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액면분할 후 ‘국민주’로 변신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주가는 4만원선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의 전체 주주 중 소액주주 비율이 99.98%에 달하는 가운데 삼성전자 주식이 개미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4일 삼성전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2.54% 내린 4만2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액면분할 후 첫날 대비 18.79% 하락한 수준이다.
주주 수로만 봤을 때는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을 통해 황제주에서 국민주로 탈바꿈했다는 평가는 유효하다. 삼정전자 주주가 액면분할 전보다 약 4만명 넘게 늘었기 때문이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삼성전자 주주는 66만714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 기준 14만4374명 대비 4배 넘게 증가한 수준이다. 삼성전자 주주는 액면분할 전인 지난 3월 말 24만1513명에서 6월 말 62만7644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이후 3개월 동안에도 4만명이 더 유입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말 주주총회에서 50대 1 액면분할 안건을 의결한 후 4월 30일부터 3거래일간 액면분할을 위한 거래 정지에 들어갔다. 액면분할 후 삼성전자 보통주식 총수는 50배인 64억주로 늘었고 1주당 250만원을 넘나들던 삼성전자 주가는 5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주식 한 주당 가격이 5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거래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실제로 9월 말 삼성전자 발행 주식 총수의 100분의 1에 미달하는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 수는 66만7042명으로 전체 주주의 99.98%를 차지한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달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2019년 전세계 반도체 시장의 매출이 총 4901억달러로 올해(4779억달러)보다 2.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반도체 매출을 올해 대비 5.2% 늘어난 5020억달러로 추산했던 지난 8월 보고서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하향 조정됐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매출은 올해 33.2% 증가한 뒤 내년에는 0.3% 감소해 역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하나금융투자는 D램과 낸드 등 반도체 제품가격 하락과 출하의 부진을 감안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영업이익을 기존 12조4000억원에서 11조30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에도 반도체 부분이 전사 이익을 둔화시킬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내년 2분기부터는 D램 가격의 하락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상저하고 수요 증가율, 공급제약 지속, 건강한 재고 수준 등의 이유로 2019년 2분기부터 D램 재고 감소와 가격 하락 폭 축소를 전망한다”며 “1분기 D램 평균판매단가(ASP) 하락 폭이 주식시장에 노출되는 시기가 불확실성을 해소시키는 구간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