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에 기반한 보험사의 보험상품 판매 구조 / 자료=보험연구원
내년 7월 장애등급제 폐지가 예고되면서, 이로 인해 보험금 수급이 어려워지는 보험 소비자들이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면 개별 보험사들에는 장애 관련 보험금 청구에 대한 구체적인 지급 기준이 없어 보험사와 소비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문제의 원인이다.
장애인의 권익 보호를 위해 1988년 도입됐던 장애등급제는 좋은 취지에 비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개개인의 특수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급수에 따른 획일적이고 일괄적인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를 두고 행정적인 편의만을 위해 만들어진 졸속 정책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국회는 지난해 본회의를 거쳐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장애인연금법 등의 개정해 '장애등급'을 '장애정도'로 변경하고 내년 7월부터 등급제를 폐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현재 판매되고 있는 보험 상품 중에서는 이러한 ‘장애등급’에 근거한 보험금 지급 여부를 판단하는 상품들이 많다. 대부분의 보험사에서는 ‘사고 후 후유장해보장’과 관련된 약관에서 장애등급을 활용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6년에 걸쳐 판매된 장애등급 관련 보험 상품만 280만 건에 달한다.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면 기존 보험 상품들은 대대적인 개정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들이 장애등급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꺼리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연구원 조용운, 오승연 연구위원은 “보험사가 직접 장애진단서에 기초해 기존 장애등급판정기준에 따른 자체적인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와 보험사간 이견이 발생할 경우 제 3의 의료기관 및 정부가 중재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조용운 연구위원은 "현 장애인복지법 체계상 장애등급 판정기준이 명확하고 이는 표준약관의 장해분류표와 유사한 의학적 판정기준이므로 보험회사가 등급을 판정함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계약자와 보험사간 등급판정에 이견이 있을 경우 제3의 의료기관을 통해 재심의 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등급기준을 세우면 분쟁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개정 전에도 장해분류표를 둘러싼 분쟁이 적지 않았던 상황에서 공신력 있는 정부기관도 아닌 보험사가 기준을 세우게 되면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보험사가 손해율을 줄이기 위해 보장범위를 축소하거나, 보장금액을 낮출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한 보험사 관계자는 "장애인 관련 보험은 손해율이 높아 보험사 입장에서는 부담을 느끼는 상품인 것은 사실“이라며, ”보험사 입장에서 봐도 보험사가 자체 기준을 마련하면 소비자 민원이 폭증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에게 전권을 맡기는 것이 아닌 정부와 각 보험 유관기관, 의료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야만 관련 상품 개정이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