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4세 경영 시대가 본격 다가오는 가운데, 후계자로 지목된 구광모 상무의 그룹 내 위상변화에 관심이 집중된다.
오는 29일이면 LG그룹 지주사 ㈜LG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구 상무를 등기이사(사내이사)로 추천하는 안건을 최종 확정한다.
구 상무가 이사로 선임되면 ㈜LG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게 된다. 이는 경영권 승계를 공식화한 조치며 이때부터 구 상무는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다.
구 상무가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향후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로의 선임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회장 혹은 부회장으로의 파격적인 승진도 이뤄질 것으로 재계는 관측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구본무 회장의 지분을 승계해 그룹 총수가 되는 만큼 그에 걸맞는 직위가 필요하고, 각 계열사 부회장 6인의 보고를 받는 위치기 때문에 그 이하의 직급을 다는 건 모양새가 맞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선 부회장급 이상의 직책을 달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있다. 올해 만 나이로 40세인 구 상무가 재계 4위인 LG그룹을 이끌기엔 너무 젊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서다.
물론, 국내 재계 총수들의 보편적인 경영권 승계 시기를 고려하면 이른 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결코 특별한 사례가 아니다. SK그룹 최태원닫기최태원기사 모아보기 회장은 선친 최종현 회장이 작고한 뒤 38세에 회장직을 물려 받았다. 한화그룹 김승연닫기김승연기사 모아보기 회장도 29세라는 나이에 회장직에 오른 바 있다.
이들 모두 지금 구 상무보다 어린 나이였지만 두 회장은 탁월한 경영수완으로 20년 혹은 30년이 넘게 그룹을 이끌어왔다. 즉 ‘젊다’는 것과 구 상무의 경영능력 정도를 결부시켜 판가름하기에는 이르다는 얘기다.
구 상무가 중책을 맡기에 경험이 부족하다는 일부 시각도 있다. 구 상무가 LG전자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은 기간은 12년이다. 상대적일 수 있지만 20년 이상 경영 수업을 받았던 구자경 명예회장과 구본무 회장에 비해 비교적 짧은 시간이다.
이에 대해 LG 측은 “그룹 인사원칙과 전통에 따라 지금까지 전략부문에서 사업책임자로서 역할을 직접 수행하며 충분한 경영 역량을 쌓아 왔다”고 밝혔다.
확고하게 자리잡은 LG의 전문경영인 체제는 당분간 구 상무가 총수로서 기틀을 잡기까지 보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 총수 교체를 두고 외부에서 크게 우려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가 전문경영인이 주요 계열사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하현회 ㈜LG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등 6인 부회장들은 그간 여러 악재 속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며 체제의 건실함을 입증했다.
특히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현지 시장에서 고전했지만 최근 LG화학과 LG생활건강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아울러 구본무 회장 시절부터 각 계열사 경영을 이끈 부회장 6인의 전문경영인들이 구 상무를 도와 조직 분위기를 다독이고, 책임경영을 강조한 새로운 경영 체제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김승한 기자 sh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