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HDC현대산업개발이 재건축 시공권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되는 반포 주공 1단지 3주구. / 자료=한국금융신문DB.
“지난해와 달리 올해 실시한 ‘반포 주공 1단지 3주구(이하 반포 3주구)’ 시공사 입찰은 건설업계에서 사실상 ‘승산 없는 게임’으로 인식됐다. 그만큼 현대산업개발의 우세가 점쳐졌던 사업장이다. 이는 여타 건설사들이 지난해 하반기 봇물 터지듯 진행된 다른 단지에 힘을 쏟은 것과 함께 현대산업개발의 끈기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본다.”-건설업계 한 관계자.
반포 3주구는 바로 옆 단지인 반포 주공 1단지 1·2·4주구(이하 반포 1단지)의 생활·교통·문화 인프라 대부분을 공유하는 재건축 사업장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매우 매력적인 단지다. 그뿐만 아니라 평당 평균 분양가 5000만원까지 가능해 수익성도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데도 반포 3주구 재건축 수주 전은 ‘승산 없는 게임’이 됐을까? 건설업계는 이에 대해 크게 2가지 이유로 분석한다.
첫 번째는 올해부터 시행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업화를 추진한 재건축 단지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점이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반포 1단지를 비롯해 잠실 미성·크로바아파트, 신반포 13~15차, 한신 4지구 등 강남 지역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화에 박차를 가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반포 3주구보다 당장 사업화를 추진하는 단지에 집중했다. 사실상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피하는 단지인 한신 4지구까지 각자 전략적으로 선택한 단지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반포 3주구는 당장 거리가 먼 사업장이 됐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봇물처럼 쏟아진 재건축 사업장으로 인해 반포 3주구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반포 3주구가 지난해 12월 시공사 선정을 진행, 일정상 여력이 없었던 건설사들이 참여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현대산업개발의 끈기라고 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여타 건설사들이 강남 다른 지역 사업장에 집중하는 동안 이 사업장의 네트워크를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여타 건설사들과의 경쟁력 격차는 벌어졌고, 다른 건설사들이 수주전에 참여할 동기를 잃어버렸다고 분석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과 여타 건설사 간 수주 전 참여 시기 차이는 약 10개월”이라며 “재건축 수주 전은 정치권 선거판과 같아 얼마나 많은 기간 동안 공을 들였나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0개월의 차이는 설계도 작성에서도 매우 큰 차이”라며 “현대산업개발은 이 기간에 다른 건설사들에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설계도를 작성했을 것이고 이를 이기기 어렵다고 판단해 올해 실시한 이 단지 수주 전에 여타 건설사들이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단지는 9일 시행한 시공사 입찰이 또 다시 유찰되면서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됐다. 건설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내로 현대산업개발과 해당 조합이 수의계약을 맺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