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서울의 경우 미개발 토지가 거의 남은 게 없기 때문에 현재 남아있는 재개발 구역이 새 아파트를 얻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재개발 투자는 부동산 투자 방법 중 가장 어려운 축에 속하기 때문에 주의도 필요하다. 하반기 유망한 재개발 지역을 짚어보자.
하반기 수도권 9,400여가구 분양
재개발 투자는 구역 내 오래된 빌라나 단독주택을 구입한 뒤 조합원 지위를 획득해 분담금을 내고 새 아파트를 받는 과정에서 수익을 얻는 활동이다. 사업 진행 과정은 구역 지정→추진위원회 설립→조합 설립→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인가→분양→이주와 철거→입주 등을 거친다.
한때 서울시 내 재개발 구역은 약 300여개에 이른 적이 있다. 하지만 사업이 진행돼 입주까지 완료한 구역이 있는가 하면 구역 해제된 곳도 많아졌다.
서울클린업시스템에 따르면 6월 13일 현재 서울 재개발 구역 중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설립된 곳은 230개. 이 중 분양을 완료했거나 조합 해산 혹은 청산, 사업이 일시 정지된 지역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현재 사업을 추진 중인 구역은 123개에 불과하다.
더욱이 서울 도심 안에는 미개발 토지가 없다. 새 아파트 공급을 위해서는 재건축이나 재개발 같은 정비사업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 남은 재개발 구역이 서울 새 아파트를 얻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 하반기(7~12월) 수도권에서는 재개발구역 내 9,400여가구가 일반분양 될 예정이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 하반기 수도권 재개발구역 16곳에서 총 1만 9,384가구 가운데 9,460가구가 분양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 서울 9곳 4,516가구, 경기 5곳 3,407가구, 인천 2곳 1,537가구 등이다. 이는 올해 상반기 재개발 일반분양 물량 3,217가구보다 2.9배, 지난해 하반기 4,181가구보다는 2.2배 늘어난 수치다.
전문가들은 “최근 수도권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고, 부동산규제가 재건축으로 집중되면서 지지부진했던 재개발사업이 활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선 북아현·노량진뉴타운 주목
서울 재개발 지역 중 가장 알려진 곳은 한남동과 성수동이다. 두 지역은 워낙 널리 알려져 있는 만큼 투자금액이 비교적 많이 든다. 한남동과 성수동 모두 3.3㎡당 대지지분 가격이 1억원을 넘어섰다.
이 지역에 투자하려면 초기 자금만 6억~7억원이 필요하다. 투자자금이 여유 있는 사람이면 한남동이나 성수동이 매력적이겠지만 일반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럽다.
한남동과 성수동을 제외한 지역 중 눈길을 끄는 곳은 북아현뉴타운과 노량진뉴타운이다. 구체적으로 북아현2구역과 노량진1·3구역, 6구역 등이 알짜 물건으로 꼽힌다.
북아현뉴타운은 최근 잇따른 분양과 함께 가치가 급등했다. 북아현1-3구역을 재개발한 ‘e편한세상신촌’은 분양가격 대비 약 2배 가까이 가격이 올랐다. 현재 나온 매물들은 전용 84㎡ 기준 약 13억원에 호가가 형성됐다.
북아현2구역은 북아현뉴타운 5개 구역 중 가장 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지하철 2호선과 5호선 환승역인 충정로역과 맞닿아 있고 서울 최고 중심부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청과도 도보 30분 거리다. 마포구에서 가장 입지가 좋다고 평가받는 염리3구역(마포프레스티지자이)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현재 북아현2구역 내 재개발 물건은 프리미엄이 약 4억원 초중반에 형성됐다. 매매 시세는 대지지분에 따라 약 6억~7억원 수준. 전세나 대출을 제하고 실제 필요한 투자금액은 약 4억~5억원이다.
다만 북아현2구역은 입주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현재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관리처분인가를 기다리고 있으며 준공까지 약 6~7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량진뉴타운도 주목할 만하다. 노량진 뉴타운은 총 8개 구역으로 구성됐다. 입지만 보면 1구역과 3구역이 가장 낫고 사업 진행 속도는 6구역이 가장 빠르다. 6구역은 현재 프리미엄이 약 3억원 중반대에 형성됐다.
SK건설과 GS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한 6구역은 노량진역보다 7호선 장승배기역이 더 가깝다. 노량진뉴타운에서 입지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사업 속도가 빨라 프리미엄이 가장 높게 형성됐다.
이미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관리처분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르면 5~6년 내 입주가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노량진뉴타운 대장주는 1·3구역이다. 1호선과 9호선 환승역인 노량진역과 가깝고 일부 한강 조망이 가능한 단지도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현재 1구역과 3구역은 프리미엄이 약 3억원 형성됐다. 입지는 좋지만 사업 속도가 느리다는 점 때문에 아직 다른 구역과 비교해 저렴한 편이다.
분양도 잇따른다. 라온건설은 10월 서울 중랑구 면목동 171-7 일대에 면목5구역을 재건축하는 ‘면목5구역 라온프라이빗’을 분양한다.
최고 30층, 4개동에 전용면적 50~95㎡로 총 453가구 중 237가구가 일반분양된다. 지하철 7호선 사가정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고 장안제일시장, 홈플러스 등이 가까워 쇼핑이 수월하다.
삼성물산은 12월에 신정뉴타운 2-1구역에서 ‘래미안 신정 2-1구역(가칭)’을 공급할 예정이다. 전용면적 59~115㎡ 총 1497가구 중 647가구가 일반분양된다. 남명초·신남초·신남중·신서중 등이 인근에 있으며, 지하철 2호선 신정네거리역도 가깝다.
성남, 고양 등 눈에 띄는 경기도 재개발 분양단지도 많아
경기도에서도 재개발 단지가 올 하반기 분양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경기도에서는 신도시나 택지지구 중심으로 주택 공급이 이뤄져 왔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대부분 개발이 마무리됐고, 이미 공급 된 아파트들도 입주를 시작하거나 마친 곳이 상당수다. 여기에 지난 2014년 택지개발촉진법이 폐지된 이후 신도시와 택지지구 공급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재개발·재건축 물량으로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서울에 비해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눈에 띈다. 서울은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인 만큼 사실상 입주할 때까지 분양권 전매가 제한된다.
반면 경기도의 경우 분양권 전매 기간이 6개월에서 1년 6개월 정도로 서울에 비해 규제가 덜하다. 또한 경기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경우 편리한 교통망으로 서울 생활권을 누릴 수 있고, 각종 생활편의시설들까지 이미 조성돼 있다는 점에서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실제로 GS건설이 지난 7월 안양시 소곡지구 주택재개발을 통해 선보인 ‘안양씨엘포레자이’는 평균 24.6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 주택형 1순위 청약마감을 달성했다.
올해 하반기에도 성남, 고양 등 경기도 내 재개발 분양물량이 눈길을 끈다. (주)한양은 ‘한양수자인 성남마크뷰’를 8월에 분양한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금광동 2622번지 일원에 위치하며, 전용 40~74㎡ 총 711가구 중 255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단지가 위치하는 금광동 일대는 한양수자인 성남마크뷰(금광3구역)를 비롯해 금광1구역, 상대원3구역 등 인근 재건축·재개발사업을 통해 새 아파트 대단지로 탈바꿈될 예정이다.
두산건설도 고양시 능곡1구역 재개발사업을 통해 ‘능곡 두산위브’를 8월 중 분양한다. 전용 34~84㎡ 총 628가구 규모로 일반분양 물량은 267가구다.
포스코건설은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2구역 재개발사업을 통해 하반기 중 ‘의정부 가능 더샵’을 선보일 예정이다. 총 420가구 중 317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재개발 투자 시 지분가치 따른 별도 분담금은 주의
사실 많은 사람들은 재개발 빌라에 투자하면 ‘내 헌 집을 새 아파트로 바꿔준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분가치에 따라 분담금을 별도로 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전적인 측면에서 이득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투자해야 한다.
최근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주요 단지 분양가격은 주변 시세의 80%로 공급되고 있다. 일반분양 가격이 프리미엄을 감안한 조합원 분양가격보다 저렴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재개발 조합원 자격을 취득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분양으로 전환했을 때 동·호수를 선점할 수 있고 청약 경쟁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별도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1주택 이상 다주택자도 투자할 수 있다.
거주를 목적으로 한다면 다소 비싸더라도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감정평가까지 마무리한 구역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업시행인가를 획득한 구역은 어지간하면 사업이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감정평가도 마무리되면 추가 분담금이 어느 정도일지 윤곽이 나온다.
재개발 투자는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주목받는다. 일반분양 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더 큰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이 급격히 식어버리면 보다 오랜 기간 돈이 묶이거나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또 올해 1월 24일 이후 사업시행인가를 획득한 구역은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면 조합원 지위 양도가 불가능해졌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김광석닫기김광석기사 모아보기 리얼투데이 이사는 “재개발 투자는 부동산 투자 방법 중 가장 어려운 축에 속한다”면서도 “다만 최근 각종 인터넷 카페나 책 등을 통해 재개발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사람이 늘면서 요즘 조금씩 대중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성욱 기자 ksu@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