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이 재개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브렉시트 관련 불불안감, 미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에 대한 우려 등이 주식시장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말을 맞아 배당 이벤트가 주목받는 만큼 배당주를 투자 대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증시는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55% 내린 2068.69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11월 23일(2057.48) 이후 최저치다. 코스닥 역시 3.24% 하락해 678.38로 마감했다. 지난 11월 14일(671.5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시장에서 3891억원, 코스닥시장에서 855억원 규모로 순매도했다.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90일간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미국이 대중 강경파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이끄는 협상대표로 임명하면서 악재가 됐다.
캐나다가 지난 1일 미국의 요구로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의 딸인 멍완저우(孟晩舟) 글로벌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체포했다는 소식도 미·중 갈등이 재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더했다.
미국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서 경기둔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3일(현지시간) 미 국채 2년물과 3년물 금리가 11년 만에 5년물을 앞지른 데 이어 4일에는 2년물과 10년물 간 금리차(스프레드)가 11bp로 11년 내 최저수준을 나타냈다.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지난 5일 2년여 만에 장단기 금리차가 최소로 좁혀졌다.
향후 경기에 대한 전망이 비관적일 경우 단기물보다 장기물에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통상 채권금리는 장기물이 단기물보다 높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는 장기물 금리가 하락(가격 상승)하고 단기물 금리가 상승(가격 하락)하면서 격차가 줄어든다. 심한 경우 금리가 역전되기도 한다. 장단기 금리차 축소나 금리 역전 현상이 경기침체의 전조로 해석되는 이유다.
불확실성이 주가 변동성을 야기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배당과 같은 확실한 이벤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현재 코스피200 종목의 기말 예상 배당 수익률은 1.77%, 중간배당 포함 시 2.42%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주가 하락으로 인해 높아진 배당수익률, 채권금리 하락에 따른 상대적 매력, 12월 27일 배당락을 앞둔 연말 배당 기대감 등 3가지 요인과 추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앞의 3가지 요인에 따른 배당수익률이 현 상황과 같은 불확실성이 높은 시점에 안전 마진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향후 배당락 전까지는 배당주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만 배당주 내에서도 선별적인 작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우리나라의 배당주가 주로 경기민감 업종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배당지수가 경기사이클 후반기에는 방어적인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 연구원은 “올해의 주가 흐름이 바로 그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일반적으로 배당주라고 하면 배당이라는 안전 마진 때문에 하락이 제한적이어야 할 것 같은데 올해 국내 증시가 부진한 기간 배당지수는 코스피와 거의 동일한 흐름을 보였고 심지어 10월까지는 코스피를 하회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원인으로는 사실상 경기민감 업종으로 구성돼 있는 국내 배당지수의 특성을 꼽았다. 하 연구원은 “미국은 방어주(필수소비재·유틸리티·통신)의 비중이 30~40%에 이른다”면서 “우리나라 배당지수에서 해당 업종 비중이 10% 미만인 것과는 매우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국내 배당지수 데이터가 금융위기로 경기침체를 겪은 후 사이클의 회복기인 2009년 7월부터 제공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배당지수가 경기사이클 후반기 때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자료=SK증권
배당지수의 12월 수익률(11 월 말 대비 12 월 26 일 종가 기준)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1년, 2013년, 2014년, 2015년, 2016년, 2017년에 코스피 수익률을 상회했다.
하 연구원은 “이는 12월 연말 배당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판단한다”면서도 “하지만 2010~2017년의 성과는 경기사이클 회복기에서의 결과이기 때문에 단순히 연말 배당 기대감만으로 배당지수에 투자하라고 권유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SK증권은 배당주 선별 종목으로 SK텔레콤, KT, 진로발효, 신라교역, 창해에탄올, 조홍, 체리부로, MH에탄올을 제시했다. 방어주 성격의 업종, 주당배당금(DPS) 증가 여부, 영업이익, 과거 12월 수익률 변동성(배당주로서 주목받는지 확인) 등의 조건을 고려한 결과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