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냐, 11월이냐 시점만 남은 셈. 이에 따라 올 연말은 물론 내년 한은의 금리인상 여부에도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오는 12월에 이어 내년에도 추가로 3차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은도 추가 인상을 할지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우리 경제지표는 낙관적이지 않아 추이가 주목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또다시 ‘금융 불균형’이란 키워드를 내놓으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암시했다. 이 총재는 지난 10월 4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열린 경제 동향 간담회 모두 발언에서 “(지난 10년간) 소득 증가율을 웃도는 가계 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금융 불균형이 누증되고 있다”며 “금융 불균형을 점진적으로 해소하는 등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불균형은 장기간에 걸친 저금리 기조에 따른 가계 부채 증가와 부동산시장으로의 과도한 자금 쏠림 등을 의미한다. 금융권에서는 이 총재가 금융 불균형의 점진적 해소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보다 무게를 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 총재가 금융 불균형이란 키워드를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 발언 수위가 점차 강해지고 있다.
앞서 이 총재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9월 27일 기준금리를 기존 1.75~2.0%에서 2.0~2.25%로 0.25%포인트 인상했을 때 “금리 결정 여건이 생각보다 어려워졌다”며 “앞으로 금리 결정에는 거시 변수가 제일 중요하고 저금리가 오래갔을 때 금융 불균형이 어느 정도 쌓일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최적의 결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이 최근 금융 불균형 완화를 지속적으로 꺼내든 것은 역전된 한·미 간 금리 차이가 점점 확대되는 데 그 이유가 있다. Fed는 2015년 말 양적 완화(QE) 정책 종료 후 기준금리 인상을 지속해 올해만 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9월 기준 미국의 기준금리는 2.0~2.25%로, 미국의 기준금리가 2%를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8년 10월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이러한 기준금리 인상의 명분은 미국의 고용시장과 인플레이션 등 경제지표의 호조다. 미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4년 3분기 후 가장 높은 4.1%를 기록했고 실업률은 지난 7월 3.9%로 금융 위기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추가 금리 인상도 이어질 전망이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공개된 금리 점도표는 연내 1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확인해줬다.
사실상 올해에만 네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이른 감은 있지만 내년에도 두세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2020년 Fed 위원들의 기준금리 중간값 전망치는 무려 3.4%에 달한다.
그 사이 한국은 동결을 거듭하면서 한·미 간 금리 차가 2017년 역전됐다. 그리고 최근에는 그 차이가 더 벌어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6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1.50%로 올린 이후 10개월째 동결을 유지 중이다.
현재 미국과의 정책금리 차는 0.75%포인트. 한은이 계속 동결을 고수한다면 한·미 간 금리 차는 연말에 1%포인트까지 커질 가능성이 확실시된다. Fed의 기준금리 결정이 ‘방향’이 아닌 ‘속도’의 문제로 들어선 상황에서 한은이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기준금리 인상 시 가장 큰 난제는 가계 부채다. 현재 1.5%의 기준금리를 유지하며 초저금리 시대를 걷고 있지만 올 하반기, 더 나아가 중·장기적으로는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천문학적인 숫자를 기록한 ‘가계 부채’의 뇌관이 터지기 일보 직전인 탓이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말 가계 신용은 1,493조 1,555억원이 넘었다. 가계 신용은 은행·대부사업자·보험사 등의 가계 대출 외에 카드사의 판매 신용까지 포함한 가계 빚 지표다.
국민 1인당 진 빚이 2,892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1인당 빚이 3,000만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시장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 부채에 직격탄을 맞는 것은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러운 과다 채무자들이다.
하반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원리금 상환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 전인 지금에라도 가계 대출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관석 신한은행 PWM분당중앙센터 센터장은 “그간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시장금리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미 기준금리가 1~2차례 오른 것을 반영한 만큼 올라 있다”면서 “기준금리 인상 시 레버리지를 과도하게 일으켰던 부동산 투자자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는 지난해 11월 연 3.02%에서 지난 8월 연 3.21%로 매월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금리를 자극하면서 일부 시중은행의 신규 주담대 금리는 최고 5%에 육박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대출금리 상승 압박이 커지면서 저금리 시기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변동금리 주담대를 선택한 대출자들이 고정금리 주담대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늘고 있다.
기업 역시 문제다. 특히 중소기업의 자금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정귀일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대출금리가 0.55%포인트(6월 기준) 높아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압박이 더 클 것”이라며 “수출 기업들은 향후 시설 및 운영자금 운영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한은은 내년 통화정책에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는 어려워졌다. 금융불균형을 생각하면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하지만 금리를 인상하면 일정 수준의 경기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도 내년 한은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전망이 ‘동결 지속’과 ‘한두 차례 인상’으로 엇갈린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거시 측면에서 내년 경기가 올해보다 좋아질 분위기가 아니다. 내년 금리를 올릴 요건은 많지 않다”면서 “만약 내년 인상한다면 거시 측면이 아니고 금융안정 측면이다.
미국이 계속 금리를 올린다거나 국내 금융불균형 해소가 안 돼서 인상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금리인상은 향후 성장률 전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라며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융불균형에 초점을 맞춰 인상할 수 있는 1~2차례 인상할 여지가 생긴다. 내년 상반기에 한 차례 인상한 이후에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