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사진제공=한국은행
이미지 확대보기조동철 금통위원은 9일 한국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조 위원은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해서는 통화당국이 현행 물가안정목표제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통화정책이 긴축적이지 않다고 평가한 것으로 미루어 향후 기대인플레이션 교정을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기대인플레이션 수준은 2013년 이후로 크게 낮아진 상태다. 조 위원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최초의 충격은 세계적 경기침체와 같은 외부적 요인일 수 있다"면서도 "그와 같은 충격이 우리 경제 인플레이션을 기조적으로 하락시킨 데에는 긴축적 통화정책이 자리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긴축적 통화정책의 결과 한국은 선진경제권의 공동목표수준인 2%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지속적으로 하회하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기대인플레이션의 하락은 '통화정책 공간'을 축소시킬 위험이 있다. 조 위원은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에 의해 장기금리가 하락할수록 예상치 못한 충격이 발생할 때 통화당국이 신축적인 금리 조정을 통해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현재의 2% 물가안정목표를 상향조정해 인플레이션 기대와 장기금리 수준을 높여 통화정책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기대인플레이션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수준에서 고착화될 경우 이를 변경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도 적지 않게 들어간다. 1980년대 초 미국이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을 교정하기 위해 경기침체를 겪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반대로 일본은 낮은 기대인플레이션으로부터 탈출하고자 최근 노력을 힘겨운 기울이고 있다. 조 위원은 "일본을 제외한 다수 선진국의 기대인플레이션은 2% 내외에서 큰 변화 없이 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도 아직 기대인플레이션이 목표수준인 2% 부근에 안착돼 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고 조 위원은 강조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직접 관측될 수 없으므로 한은은 일반인(매달)과 시장전문가(분기)를 대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조사하고 있다. 최근 조사된 기대인플레이션은 2% 중반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조 위원은 "일반인들의 기대인플레이션과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기대인플레이션 격차가 최근처럼 확대돼 수년간 지속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기대인플레이션의 안정화를 위해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제 운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가안정목표제는 한은의 현행 통화정책 운영체제다. 한은은 한은법 6조에 따라 3년마다 정부와 협의해 명시적인 물가안정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2016부터 올해까지 적용되는 물가안정목표는 경제구조변화 등을 감안해 2%로 설정했다. 조 위원은 "물가안정목표는 통화정책의 방향을 안내하는 등대"라며 "한은법 1조에 물가안정을 명시한 이유는 인플레이션이 중장기적인 통화정책의 결과물임을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