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롯데정보통신의 분할·합병으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한 반면 CJ올리브네트웍스는 김 위원장이 콕 찝은 비상장·총수일가 지분 다수 보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CJ올리브네트웍스는 경영 승계의 핵심으로 꼽혀 지분 변동에도 관심이 쏠린다.
◇ 거세지는 공정위의 대기업 규제
김 위원장은 지난 1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총수일가가 대기업의 핵심 사업과 관계없는 회사 지분을 보유한 뒤 일감을 몰아줘 부당이익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지목한 총수일가 사익편취 및 부당 내부거래 의혹 업종은 △SI △물류 △부동산관리 △광고회사 등 네가지다. 그는 “지분을 계속 보유하고 있을 경우 공정위의 조사대상이 될 것”이라는 강한 메시지도 던졌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중 특수관계인(총수일가) 지분이 상장사의 경우 30%, 비상장자의 경우 20%이면서 내부 거래액이 200억원 이상이거나 매출의 12% 이상 이면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조사 대상이 된다.
특히 총수일가 지분이 많은 SI업체에 이목이 집중됐다. SI는 기업의 정보시스템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한다.
정보기술은 경영 핵심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보안 유지상 내부거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게 SI업계의 설명이다.
김 위원장의 지분 매각 압박에 대기업 SI 계열사인 삼성SDS(총수일가 지분 17.01%), 신세계I&C(6.97%)의 지난 15일 주가는 각각 전일대비 14%, 13.69%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이후 김 위원장이 자신의 발언에 대해 “비상장 주식을 두고 한 말”이라고 해명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여전히 비상장 SI 계열사의 총수일가 지분 매각과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공정위의 사정권 안에 포함돼있다.
◇ 한숨 돌린 롯데정보통신
롯데정보통신의 한 때 총수일가 지분율은 24.77%로 높았다. 지난해 말 기준 내부거래 매출 규모는 6659억원으로, 이는 전체 매출(8285억원)의 80.3%에 달했다. 주로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등 전 그룹 계열사의 시스템 설계 및 개발, 네트워크 공사 업무 등을 담당했다.
공정거래법상 완벽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었지만 현재는 오히려 김 위원장이 주문한 해결 ‘교과서’에 가까워졌다.
롯데정보통신은 지난해 11월 롯데아이티테크(투자부문과 롯데정보통신(사업부문)으로 물적분할했다.
롯데아이티테크가 롯데정보통신 지분 100%를 소유하면서 기존 총수일가 지분은 모두 사라져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해소됐다.
이후 롯데아이티테크가 롯데지주 내로 편입되면서 ‘롯데지주→롯데아이티테크→롯데정보통신’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현재 롯데정보통신은 내달 말 상장을 목표로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상장이 완료되면 롯데정보통신은 경영 투명성을 더욱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CJ올리브네트웍스 상장 나설까
비상장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는 총수일가 총 지분율이 39.6%에 달한다. 지난해 계열사간 거래로 올린 매출은 3444억원(18.9%)으로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 대상이다.
총수 중 이재현닫기이재현기사 모아보기 CJ 회장의 차남인 이선호닫기이선호기사 모아보기 CJ제일제당 부장이 17.9%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이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CJ파워캐스트 대표가 14.8%, 이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CJ 미주지역본부 통합마케팅담당 상무가 6.9%를 들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2014년 CJ시스템즈와 CJ올리브영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핵심 사업은 CJ그룹의 정보시스템 관리와 헬스앤뷰티(H&B)숍 올리브영 등 두 축으로 나뉜다. 합병 전 CJ시스템즈의 내부거래 비중은 타 그룹 SI업체와 마찬가지로 80%에 육박했으나 합병을 통해 비율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위의 가이드라인을 넘은 내부거래 비중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내부거래 규모는 2015년 2721억원(25.78%), 2016년 2746억원(19.08%), 지난해 3444억원(18.9%)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상장을 통한 총수일가 지분 매각 △CJ주식회사와의 분할·합병 등이 거론된다.
특히 CJ올리브네트웍스는 합병 이후 커진 몸집 탓에 경영 승계의 핵심 계열사로 꼽히며 최근 몇 년간 상장이 점쳐져왔다.
재계 관계자는 “CJ 계열사 중 이재현 회장을 제외한 총수일가 지분이 가장 많은 곳이 CJ올리브네트웍스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당장은 지분 매각대신 내부거래 비중을 계속 낮춰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