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서효문 기자
올해 1월 건설사 해외사업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국제 유가가 최소 발주선이라고 불리는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서 70달러를 돌파하면서 지난 2년간 암흑기를 돌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당시 건설업계 출입이 3개월에 불과했던 기자도 이해할 만큼 해외사업은 장밋빛 전망 일색이었다.
그러나 8개월이 지난 현재, 건설사들은 여전히 해외사업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은 올해 상반기 해외손실 발생으로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신규 수주 확대로 활기가 돌 것이라는 연초 전망과 달리 여전히 “어렵다”라는 말이 건설사 직원들 입에서 나온다.
최근 발생한 SK건설의 ‘라오스 댐’ 사고는 이런 우려를 가속하고 있다. 지난달 말 발생한 라오스 수력발전댐 사고로 인해 SK건설은 신용등급 하락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든든한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의 존재 등으로 해외 수주에 초점을 맞춘 영업을 펼치는 SK건설 입장에서는 매우 우울한 상황이다.
이번 사고는 향후 SK건설 해외 수주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조기행 SK건설 부회장이 올해 경영 키워드인 ‘개발형 사업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증권업계에서는 라오스 댐 사고가 SK건설의 중장기 해외 수주 악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럼 여전히 해외 사업 여건의 어려움만을 토로해야 할까? 어려움을 토하기 전에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경쟁력을 우선 살펴봐야 할 때다. 현주소를 짚고, 발전 과제를 선정해야 하는 시기로 판단한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건축 시공력은 나쁘지 않다. 오히려 초고층 건물과 장거리 교량 등에서는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싱가포르, 아랍에미레이트 랜드마크 등은 국내 건설사들이 지은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국내 건설사들을 둘러싼 여건은 녹록지 않다. 이미 가격 경쟁력은 사라진지 오래다. 중국 건설사들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 국내 건설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이것이다.
기술력 부분은 유럽 건설사들에게 밀리는 형국이다. 유럽 건설사들이 짓는 목조 건축 기술, 그 외 건축술은 안타깝지만, 국내 건설사보다 뛰어나다.
올해 초 건설사들의 해외 사업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쏟아질 때 한 건설 유관기관 관계자가 의미 있는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지금은 기회가 아닌 위기라는 지적이었다. 중국 건설사들에는 가격 경쟁력이 밀리고, 유럽 건설사보다 기술력이 모자란 ‘샌드위치’ 신세라는 쓴소리였다. 당장 유가 상승으로 신규 발주가 늘겠지만, 결국 기술력 향상이 없다면 중국·유럽 건설사들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급할수록 돌아가 자신을 성찰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국내 건설사들은 그렇지 못했다. 중동이 막히면 동남아로 해법을 찾는 등 신시장 개척에만 집중했다.
2015년 핵협정타결로 ‘이란’이 신시장으로 부상했지만, 지난 약 3년간 어떤 성과도 찾아보기 힘들다. 오직 미국 대통령 한 명만 바뀌었을 뿐인데 이란은 신시장이라고 불리기 어렵게 됐다.
더 이상 국내 건설사들이 신시장이라고 외칠 수 있는 지역을 찾아보기 힘들다. 여전히 해외사업은 어렵다.
그렇다면 새로운 시장 진출을 우선할 것이 아니라 국내 건설사들의 시공력을 우선 점검하고 이를 발전하는 방향으로 키를 돌릴 때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