고, 신한카드는 지난 7일부터 홈플러스 제휴카드 5종의 신규발급을 전격 중단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말 KT-현대카드M 에디션2(라이트할부형)와 LG U+-현대카드M 에디션2(라이트할부형 2.0)의 신규·교체·갱신 발급을 종료한 상황이다.
이같은 제휴 카드는 카드사들이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닌 연유로 단종되기 쉬운 부문 1순위였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제휴 카드는 상품 자체가 마진이 많이 남지 않는 구조라서 신규 발급 중단이 가맹점 수수료 인하의 여파 때문만은 아니"라며 "당국이 과도한 마케팅 자제를 주문하니 이참에 상품군 정리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QR코드 스캔 기반 카카오페이, 제로페이 등 대체 결제수단의 등장도 위기다. BC·신한·롯데카드가 지난 7일부터 공동으로 ‘QR페이’를 시작하고 가맹점 모집에 나섰다. 카드사가 공동개발한 QR코드는 카드사 간 호환이 가능해 국민카드 등 타 카드사도 합류를 검토하고 있다. 카카오페이가 2014년, 제로페이가 지난달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것에 비하면 한참 늦은 후발 주자지만 무이자 할부, 포인트 적립 등 기존 카드 혜택을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카드업계가 QR페이에 나선 것은 제로페이 등이 QR코드를 이용한 앱투앱(App to App)의 간편결제로 가맹점 수수료를 낮춰 결제시장에 나선 것에 대응해 시장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핀테크 기술 발전에 따른 차세대 결제 사업자의 등장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상황이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