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상반기 중 신용카드업 인가 신청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으나 이를 미루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사업 방향성과 목적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신용카드를 하반기에 출시할지 확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사업 진출은 반드시 하겠단 계획이나 구체적인 사업 계획에 대한 임원 간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단 뜻이다. 연초 심성훈 대표는 신용카드업 인가를 받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올 상반기는 어렵지만 연내 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신용카드업 인가 신청을 미루고 있는 것에 대해 유상증자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케이뱅크는 작년 4분기부터 최소 1500억원에서 최대 5000억원 유상증자를 계획했으나 주주와의 불협화음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의결권 4%대 소액주주사의 이탈로 신규 주주사를 모집하는 데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케이뱅크는 현재 주주 간 최종 협의를 마치고 이달 초 이사회에서 유상증자를 결의할 예정이다. 이번 2차 유상증자에서도 신규 회사들이 적지 않은 규모의 실권주를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9월 1000억원 유상증자 시 일부 주주가 불참의사를 밝히자 부동산 개발 및 마케팅 기업인 MDM을 신규주주로 편입해 어렵사리 증자에 성공한 바 있다.
신용카드 사업과 아파트담보대출 등 신규사업 실행시기는 유상증자 시기에 달렸다고 보면 된다. 케이뱅크의 자본금은 카카오뱅크(1조3000억원) 보다 현저히 낮은 3500억원이다. 증자 규모에 따라 사업규모를 확정할 수 있다. 신용카드업 인가 요건은 신규 진출사에겐 까다롭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그렇지도 않다.
현행 규정상 신용카드업 인가를 위해서는 30개 이상의 점포, 300명 이상의 임직원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점포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금융위는 지난 2015년 이들에 한해 해당 요건을 예외 적용해주기로 했다.
케이뱅크는 신용카드업 인가 요건 중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10% 이상 요건을 넉넉히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케이뱅크의 BIS총자본비율은 18.15%로 안정권에 속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신용카드업 인가 심사는 금융위, 금감원 여신과에서 맡는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통 금감원에서 검토를 마치고 서류를 (금융위로) 올리는데, 인터넷뱅크는 특별한 이슈이기 때문에 금감원과 금융위가 업무 협의를 해 심사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가 신용카드 사업 진출을 망설이는 배경에는 신용카드업 수익성 악화가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업계 신용카드사(신한, KB, 삼성, 현대, 우리, 하나, 롯데, 비씨)의 순이익은 1조2268억원으로 전년 대비 32.3%(5864억원) 줄어들었다.
전업계 카드사의 순이익은 2015년(2조원), 2016년(1조8000억원)에 이어 3년 연속 감소세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8월부터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영세가맹점 기준이 연 매출액 2억원에서 3억원 이하로, 중소가맹점 기준이 2억~3억원에서 3억~5억원으로 완화돼 타격이 컸다.
카드사의 수익성 저하는 올해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카드산업 전망으로 "가맹점수수료 인하,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강화 등 규제 기조와 업계 경쟁 강도 심화, 금리 상승 기조의 지속으로 수익성 저하 압력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금융당국의 수수료율에 대한 강경한 규제 태도가 암울한 산업 전망을 예고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선포하고 업계 관계자들과 함께 2월말 수수료 원가분석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회의에 돌입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보수적 규제 태도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 성장성은 지난해보다 둔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신용카드 사업 진출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신용카드업은 체크카드에 비해 수익성이 월등히 높다. 특히 신용카드 취급 시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장·단기 대출 상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된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는 일반 대출 상품보다 높은 이자율을 받을 수 있어 수익성 확대를 도모할 수 있다. 신한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모두 카드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신용카드업 진출에 성공하면 기존 카드업계와의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규 카드 발급량이나 이용액, 현금서비스.카드론 이용액은 연간 4%대로 증가율이 미미한데 이걸 나눠 가져야 하기 때문에 위협적"이라며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의 신선한 마케팅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전업계 카드사의 업무프로세스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뱅크의 은행업무는 비대면 시스템, 대출 요건 완화 등의 확실한 차별점이 있었지만 신용카드는 별 차이가 없을 걸로 예상된다"면서 "기존 카드사의 노하우나 상담인력 등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