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기준 숙련노동의 숙련프리미엄이 1993년부터 최근까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 자료 = BOK 경제연구
이미지 확대보기김남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17일 ‘설비자본재 기술진보가 근로유형별 임금 및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와 같이 밝혔다.
김남주 부연구위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졸 학력 이상의 ‘숙련’ 근로자와 전문 서비스직 같은 ‘비정형직’ 근로자의 임금이 ‘비숙련’(고졸 이하) 근로자와 ‘정형직’ 근로자보다 더 많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위해 그는 한국은행의 국내공급물가지수 중 ‘최종재자본재 지수‘,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한국생산성본부의 ‘총소요생산성 국제비교‘ 등을 분석했으며, 근로유형을 노동자의 최종학력에 따라 숙련(대졸 이상)과 비숙련(고졸 이하)으로 나누고, 직무 특성에 따라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를 수행하는 정형직과 그렇지 않은 비정형직으로 구분했다.
김남주 부연구위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대졸 이상의 숙련 근로자의 임금이 고졸 이하의 미숙련 근로자의 임금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줄었다. 기술 발전으로 설비자본의 성능이 좋아질수록 대졸 이상의 고학력 근로자를 더 대체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정형직 근로자보다 비정형직 근로자의 임금도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감소했다. 정형직은 반복적인 생산 방식을 통해 정형화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를 뜻한다. 생산공, 기능공, 조작공 등이 이에 속한다. 비정형직은 생산 방식이 사전에 정해져 있지 않아 상황에 맞는 대응이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로 관리자, 전문가, 간병인, 서비스직 등을 포함한다.
반면 고용 비율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김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설비자본 기술이 주로 정형직 노동과 상호 보완 관계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용 중인 설비자본은 미숙련보다는 숙련 근로자를, 정형직보다는 비정형직 근로자를 더 대체하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김 부연구위원은 설비자본재의 기술진보는 노동시장의 근로유형별 임금 불균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부의 고용정책이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재고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의 고용정책은 학력별 또는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격차 해소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연구는 기술진보 정도를 무인자동화가 가능한 산업용 컴퓨터 도입 등 '외연적 기술발전'이 아닌 기존 성능 개선에만 초점을 두고 있고, 직무특성별로 근로자 구분을 보다 세밀화하지 못한 점 등의 한계도 있다고 밝혔다.
박경배 기자 pk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