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공급 확대와 수요 부진이 겹치면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D램 가격하락 폭이 내년 1분기에 더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메모리 반도체 ‘고점 논란’이 여전한 상황이다.
지난 10월 한 달간 D램 가격은 10% 넘게 급락하는 등 본격적인 하락세를 나타냈다. 6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에 주로 사용되는 D램 메모리인 DDR4 8Gb 제품의 지난달 말 가격은 개당 7.31달러로, 전월(8.19달러) 대비 10.74%나 떨어졌다. 최근 5개월간 이어왔던 보합세를 끝마치고 1년 전 가격 수준으로 돌아간 셈이다.
시장에선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전반적 성장을 이끌었던 D램 가격이 4분기부터 내림세로 돌아서고 그동안 가격상승을 이끌었던 극심한 공급 부족 현상도 완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D램익스체인지는 “11월과 12월에도 D램 가격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내년 1분기에도 계절적인 비수기의 영향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내년 D램 가격은 최근의 시장수급 전망으로 미뤄봤을 때 최고 20% 안팎의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D램 수요에는 불확실성이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 미국의 금리인상 등 대외적인 변수가 산적하고 중국 스마트폰 수요 전망도 하향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하이퍼스케일러 업체의 설비투자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는 점도 서버 D램 수요에 악재다.
최근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 미국의 주요 하이퍼스케일러 업체들은 올 3분기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했지만 이들 업체의 3분기 설비투자 규모는 전분기보다 비슷하거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성장둔화 우려가 큰 페이스북의 3분기 설비투자 규모는 전분기보다 3% 감소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도 90%로 전분기 증가율 140% 대비 50%포인트 낮아졌다.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미국 하이퍼스케일러 업체들의 설비투자가 크게 늘어났던 점을 고려하면 내년 1분기까지는 설비투자 증가가 더뎌질 전망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매크로 불안은 전반적인 수요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결국 메모리 수요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당분간 수요 둔화와 공급 증가로 인한 가격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수요 불확실성 확대와 공급 증가로 가격 하락폭이 커지고 있는 현 상황에선 메모리 반도체 업종에 대한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D램 가격이 하락하면서 삼성전자 등 메모리 반도체 업종의 분기 영업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뒤따른다.
유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경우 내년 2분기까지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연간 영업이익도 18% 감소해 단기 모멘텀은 약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증권가에선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할 수 있으나 업황은 앞으로도 여전히 견조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업황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공급 증가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며 “분기별 가격하락은 발생할 수 있는 구간이나 이것이 시장의 몰락이나 영업이익의 급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분간 재고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가격이 하락할 수 있지만, 수요가 공급을 상회하는 구간이 상당 기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4분기 반도체 시황 둔화로 실적이 전분기 대비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한편 내년 하반기부터는 서버와 모바일을 중심으로 D램 시장의 수요 증가세가 공급 증가세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인공지능(AI)과 5G 등으로 펀더멘털은 중장기적으로 견고하다고 평가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