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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소도시의 부활②] ‘아, 이런 데서 살고 싶다!’ 국내 주목 받는 소도시들

김민정 기자

minj@

기사입력 : 2018-07-18 11:48 최종수정 : 2020-03-24 12:01

소도시에 살어리랏다! 다시 커지는 소도시 부활의 노래 ⑵ 지방 유령도시? 우리는 매력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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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소도시의 부활②] ‘아, 이런 데서 살고 싶다!’ 국내 주목 받는 소도시들
[한국금융신문 김민정 기자] 칠곡, 주민들 스스로가 문화·예술 통해 ‘살고 싶어지는 도시’로
양양, 서퍼들이 지역민과 함께하는 활동으로 새로운 도시 만들어

[기획-소도시의 부활②] ‘아, 이런 데서 살고 싶다!’ 국내 주목 받는 소도시들

늙어가던 시골마을의 회춘

경상북도 칠곡군은 ‘뚜렷한 특색이 없는 게 특징’인 중소도시. 대구와 구미 사이에 인접한 도농복합도시로 사실상 베드타운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인구 수 12만명으로 시 승격 기준인 15만 명에 미치지 못하지만,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웬만한 지방 도시보단 인구 수가 많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분석한 ‘소멸위험지수(65세 고령인구 대비 20~39세 여성 인구 비중)’에서 구미에 이어 경북 내 두 번째로 인구 소멸 가능성이 낮은 곳이기도 하다.

특히 칠곡은 같은 군 내에 ‘전통 마을’과 ‘아파트 마을’의 전혀 다른 마을 풍경이 공존하고 있다. 당연히 전통 마을에선 고령화와 독거노인 문제가, 임대아파트 위주로 형성된 아파트 마을은 잦은 이사와 자녀 교육 문제가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칠곡 인문학마을은 적어도 이런 고민에서는 자유롭다. 이곳에서는 25개의 마을이 각각의 문화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마을 간 교류를 통해 서로가 ‘멘토’와 ‘멘티’ 관계로 끈끈히 얽혀 있다. 또 각 마을의 대표자들이 모이는 칠곡 인문학마을협동조합 등 협의체를 통해 주요 의사 결정을 하고 있다.

사실 지방 소도시가 겪는 고령화, 저성장의 파고 속에서도 마을의 활력을 되찾아 가는 비결은 자생 가능한 하나의 생태계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에 이곳은 크게 네 개의 축(칠곡군 교육문화회관, 문화 기획자 및 연구자로 구성된 전문가 집단, 학습 동아리, 4개의 협동조합)이 각자의 자리에서 지속 가능한 ‘인문학 도시’가 되도록 숨을 불어넣고 있다.
사진 사랑방, 기타 교실, 천연 염색 교실, 신문지 재생공예 교실, 풍물 배우기, 전통 음식 연구회, 에너지 탐구 연구모임 등 2013년 초 10개 마을을 시작으로 칠곡 인문학마을이 결성된 뒤 오늘날까지 꾸준히 참여 마을이 늘어났다.

이곳 주민들은 1년 동안 연습한 학춤과 풍물을 공연하고, 각자의 인생을 짧은 이야기로 요약해 들려주는 ‘사람책’도 된다. 또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는 ‘생활 예술인’들이 자그마치 300명이 넘는다.

지선영 칠곡군 교육문화회관 평생학습담당은 “처음부터 예산을 받아 성과를 내는 사업으로 접근한 게 아니라 우리끼리 즐거운 일을 만들어보자며 주민 필요에 의해 모이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협동조합 차원에서 자체 사업을 진행하며 문화공동체에서 경제공동체로 도약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통 도시를 살린다 하면 지역 특유의 유산을 강조하거나 화려한 건물 등을 짓게 되지만, 그것이 실제 주민들의 삶에는 어떤 영향력을 끼칠지 한번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라면서 “칠곡 인문학마을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살고 싶은 도시는 어떤 곳인가에 대해 서로 이해하고, 누가 오더라도 즐겁게 지낼 수 있는 마을이 될 수 있는 공동의 목표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획-소도시의 부활②] ‘아, 이런 데서 살고 싶다!’ 국내 주목 받는 소도시들


서퍼와 지역주민들이 함께 만든 건강한 도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강원도 양양은 인구 3만명도 채 되지 않는 작은 도시에 불과했다. 하지만 3~4년 전부터 파도를 찾아온 서퍼들이 양양에 자리 잡더니 이제 해변은 서퍼들의 터전이 됐다. 황량했던 해변거리에 알록달록한 서핑 숍과 카페·식당·수제 맥줏집이 들어섰고,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였던 마을은 이제 젊은 세대의 새로운 기운으로 가득찼다.

물론 양양이 처음부터 이들을 반겼던 것은 아니다. 고향에서 조용히 살아가던 양양 원주민들에게 서퍼들이 불러온 도시의 활력은 원하지 않는 소음이기도 했고, 이주민과 토착민 사이의 대립 관계도 자연스레 형성됐다. 특히 주거지가 관광지화되면서 거주민들이 받을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심했다.

이에 ‘굴러들어온 돌’인 서퍼들이 먼저 나섰다. 그들은 스스로 원주민과의 간격을 좁히려는 노력을 이어 가고 있다. 일단 서퍼와 마을 주민들과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지역 학생들과 소통했다. 강원서핑연합회에서 무료로 양양해변 마을 학생들에게 서핑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5년간 강원서핑연합회에서 서핑을 배운 학생들은 500명 정도. 양양군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생 수를 합쳐도 2,371명인 것을 감안하면 꽤 많은 학생들이 서핑 문화를 경험했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로 서핑의 맥이 이어졌고, 학부모·할머니·할아버지들의 인식도 조금씩 변했다.
[기획-소도시의 부활②] ‘아, 이런 데서 살고 싶다!’ 국내 주목 받는 소도시들


주민들과 문화 콘텐츠로 소통하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지난해 여름 양양 죽도 해변에 대형 스크린이 펼쳐졌다.

사람들은 석양이 지는 모래사장에 앉아 영화를 보고 밤에는 모닥불을 피워 둘러앉았다. 어린아이·서퍼·노인 등 모두 어우러져 해변의 영화제 ‘그랑블루 페스티벌’을 즐겼다.

영화 <시월애>를 만든 이현승닫기이현승기사 모아보기 감독이 기획한 이 페스티벌은 양양의 서퍼들이 함께 만든 양양의 지역축제로 자리했다.

이처럼 양양의 서퍼들은 자신의 삶과 살고 있는 지역까지도 주체적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들은 마을의 변화에 민감했고, 주민들과의 간격을 줄이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군청에 직접 찾아가 관과 협력하고, 마을단위로 모여 토론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행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는 양양이 멋진 관광지일수도, 당장에라도 뛰어들고 싶은 상권일 수도 있지만, 이들에게 양양은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는 생활권이다.

그렇기에 양양을 지금처럼 좋은 마을로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지향점을 향해 머리를 맞대고 상생을 위해 힘을 합친다.

양양은 누군가의 개발이나 계획에 의해 발전하지 않았다. 이곳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나간 도시다.

그들의 진정성과 매력적인 삶의 방식이 곧 양양의 문화와 산업이 됐다.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곧 도시의 매력이 되고, 도시의 매력은 도시가 자생할 수 있는 힘이 됐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7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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