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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호 한국투자 사장 “한국판 골드만삭스로 비상”

한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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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8-06-18 00:00 최종수정 : 2018-06-18 10:05

발행어음 선점 살려 2020년까지 8조원 목표
운용사 연계영업으로 WM부문도 경쟁력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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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사진: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고객에게는 경쟁력을 갖춘 금리 제공을, 혁신기업에는 적극적으로 모험자본을 공급해 초대형 IB 선두주자로서 모범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유상호닫기유상호기사 모아보기 사장(사진)이 10년 넘게 진두지휘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은 아시아 최고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자리 잡겠다는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고 있다.

유 사장은 개인과 기업,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한국판 ‘골드만삭스’ 모델을 마련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개인 고객에게는 신규 자산 증식수단을 제공하고 혁신기업에는 모험자본을 적극 조달하겠다는 포부다.

지난 2007년 47세의 나이로 한국투자증권 수장 자리에 오른 유 사장은 명실상부 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한 후 지난 3월 여유롭게 11연임을 확보했다. 유 사장의 장수 경영 바탕에는 전 사업 부문의 안정적인 실적과 우수한 경쟁지위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초대형 IB 지정과 동시에 업계 단독으로 단기금융업을 인가 받으면서 발행어음 사업을 선점했다.

이에 힘입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업계 최고의 순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유 사장은 유례없는 고실적과 발행 어음 사업 선점에 성공한 공적으로 업계에서 재임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기대를 받아온 바 있다.

◇ 취임 4년 만에 순이익 1위…“올해도 긍정적”

유 사장은 증권업계가 불황에 허덕이던 2011년과 2012년, 2013년에도 3년 연속 순이익 1위를 달성했다. 2014년에는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한 2262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으며 2015년에는 2848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면서 5년 연속 업계 최대 규모의 이익을 냈다.

지난해에도 당기순이익 5244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21.5% 증가한 사상 최대의 성적을 냈다. 영업이익은 6847억원, 매출액은 6조200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29.4%, 23.4% 증가했다.

특히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2.2%로 초대형 IB 가운데 유일하게 10%를 상회했다. 유 사장은 글로벌 IB들의 ROE가 최근 10%가 채 안 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국제적으로 굉장히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진단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올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36.1% 증가한 1982억원, 영업이익은 20.2% 늘어난 2107억원을 기록해 호실적을 이어나갔다. 전 사업 부문의 실적이 고르게 향상된 가운데 거래대금 및 신용융자가 증가하면서 투자 중개부문 이익 증가 폭이 컸다.

펀드, 랩(Wrap) 등의 금융상품 판매 증가로 자산관리부문 이익이 늘었다.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및 조기상환 선순환 덕분에 자기매매 및 운용부문도 견조했다.

2분기에도 우수한 수익성을 확보할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에서는 지난 4~5월 높은 일평균거래대금이 이어지면서 한국투자증권이 1분기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혜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탈과 성장성이 동시에 담보되는 유일한 증권사”라며 “2분기 산업 전체적으로 거래대금이 1분기보다 증가하여 순이익이 증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태현닫기김태현기사 모아보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 2분기 한국금융지주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18% 증가한 1544억원으로 보인다”며 “일평균 거래대금과 신용공여 등 브로커리지 관련 이익이 견조한 가운데 부동산 딜 셀다운도 2분기부터 재개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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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기업 자금조달 위한 마중물 역할”

유 사장은 올해 초대형 IB 시장을 선도하고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선포한 바 있다. 그는 “초대형 IB들의 무한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 예상된다”며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해 더욱 정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사장은 인수 및 주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구조화금융, 대체투자로 먹거리를 늘리면서 IB 부문 사업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 2015년 말 3조3000억원에서 올해 3월 말 기준 4조1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 2016년 7299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기자본을 4조원 이상으로 확충, 초대형 IB인가를 받기 위한 밑거름을 다졌다.

지난해 말에는 IB 본부를 3개 조직으로 늘리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IIB1본부는 기업공개(IPO) 등 주식자본시장(ECM) 관련 업무를, IB2본부는 회사채, 유상증자 등 채권자본시장(DCM) 업무 등에 주력한다.

여기에 IB3본부를 신설해 영업 강화를 위해 인수합병(M&A)과 프라이빗에쿼티(PE)업무를 담당하도록 했다. 초대형IB 관련 발행어음 유동성 관리와 관련해 재무 관련 부서도 강화했다. 그 결과 IB 수수료수익은 올 1분기에도 400억원대를 유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부동산을 넘어 해외부동산, 항공기, 발전소 등 다양한 투자자산으로 대체투자 분야를 넓혀 나갈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업계 최초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취득하고 홀로 발행어음 사업을 추진해왔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만기 1년 이내 기업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모집할 수 있다.

유 사장은 “발행어음이 투자자들한테는 중위험·중수익을 낼 수 있는 좋은 투자 수단이며 한국 경제의 자금경색을 뚫어주는 윤활유 같은 금융상품”이라면서 “초대형 IB 1호 인가 취득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며 혁신기업 자금조달을 위한 마중물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첫 번째 발행어음 상품인 ‘퍼스트 발행어음’을 내놨다. 5000억원 규모의 발행어음은 출시 이틀 만에 완판되는 성과를 거두고 2차 판매까지 돌입했다.

지난해 말까지 8527억원을 조달하여 기업대출, A급 이하 회사채 등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4210억원, 부동산 관련 자산에 2193억원에 투자했다. 현재까지 발행된 발행어음은 2조5000억원이다.

그간 발행어음 사업은 사실상 한국투자증권의 독주체제로 이어져왔으나 최근 NH투자증권이 발행어음 2호로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2조3000억원으로 조달 잔액의 60% 이상을 기업금융자산으로 운용하고 있다. 나머지 17%는 부동산금융자산, 19.5%는 유동성자산으로 구성돼 있다.

유 사장은 발행어음 규모를 올해 4조원, 내년 6조원, 2020년까지 8조원으로 늘려나갈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을 연말까지 5조원으로 늘릴 경우 올해 총 350억원에서 500억원의 이익이 기대된다.

유 사장은 “수익 제고를 위해 부동산 자산에 투자가 집중될 것이라는 오해가 많으나 법이 정한 30% 이내 기준을 엄수할 것이며 1개월, 3개월 100% 유동성 비율을 철저히 준수해 운용할 계획”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 중·인도네시아·베 발판, “아시아 최고 IB 도약”

한국투자증권은 자산관리(WM) 부문에서도 강점을 보이고 있다. 금융상품 잔고 및 고액 개인고객(HNWI) 증가와 함께 3년 평균 시장점유율은 11.8%를 기록했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는 13.3%로 업계 최상위권의 시장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계열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의 연계영업이 자산관리 부문 경쟁력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상위권의 네트워크도 한몫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3월 말 기준 87개 국내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부동산펀드, 메자닌증권 등 그룹 및 본부간 협업을 통한 금융상품 판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유 사장은 “차별화된 상품 개발을 통한 고객 니즈를 충족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제공해 고객 만족과 고객예탁자산의 획기적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해외로도 발을 넓히는 데 여념이 없다. 유 사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IB 하우스로서 국내를 넘어 아시아 최고의 IB로 도약하기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해나가겠다는 중장기적 목표를 제시했다.

해외채권투자 등 해외투자를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고유자산 투자다변화를 통해 투자 지평을 확대해나간다는 견지다. 특히 이에 대한 일환으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중국 최대 투자금융투자사인 푸싱CMF와 IB업무 협업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인도네시아 및 베트남 등 해외법인을 통한 글로벌 진출도 타진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현지 증권사인 단빡(Danpac) 증권을 인수하고 인도네시아합작추진단을 신설했다. 상반기 중 직접 현지 영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지난 2월 한국투자증권은 베트남 현지법인 ‘KIS Vietnam’의 자본금을 대규모로 확대하면서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한국투자증권은 380억원 규모의 KIS Vietnam 유상증자 의안을 통과시켰다.

증자 후 자본금 규모는 900억원으로 늘어나 자기자본 기준 베트남 증권업계 7위의 대형 증권사로 도약하게 된다. 신용공여 한도도 기존의 2배가량 증가했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0년 베트남 50위권이었던 중소형 증권사를 인수해 한국형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10위권 증권사로 도약시켰다.

한국투자증권은 향후 시장점유율 기준 상위 5위권 안에 진입하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이번 대규모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크게 늘린 만큼 증권중개영업(브로커리지)를 비롯해 IPO, M&A, IB 사업의 추진력에 힘을 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 사장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고려대 사범대 부속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한일은행에 입행했지만 1년 반 만에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경영학석사과정(MBA)을 수료 후 1988년 옛 대우증권에서 증권맨 생활을 시작해 메리츠종금증권, 동원증권에서 경력을 쌓았다. 동원증권이 한국투자증권과 합병한 2005년 부사장으로 오른 후 2007년 47세 나이로 한국투자증권 사장으로 승진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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