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회계처리를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 내렸다. 이날 증선위 조치로 당분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스피 시장에서 매매가 정지된다.
증선위는 이날 김용범닫기김용범광고보고 기사보기 금융위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장 주재로 정례회의를 열고 금융감독원이 제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재감리에 따른 제재 조치안을 심의했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해 회계 처리한 것은 회계처리기준 위반이라며 지난 2012년부터 2013년 위반 동기는 과실, 2014년 위반 동기는 중과실로 판단했다.
2015년 회계처리는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계원칙에 맞지 않게 회계처리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 및 적용하면서 이를 고의로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
지난 2016년 11월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된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냈으나 2015년 회계연도에서 1조9000억원대의 순이익을 얻었다. 2015년 지분 91.2%를 보유한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고 기업가치를 취득가액이 아닌 공정가액(시장가) 4조 8000억원으로 평가해 회계처리를 하면서 가능했던 일이다.
김용범 증선위원장은 “금감원의 추가 조사 내용 및 증거자료로 제출된 회사 내부 문건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회사는 2012년부터 2014년에도 콜옵션 부채를 인식했어야 함을 2015년에 인지하였으나 콜옵션의 공정가치 평가가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사전에 마련한 상태에서 이에 맞추어 외부평가기관의 평가 불능 의견을 유도했다”며 “이를 근거로 과거 재무제표를 의도적으로 수정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회사는 에피스 투자주식을 취득원가로 인식하면서 콜옵션 부채만을 공정가치로 인식할 경우 회사의 재무제표상 자본잠식이 될 것을 우려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배력 변경을 포함한 다소 비정상적인 대안들을 적극적으로 모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대표이사 해임 권고, 과징금 80억원 부과와 함께 회계처리기준 위반 내용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날 증선위 조치로 바이오 대장주 중 하나로 꼽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스피 시장에서 매매가 당분간 정지되며 한국거래소의 상장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시가총액 24조348억원, 코스피 상장기업 5위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시장의 큰 파장이 예상된다. 작년 말 기준 소액주주만 8만175명이며 이들이 보유한 주식 물량은 1423만8562주에 달한다.
거래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실질심사를 진행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증선위는 “거래소는 상장규정에 따라 현시점에서의 기업의 계속성, 경영 투명성, 그밖에 공익 실현과 투자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상장실질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증선위 결정과 관련해 “당사는 기업회계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면서 “2016년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에서뿐만 아니라 금감원도 참석한 질의회신 연석회의 등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문제없다는 판단을 받은 바 있으며 다수의 회계전문가들로부터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의견도 받았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선위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