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일 금호타이어 실사를 통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채권단은 더블스타 측과 매각 협상을 진행한 결과 금호타이어 지분 45%(주당 5000원)에 해당하는 6463억원 자금 유치를 협의했다. 이 과정을 통해 채권단 지분율은 현 45%에서 23.1%로 내려간다.
채권단은 그동안의 실사 결과 노사가 자구노력을 하더라도 중국 사업 정상화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금호타이어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단기간의 외부차입으로 1400만본의 타이어 생산량을 늘리는 등 대규모 증설투자를 단행했다. 이 기간에 늘어난 차입금이 1조6000억원이다.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회사는 과도한 차입 부담으로 낮은 가동률을 해소하기 위해 수익성이 낮은 저인치 타이어 위주 '밀어내기식' 판매정책을 추진했다"면서 "이에 품질 저하로 기업 이미지가 훼손됐고, 로컬업체와의 출혈경쟁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현 채권단 체제를 유지한다면 중국 차입금 상환에 그치고 신규투자는 할 수 없다는 계산이다. 이 부행장은 "채권단이 주요 주주로 있으면서 지금 현재의 자율협약체제나 워크아웃으로 갈 수 없겠는가 따져봤더니, 신규 자본 및 출자 전환에 들어가는 자금이 1조8500억원이다"라며 "결국은 이 자금이 중국 쪽에 있는 차입금을 상환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행장은 "중국 공장(판매・생산 법인 모두 포함)을 포기할 생각도 해봤으나 판매 네트워크도 훼손되고, 중국 공장 분리 매각 시 중국 현지 정부에서 지원받은 것이 문제가 돼 중국 공장을 딱 잘라서 떼내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며 "피플랜(P-Plan) 추진도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채권단은 자구안 합의와 더블스타 매각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은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계속기업가치는 현 사업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때 4600억원으로 청산가치인 1조원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다만, 경쟁사인 한국타이어, 넥센타이어 수준으로 인건비를 내리면 계속기업가치가 1조1905억원으로 7305억원 올라간다.
이 부행장은 "한국・넥센 타이어 수준으로 비용 절감을 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가 있다. 노사의 자구안이라는 것은 회사가 다시 회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그다음에 신규 투자를 통해 기술개발 및 품질 개선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고, 중국 사업의 조기 정상화를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운데)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이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채권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넥센타이어가 체코공장 가동 시 2019년말 케파가 5200만본으로 늘어난다. 현재 넥센의 생산 능력은 4100만본, 한국타이어의 생산 능력은 1억700만본, 금호타이어는 5400만본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저가 타이어를 생산하는 중국의 로컬 타이어 업체도 빠르게 성장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타이어산업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더블스타가 재차 매각 협상 대상으로 낙점된 것은 중국 판매 네트워크 때문으로 보인다. 더블스타는 현지에 약 4500개 채널을 갖고 있어 금호타이어 중국공장이 굉장히 빠르게 정상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채권단은 더블스타 측에서 8500억원이 신규로 확보되면, 약 5년 정도 금호타이어 시설투자를 국내에서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호타이어 노조는 이날 채권단의 공식 입장이 발표된 이후 더블스타 매각에 대해선 결사반대, 현재까지 진행된 자구안 협상도 백지화한다는 뜻을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해외로 매각될 경우 고용불안이 야기될 것"이라며 "그동안 논의됐던 자구안 백지화는 물론 전면적인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당장 다음주부터 파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